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 "'신과함께' '손 더 게스트' 모두 인복이 준 선물 보따리"(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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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대한민국의 스크린과 안방극장을 되돌아보면 배우 김동욱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지난 겨울과 여름 개봉한 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 '신과 함께-인과 연'은 도합 2000만 관객을 넘기는 초대작이 됐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숨은 주인공' 수홍 역을 연기한 김동욱이 있었다.

안방극장 역시 마찬가지. 최근 종영한 OCN 수목오리지널 '손 the guest' 역시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오컬트 소재, OCN 최초의 밤 11시 편성, 공포스런 분위기 등 흥행을 장담할 수 없는 작품이었지만 최종 4%를 넘는 시청률로 상당히 주목받았다. 특히 주연들을 비롯한 빙의자를 연기한 조연들까지 말 그대로 '신들린' 연기를 보여줘 호평을 받기도 했다. 김동욱이 연기한 주인공 윤화평은 귀신을 볼 수 있는 영매 체질로 최윤(김재욱), 강길영(정은채)와 큰 귀신 박일도를 추격하는 인물. 매회 구르도 달리고 맞고, 나중엔 빙의까지 당하며 온갖 고생을 다 했다.

이런 이유로 '손 더 게스트'는 '2018 드라마 화제성' 2위에 올랐고, 김동욱은 '드라마 출연자 화제성 TOP10' 중 유일한 비 로맨스 장르 출연자로서 순위에 들었다. 이런 성적으로 김동욱은 무려 11년 전 작품인 '커피프린스 1호점' 이후 새로운 대표작을 가지게 되는 기쁨을 누렸다. 최근 서울 청담동의 한 카페서 만난 그는 드라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Q. 여러모로 선뜻 선택하기 어려웠던 작품이었을 것 같다. 출연하게 된 배경은?

"애초에 무슨 작품이든 쉽게 생각하고 덤빈 적 없어요. 게다가 '손 더 게스트'는 캐릭터 표현, 촬영 공간과 시간 등 여러 어려운 여건이 복합적으로 얽혔던 작품이에요. 그런데 사실 이런 건 크게 느껴지지 않아요. 다만 대본을 보면 훌 끌리는 드라마가 있어요. 이번이 그랬죠. 또 장르물을 꾸준히 해오신 김홍선 감독님에 대한 믿음도 있었고요."

Q. 상당히 호평 받은 수작이고 수치로도 나왔다. 소재와 편성시간을 보면 상당히 이례적인데.

"전혀 예상할 수 없었죠. 먼저 나온 수치 데이터들이 있던 것도 아니니까요. 또 수목극 밤 11시의 첫 스타트를 끊었잖아요. 그래서 시청률 보다는 '잘 만들고 싶다' 는 바람이 있었죠. 그래서 보시는 분들께만이라도 만족을 드렸으면하는 마음. 그런데 결과가 이렇게 나오니 너무 감사드립니다."

Q. 무엇보다 마지막 전무송과의 씬이 상당히 인상깊었다. 상당히 길어서 연극 같아 힘들었을 것 같기도 했다.

"일단 선생님께서 드라마 시작부터 예뻐해주셨어요. 그러다보니 함께 촬영할때는 편했어요. 그러다보니 마지막 장면은 사실 재미있었어요. 맞아요, 연극 한 편 올리는 느낌이었거든요. 선생님 대사가 엄청 길었는데 그걸 다 외워오셨더라고요. 우린 대본 받자마자 절레절레 했지만, 아무래도 공연을 하고 계시니까. 촬영 전에는 감독님이 오랜 시간을 예상했는데 선생님 덕분에 빨리 끝났어요. 게다가 그 씬은 영화 '신과함께'처럼 세트장에서 블루스크린 배경으로 촬영했어요. 그러다보니 더욱 연극 같았지요."

Q. 감정이라는 것이 주변 환경에 영향을 받기도 한다는데, 블루스크린 배경이면 감정 잡기가 더 어렵지 않나.

"앞서 말씀드렸듯 '신과함께' 촬영도 그렇게 하다보니 오히려 집중이 더 잘 된 것 같아요. 처음에야 동선이나 공간활용에 대한 가이드가 없어서 어리둥절했는데, 이제는 익숙해지고 오히려 배우끼리 집중하면 되는 부분은 좀 편해요. (전무송)선생님께서도 전혀 어색해하지 않으시더라고요."


Q. 육광(이원종)과의 케미가 상당히 재미있었다.

"얼핏 생각하면 육광은 가족 같은 존재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화평이 가족이 할아버지 뿐이니까요. 그런데 가족이 아니라 친구에요. 화평이 성인이 되서 만난 인물 중 유일하게 친구가 되어준 인물이 육광이거든요. 그래서 가족보단 살면서 사귄 유일한 친구, 사람이 소중하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인물이에요."

Q. 윤화평이란 인물이 상당히 입체적이다. 게다가 온도차이가 큰데 의상처럼 겉으로 보이는 것들은 제한적이라 표현하기도 어려웠을 것 같다.

"사실 사전제작아니고서야 시작부터 끝까지 캐릭터가 어떻게 만들어질지 모르는 일이잖아요. 그래서 '준비'라는 것은 기본적 설정만 가지고 가는 걸로 생각해요. 그런데 어떤 인물인지 알려드려야 하고, 이 캐릭터로 빠른시간 안에 시청자분들께 신뢰감을 심어줘야하는 작업이 힘들죠. 이런 부분은 의상이나 헤어스타일 등 외형적인 부분에서 도움을 받기도 하는데, 윤화평은 그런 것이 별로 없음에도 심경변화를 두드러지게 보여드려야했죠. 그러다보니 오히려 변화 포인트가 많으면 '시청자 설득 작업'이 방해될 것 같더라고요."

Q. 준비를 많이 한 만큼 시청자들의 평가가 좋았다. 특히 밤 11시에 어울리게 무서운 분위기가 상당히 잘 표현됐다.

"개인적으로는 오컬트, 호러 이런 장르 그렇게 좋아하진 않아요. 그리고 '손 더 게스트' 방송 전에는 '무섭다' '안 무섭다' 개념이 잘 안 잡혔어요. 촬영하고 모니터링에 집중하다보니 그렇게 되더라고요. 2부까지도 '캐릭터가 이렇게 보여지는구나'라는 생각이었죠. 그런데 사람들이 무서워하더라고요? 처음엔 몰랐는데 중반부터는 이해가 가더라고요. 그래도 전 뭐가 어떻게 나오는지 아니까 무서운 건 좀 덜했어요. 하하."

Q. 마지막회에서 윤화평 강길영 최윤이 바닷가에서 엎치락뒤치락 하는 장면을 보면서 '꽤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청산도 앞바다였는데 상당히 추웠어요. 그래도 호흡이 잘 맞아서 빨리 끝낼 수 있었어요. 정작 가장 어려웠던 촬영은 할아버지 병실에서 독백하며 울던 장면이에요. 사실 딱 보면 '나 슬퍼요'하는 모습인데 너무 뻔하잖아요. 무슨 이야기 할지 예상도 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분들께 '화평이가 힘든 싸움을 하고 있구나'라는 걸 알려드려야하는 장면이라 정말 어려웠어요."

Q. 많은 사람들이 '박일도=윤화평'을 의심했다. 결론은 할아버지가 박일도였지만. 본인은 언제 알았나.

"하하. 정말 질문 많이 받은 것에요. 저희 주연 셋은 알고 시작했어요. 다만 어떻게 과정이 그려질지는 몰랐죠. 그러다보니 결론을 알았든 몰랐든 화평이가 달라졌을 것 같진 않았을 것 같아요. 마지막에 박일도가 누구라는 것을 알고 계산해서 연기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Q. 박일도가 자신을 가리켜 '김사다함', '선묘', '생치새', '아리나발마'라고 칭하더라. 그런데 알고 보니 모두 신라시대 사람이더라.

"박일도의 설명을 보면 '그것은 동쪽 바다에서 온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신라가 동해에 인접해있으니까, 아마 그것때문이 아닐까요."

"엔딩을 보면 셋이 다시 만나잖아요. 저희는 그건 몰랐어요. 그래서 촬영하면서 열린 결말인가 싶고 시즌2도 없진 않을까 막연하게 생각만 했죠. 우리끼리는 농담삼아서 '시즌2는 코미디로 가자. 박일도가 올라왔는데 어? 여기 아니네?라면서 다시 바다로 내려가는 걸로 하자'고요. 하하. 영화화도, 저를 불러만 주신다면야 너무 감사하죠."

Q. '손 더 게스트'도 그렇고 '신과함께'도 그렇고 모두 잘 됐다. 배우 김동욱의 연기 인생에 어떤 전환점이 되었나.

"감사하게도 인복이 좋은 것 같아요. 동료 배우들도, 스태프들도 다 좋은 사람들을 만났어요. 그러다보니 두 작품 모두 저에겐 큰 선물이에요. 어릴 적에는 산타 선물을 기다리지만 조금만 크면 산타가 무엇인지 알게 되잖아요. 그런 상황인데 어느날 일어나니 엄청난 선물을 받은 느낌이죠. 그것도 엄청나게 큰 보따리로요."

김상혁 기자 sunny10@

사진=키이스트, 롯데엔터테인먼트, OCN 제공


Q. 시즌2를 요구하는 시청자들이 많다. 영화화 이야기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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