허술한 폐수관리법망 황화수소 '화 불러'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지난달 28일 부산 사상구 한 폐수처리업체에서 일어난 황화수소 누출 사고(본보 지난 29일 자 9면 등 보도)의 주요 원인으로 '고농도 폐수 처리 과정의 법 감시망 부재'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폐수결합, 폐수 유·출입 과정에 대한 관련법이 없어, 폐수처리를 감독하는 기관들이 폐수 처리 과정을 제대로 감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수소이온농도(ph) 수치가 아무리 높아도 ph12.5 이상이 아닌 한 모두 일반 폐수로 분류하는 것이 문제다. 물환경보전법에 따르면 ph12.5 이상의 폐수에 한해서만 폐수가 아닌 '지정폐기물'로 분류해 특별 관리한다. 이 때문에 ph12.5에 육박하는 폐수는 그 위험성에도 불구, 일반 폐수처럼 특별한 감독 없이 처리된다. 실제로 10명의 부상자를 낳은 이번 사고도 산성 폐수 30여 t이 들어있는 집수조에 ph11.3 수준의 고농도 알칼리성 폐수 8t가량을 혼합하는 과정에서 일어났다. 지난해 6월 사상구 한 공장에서 폐수 중화를 위해 투입한 황산이 예상치 못한 화학반응을 일으켜 이산화질소가 유출된 사고도 비슷한 사례다.

폐수결합, 유·출입 과정
관련법 없어 제대로 감독 못 해
업체 자체 처리, 사고 무방비
수익 높이려 고농도까지 받아
폐수 수급·처리 매뉴얼 시급


허술한 법망에 업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사고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업체 간 단가 경쟁을 하는 체계에서 무리한 '조업'이 폐수업계에 만연해 있다. ph11.3에 육박하는 강한 알칼리성 폐수는 처리가 까다로워 처리 단가가 t당 통상 가격의 배를 훌쩍 뛰어넘는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강서구 한 폐수처리업체 관계자는 "업체가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자가 처리가 힘든 고농도의 폐수를 받았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관리·감독에 책임이 있는 구청도 유입되는 폐수의 정확한 농도와 처리방식 등은 '업체의 노하우'기 때문에 감독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폐수가 방지시설을 거치는지, 채수 결과 방류가 가능한 수준인지 등을 확인하는 표면적인 감시에만 머물러 있다. 이번과 같은 사고가 재발해도 사전 예방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부경대 환경공학과 김일규 교수는 "폐수에 대한 전권을 업체에 맡기기보다는 폐수 관련 규정을 신설해 폐수처리업체의 처리 능력에 맞는 폐수 수급·처리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한편 사상경찰서는 폐수를 처음으로 보낸 포스코 관계자, 공장 관계자 등을 상대로 고농도의 폐수가 공장으로 오기 전 처리 과정을 집중적으로 수사 중이다. 폐수 관리를 결정하는 관리부장 권 모(42) 씨 등 현장 직원 4명 모두 현재까지 의식불명 상태여서 정확한 사고 원인을 파악하기까지 수사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준용·곽진석 기자 jundragon@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