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토사섬·나이트 사파리] 찍으면 '인생샷'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싱가포르에는 대표적인 볼거리로 북미 정상회담으로 유명해진 센토사 섬과 나이트 사파리가 있다. 사진은 센토사 섬에 위치한 S.E.A 아쿠아리움 안에 가라앉은 배 주변으로 물고기가 떠다니는 난파선 수족관 모습.

싱가포르는 지금이 겨울이고 우기다. 매일 한 차례씩 비가 내린다. 그런데 싱가포르에서는 우산이 없어도 길을 걸을 때 비를 맞을 걱정이 없다 모든 도로의 빌딩에 회랑이 만들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또 어지간한 넓은 공지에는 비를 피할 수 있게 우산 같은 역할을 하는 시설물들이 세워져 있었다. 만약 이런저런 시설물이 없다면 근처 커피숍에 앉아 잠시 느긋하게 기다리면 된다. 비는 짧게는 10분, 길게는 1시간가량 내리다 그치기 때문이다. 비는, 외국에 여행을 와서 왜 그렇게 급히 다니느냐, 라는 자연의 훈계인 듯하다.

유니버설 스튜디오, 평일에도 인파 '북적'
아쿠아리움 난파선 수족관에서 '인증샷'
집 라인 '메가집' 앞으로 숲·바다 펼쳐져
조정 쉽고 안전한 루지는 남녀노소 즐겨

세계 유일 야간개장 동물원 '나이트 사파리'
8개 국어 지원 트램 타고 달리며 동물들 구경

센토사 섬

센토사는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장소로 올해 우리나라는 물론 전세계에 깊은 각인을 남긴 곳이다. 센토사는 위락시설로만 이뤄진 섬이다. 각종 호텔, 카지노, 유니버설 스튜디오, 아쿠아리움, 워터파크 등을 갖춘 ‘리조트 월드 센토사 싱가포르’가 섬을 이루고 있다.

센토사의 옛 이름은 ‘풀라우 블라캉 마티(Pulau Blakang Mati)’다. 풀라우는 ‘섬’이다. 블라캉 마티는 ‘죽은 사람의 뒤’라는 뜻이다. 무시무시한 이름이다. 왜 이런 이름이 붙었는지 정확한 유래는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여러 전설이 전한다. 그 중 하나는 이곳에 해적단이 머물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내용이다. 해적에게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의 유령이 이곳을 떠돈다는 이야기다. 1972년에 붙여진 센토사라는 이름은 ‘고요의 섬’이라는 뜻이다.

도로로도 갈 수 있지만 센토사로 가는 가장 인기 있는 코스는 케이블카다. 페이버 산과 센토사를 연결한다. 페이버 산의 푸른 숲과 센토사, 그리고 둘 사이를 가르고 있는 바다 위로 케이블카가 난다. 케이블카는 페이버 산에서 출발해 중간 기착지인 하버프론트를 거쳐 센토사로 들어간다. 하버프론트는 고층 건물의 옥상을 케이블카 기착지로 활용하고 있다.
센토사 섬 거리
평일인데도 센토사에는 인파가 넘쳐났다. 특히 인기 있는 유니버설 스튜디오에는 그야말로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유니버설 스튜디오 근처에 있는 S.E.A 아쿠아리움으로 갔다. 800여 종에 이르는 10만여 마리의 해양 생물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아쿠아리움에 들어가면 수족관 시설에 앞서 해양체험관이 나타난다. 중국을 포함한 동남아시아 해양 개척 역사를 간단하게나마 소개하는 곳이다.

아쿠아리움에서 가장 먼저 관람객을 반기는 것은 난파선 수족관이다. 바다에 가라앉아 부서진 배 한 척이 있고, 그 주변으로 물고기들이 평화롭게 떠다닌다. 다른 아쿠아리움에서는 볼 수 없는 아주 이색적인 장면이다.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그 뒤에서 사진을 찍으니 그야말로 ‘인생샷’이라고 할 만한 멋진 그림이 된다.

이어서 나오는 해저터널을 지나면 각종 해양 생물들을 볼 수 있는 크고 작은 수족관들이 나타난다. 마침 청소시간이어서 잠수복을 입은 직원들이 수족관 안에서 해수와 모래를 깔끔하게 정리하는 모습이 보인다. 초대형 수족관이 나타난다. 건너편에도 유리창이 보인다. 그곳은 호텔 객실이라고 한다. 호텔 숙박객이 방에서 수족관 풍경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단체 관람을 하러 온 어린이들이 보인다. 유치원생부터 초등학생, 중학생까지 다양하다. 히잡을 착용한 여자 어린이 모습은 솔직히 매우 신기해 보인다. 그들의 문화를 오해하려는 뜻은 아니다. 아직 이런 풍경에 익숙하지 않은 탓이다. 인솔 교사는 모든 내용을 영어로 설명한다. 싱가포르에서는 영어가 공식 공용어다. 
실로소 비치
하늘에 알록달록한 케이블카가 떠다닌다. 아까 타고온 검은색 케이블카와 색이 다르다. 센토사에는 두 가지 노선의 케이블카가 있다. 페이버 산에서 센토사로 들어오는 케이블카 외에 센토사 섬 안에서만 다니는 ‘센토사 라인’이 있다. 점심을 먹은 뒤 센토사 라인을 타고 임블라 전망대 역으로 간다. 이곳에 ‘메가집 어드벤처 파크’가 있다. 열대우림 속 72m 상공에서 로프에 매달려 450m 길이의 집 라인에 매달려 미끄러지듯 바닷가에 있는 인공섬으로 내려가는 메가집의 스릴이 기다리는 곳이다. 또 로프를 매단 채 장애물을 건너는 클라임맥스, 인공 암벽 등반인 노스페이스, 파라점프와 메가바운스까지 다양한 활동을 즐길 수 있다. 이날 체험하기로 예약한 것은 메가집이었다. 솔직히 약간의 고소공포 증세가 있어 놀이시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여행을 떠나기 전 메가집을 탈 거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잠시 머뭇거렸다. 정말 실수로 "그렇게 하죠"라고 대답한 뒤 얼마나 후회했는지 모른다. 
메가집
메가집 출발대인 나무탑 4층에 섰을 때 사실 다리가 조금 후들거렸다. 까마득한 아래 섬까지 연결된 줄이 무서워보였다. 바로 앞에는 70대로 보이는 외국인 할머니가 줄을 매달고 있었다. 할머니도 기대 반, 두려움 반의 표정을 짓고 있었다. 두 눈을 꼭 감고 할머니와 동시에 출발했다. 그런데, 엥? 탑에서 뛰어내리고 1초만에 상황은 반전됐다. 이런 시설에서 두려움을 느끼려면 로프가 출렁이거나, 몸이 허공에 떠있다는 착각을 심하게 느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줄이 집라인에 얼마나 단단히 묶여 있는지 전혀 무섭지 않았다. 모든 두려움을 떨쳐 버린 뒤 주변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푸른 숲과 푸른 바다, 그리고 하얀 모래사장이 제법 그럴싸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이럴려고 겁을 먹었나,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며 실소가 터져 나왔다. 이용권을 사면 다섯 차례 이용할 수 있다고 하지만, 경험은 한 번만으로 충분했다.

사막용 차량인 버기를 타고 다시 출발지로 올라온 뒤 짐을 챙겨 다시 센토사로 돌아갔다. 최고 인기 시설인 스카이라인 루지가 기다리고 있다. 1985년 뉴질랜드에서 처음 개발한 루지 카트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루지는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매우 인기를 끌고 있다. 안전한데다 제법 속도감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핸들을 밀고 당겨 속도를 내거나 늦출 수 있어 조작법도 간단하다. 루지 카트는 무섭지도, 어렵지도 않았다. 운전을 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남들보다 조금 더 속도를 붙이고, 운전해 내려오는 각도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루지 카트보다 큰 문제는 도착지에서 출발지로 올라오는 리프트였다. 올라오면서 흔들거리기도 하고 가끔 멈추기도 하기 때문에 담력이 약한 사람들에게는 이게 제법 무섭다. 이것 때문에 루지 카트를 못 타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나이트 사파리
나이트 사파리
센토사를 떠나 싱가포르 북부 어퍼 셀레타 저수지 인근에 있는 ‘나이트 사파리’로 달려갔다. 이름 그대로 야간 개장 동물원이다. 세계에서 유일하다고 한다. 오후 7시가 넘어야 문을 여는 독특한 야간 동물원이다. 대부분 야생동물이 야행성이라는 사실에 착안해 만들었다. 조도를 달빛 정도로 맞추고, 소음을 줄여 동물의 본능을 깨우는 환경을 조성했다. 이곳에서 ‘사파리 어드벤처 투어’가 진행된다. 트램을 타고 어두운 숲길을 천천히 달리며 동물들의 밤 생활을 지켜보는 것이다.

투어에 앞서 입구에서는 ‘불 쇼’가 펼쳐진다. 글자 그대로 불을 이용한 쇼다. 입에서 불을 뿜어내기도 하고, 불을 온몸에 돌리기도 한다. 사람에 따라 재미 여부는 달라진다.

나이트 사파리는 특히 인도 사람들에게 인기가 높다. 관람객 대부분이 인도 관광객들이다. 트램에 올라타면 이어폰을 하나씩 준다. 트램의 오디오 시스템에 꽂으면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 인도어 등 8개국 언어로 투어 내용을 설명해준다. 트램이 출발한다. 주변은 칠흑같이 어둡다. 동물들의 야간 생활을 위해 최소한의 조명만 남긴 채 나머지는 꺼버린 탓이다. 심지어 트램 전조등도 켜지 않는다. 사진을 찍을 수는 있지만, 플래시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 당연히 사진이 제대로 나올 리 없다. 출발하고 1분 만에 카메라를 아예 가방에 집어넣어 버렸다. 그리고는 조용히 숲에서 들리는 새소리, 물소리, 바람 소리와 가끔 이어지는 동물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사자, 코끼리, 사슴, 물소, 늑대, 여우 등등 여러 동물이 숲속에서 편안히 쉬거나 잠을 자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안전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사람과 접촉할 수 없게 돼 있다. 이래서 인도 사람들이 사파리 어드벤처 투어를 좋아하는가, 싶었다.

한편 싱가포르관광청은 30일~12월 2일 벡스코에서 열리는 ‘하나투어 여행박람회’에 싱가포르의 호텔, 관광지와 함께 싱가포르 파빌리온으로 참가한다. 배틀 트립 형식으로 진행되는 싱가포르 여행 토크 콘서트도 진행할 예정이다.

싱가포르/글·사진=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