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다운타운] '멋'있고 '맛'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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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는 깨끗하고 먹을 거리 많고 풍부한 숲과 자연공원이 넘치는 신나는 곳이다. 사진은 저녁이면 조명과 음악으로 볼거리를 제공하는 가든스 바이 더 베이 모습.

4박5일 일정으로 싱가포르 여행을 다녀왔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떠나기 전에는 그다지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직접 가본 싱가포르는 보면 볼수록 재미있고 신기한 나라였다.

일본만큼 깨끗하고, 홍콩만큼 먹을 게 많고, 호주처럼 풍부한 숲과 자연공원이 넘쳐나는 곳이었다. 싱가포르 여행의 묘미를 소개한다.

멀라이언파크 '멀라이언 인증샷' 필수
가든스 바이 더 베이의 야간쇼 환상적
트렌디한 가게들 모인 핫플 '캄퐁 글램'
다양한 음식 파는 호커 센터도 가볼 만

먼 옛날 인도네시아 팔렘방에 상 밀라 우타마라는 왕자가 살고 있었다. 그는 어느 날 시종들을 데리고 사냥을 하러 갔다가 사슴을 발견했다. 달아나는 사슴을 따라 얼마나 달렸는지 모른다. 왕자는 처음 보는 바닷가에 도착했고, 처음 보는 섬을 발견했다. 시종들은 그곳을 ‘테마섹’이라고 불렀다. 왕자는 그 섬으로 건너갔다. 그때 눈앞에 낯선 동물이 나타났다. 왕자는 그 동물을 사자라고 생각했다. 그는 시종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 섬을 ‘사자의 마을’이라는 뜻인 ‘싱가푸라’라고 부르리라."

싱가포르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싱가포르와 사자의 이야기를 담은 전설을 읽었다. 이 전설이 사실이 아닐지도 모른다. 지금도 그렇지만, 먼 옛날에도 싱가포르에는 사자가 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설의 진실성을 굳이 파헤칠 필요는 없다. 그냥 들리는 그대로 들으면 족하다.

다운타운 코어

멀라이언 파크
싱가푸라의 전설을 다시 생각하며 싱가포르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멀라이언 파크에 갔다. ‘센트럴 비즈니스 디스트릭트(CBD)’ 근처에 있는 공원이다. 이곳에 가려면 ‘주빌리 브릿지’를 건너야 한다. 싱가포르 건국 50주년을 맞아 3년 전 완공한 다리다.

이곳에는 종일 관광객들이 끊이지 않는다. 그들이 멀라이언 파크를 찾는 이유는 단 하나.멀라이언 상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 위해서다. 멀라이언(Merlion)은 상체는 사자, 하체는 물고기인 전설의 동물이다. 영어에서 ‘인어’를 뜻하는 ‘Mermaid’와 ‘사자’라는 의미인 ‘Lion’을 합친 단어다.

먼 옛날 싱가포르가 테마섹이던 시절의 일이다. 어느 날 밤 갑자기 남쪽 해안에 강풍과 함께 해일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어마어마한 파도가 마을을 향해 달려왔다. 사람들은 모두 공포에 질려 신에게 살려달라고 기도하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바닷가 다른 쪽에서 아주 밝은 빛이 나타나더니 파도를 향해 달려갔다. 마을에서 가장 오래 살았다는 노인도 처음 보는 엄청나게 큰 멀라이언이었다. 멀라이언은 파도와 싸우기 시작했다. 한참 뒤 싸움에서 패한 파도는 물러났고, 테마섹 마을은 몰살의 위기에서 벗어났다. 승리를 거둔 멀라이언은 풀라우 벨라캉 마티, 즉 오늘날 센토사의 임비아 산에 자랑스럽게 우뚝 서더니 아침 무렵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멀라이언 파크에는 멀라이언상이 두 개 있다. 오리지널 멀라이언상은 높이가 8.6m에 이른다. 근처에는 2m 높이의 아기 멀라이언상이 있다. 멀라이언상은 바다를 바라보면서 입에서 물을 뿜어내고 있다. 그는 마리나 베이를 넘어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과거에는 모두 바다였지만, 지금은 일부가 매립돼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 가든스 바이 더 베이 공원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
이곳에는 리버 크루즈가 운행한다. 싱가포르 강의 클라크 키에서 출발해 멀라이언 파크를 거쳐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에서 회귀하는 코스를 돈다. 싱가포르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놓치지 말아야 할 곳 중 하나다. 특히 야간 크루즈는 싱가포르의 특징 중 하나인 야경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싱가포르 강을 둘러싸고 있는 고층 건물에서 비치는 화려한 조명과 강에 세워진 여러 다리를 밝히는 아담한 불빛, 강변에 늘어선 여러 술집과 식당들의 은은한 형광등 빛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마리나 베이에는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여러 건축물, 공원이 몰려 있다. 최고급 호텔인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도 그 중 하나다. 이곳에 숙박할 수 없다면 57층의 전망대 ‘스카이파크’로 올라가면 된다. 200m 높이의 고층 건물 옥상에 위치한 황홀한 전망대다. 전망대와 숙박객에게만 개방하는 수영장 및 레스토랑을 합친 면적은 3000평을 넘는다. 전망대에서는 싱가포르의 스카이라인은 물론 아름다운 도시 경관을 360도로 감상할 수 있다.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 뒤편에는 공원인 가든스 바이 더 베이가 있다. 트로피컬 가든 도시를 지향하는 싱가포르의 본질을 반영한 시설이다. 이 공원은 플라워 돔, 클라우드 포리스트라는 두 개의 돔으로 이뤄져 있다. 플라워 돔은 각종 열대 식물로 꾸며져 있고, 클라우드 포리스트에는 35m 높이의 인공 열대 산이 조성돼 있다.

가든스 바이 더 베이에는 해만 지면 사람들이 몰려든다. 슈퍼트리 그로브에서 열리는 야간쇼 ‘가든 랩소디’를 보기 위해서다. 11개의 초대형 인공 나무에 설치된 조명이 다양한 음악과 함께 아름다운 빛과 소리의 축제를 펼친다. 가든 랩소디는 매일 밤 7시 45분과 8시 45분에 진행된다. 야간쇼를 보는 방법은 간단하다. 바닥에 앉거나, 공간이 여유로울 경우 드러누워 하늘을 보고 있으면 된다. 모든 생각을 다 버리고 오직 음악과 빛을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역사와 문화·예술의 도시

싱가포르는 세계적 관광도시로 성장하겠다는 거대한 야심을 키우면서 문화, 예술에도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 문화, 예술이 뒷받침되지 않는 관광은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었다. 2005년 싱가포르 정부는 새로운 국립미술관을 세우기로 했다. 
테카 센터

문제는 장소였다. 그들이 주목한 곳은 당시 싱가포르 한복판인 대법원과 시청 건물이었다. 이들은 따로 떨어져 있던 두 건물을 연결하고 리모델링해 국립미술관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그곳이 오늘날 ‘내셔널 갤러리 싱가포르’다.

시빅 디스트릭트 구역에 있는 이 미술관은 2015년 11월 24일 문을 열었다. 규모는 6만 4000㎡로 세계적 수준이다. 이곳은 고흐, 피카소 등 유명한 예술가들의 작품은 소장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8000여 점의 싱가포르 및 동남아시아 미술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다른 곳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동남아 미술과 역사의 흐름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이색적인 미술관이다.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 인근에는 ‘아트 사이언스 뮤지엄'이 있다. 어린이와 학생들의 호기심을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는 장소다. 이름처럼 예술부터 과학, 디자인, 미디어, 건축과 기술까지 모두 아우르는 박물관이다. IT 기술을 이용해 빛과 소리를 절묘히 조화시킨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싱가포르 인구는 2017년 기준으로 547만여 명이다. 이 중 중국계가 76%로 가장 많다. 말레이계가 15%, 인도계가 7.4%로 뒤를 따른다.

중국계는 싱가포르가 영국 식민지일 때 대거 유입됐다. 당연히 이들의 역사를 담은 장소가 잘 보존돼 있다. 차이나 타운과 그곳에 있는 ‘차이나타운 헤리티지 센터’다. 헤리티지 센터는 싱가포르 초기 중국 이민자들의 삶과 시대를 소개하는 시설이다. 1950년대 차이나타운 주민들이 살던 숙소를 가장 근접하게 재현한 곳이라고 한다.
캄퐁 글램
요즘 싱가포르에서 뜨겁게 떠오르는 곳이 있다. 캄퐁 글램이다. 관광객들의 관심을 갑자기 끌게 되면서 집값이 올라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기도 하다. 캄퐁 글램은 원래 말레이계 귀족들이 살던 곳이다. 이곳에는 이슬람사원인 모스크는 물론 말레이 헤리티지 센터도 있다. 지금은 현대적인 최신 유행을 만날 수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테카 센터
인도계가 많다 보니 인도인들이 모여 사는 곳이 있다. 바로 리틀 인디아로 불리는 곳이다. 사실 싱가포르는 영국인들이 몰려오기 전부터 국제무역으로 유명한 항구도시였다. 인도인, 중국인 등이 영국인보다 먼저 이곳에 정착했다. 차이나타운에 중국인이 몰려 과밀현상을 빚자 인도인들은 다른 곳을 찾아 나섰다. 그곳이 리틀 인디아다. 이곳에는 유명한 호커센터인 ‘테카 센터’가 있다. 호커센터는 우리 식으로 하면 식당거리, 먹자골목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푸드 투어 가이드가 진행하는 ‘호커 센터 디스커버리 프로그램’이라는 미식 투어가 진행된다. 온갖 종류의 채소, 향신료, 생선, 고기 등을 파는 시장이기도 하면서, 주변 주민들이나 관광객들에게 다양한 음식을 파는 식당가이기도 하다. 중국, 인도, 말레이 음식 등 국가별 음식은 물론 이슬람교, 힌두교 등 종교에 어울리는 음식도 판다. 다만 그렇게 깔끔하지는 않기 때문에 사람에 따라 취향이 다를 수 있다.

싱가포르/글·사진=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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