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남북 철도 공동조사, 비핵화 탄력 더하는 계기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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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이 어제 철도 공동조사를 30일부터 시작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얼마 전 유엔 안보리가 대북 제재 면제를 승인한 지 닷새 만이다. 추진 반년 만에 현실화한 남북 철도 공동조사는 4·27 판문점 선언과 9월 평양선언에서 합의한 남북 인프라 연결 대장정의 첫발을 떼는 것으로 중대한 역사적 함의를 지닌다. 나아가 비핵화 협상 교착 국면에서 정세 안정의 주춧돌을 놨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그동안 철도 공동조사를 향한 남북한의 의지는 대북 제재에 번번이 가로막혔던 게 사실이다. 이번 공동조사의 의의는 유엔이 사실상 처음으로 제재 면제 선례를 남겼다는 점에서도 각별하다. 남북 철도 협력사업은 필수적인 유류 반출 혹은 남측 열차의 북측 구간 운행 등으로 대북 제재를 훼손시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속도를 내지 못했다. 따라서 이번 제재 면제 조치는 다른 남북 경제협력 분야에 대한 기대감도 높인다. 특히 미국의 수용 없이는 불가능한 조치인 만큼 어떤 식으로든 비핵화 협상에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 정부가 남북 경협과 비핵화 양쪽에서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남북이 북한 철도 구간을 공동으로 현지 조사를 하는 것은 11년 만이다. 이번 조사에서는 남북 전문가들이 총 18일간 경의선과 동해선 구간 등 약 2600㎞를 이동하며 철도 상태를 점검하게 된다. 공동조사가 이번 주에 시작되면 남북 정상이 합의한 대로 올해 안에 철도 연결 착공식도 가능할 전망이다.

하지만 18일간의 조사 일정이 빠듯한 데다 북한 철도 현대화를 어떤 수준까지 추진할지 구체적인 공감대가 없다. 유엔 안보리가 실제 철도 연결공사에는 별도의 제재 해제가 필요하다고 밝힌 점도 걸린다. 정부가 한·미 워킹그룹 등을 잘 활용해 묘안을 짜내야 할 것이다. 북·미 대화의 진전 없이는 착공식이 상징적 행사에 그치리라는 전망도 없지는 않다. 무엇보다 남북한이 힘을 합쳐 주도적으로 밀고 나간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장기적 안목에서 이게 비핵화 협상의 실질적인 추동력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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