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전증' 원인과 한방 치료] 나 떨고 있니… '오장육부 불균형'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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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 일부분이 불규칙하게 떨리는 증상이 진전증이다. 오장육부의 불균형이 뇌 신경계에 악영향을 주면서 손떨림, 목소리 떨림 등이 나타난다. 수한의원 김봉수 원장이 환자를 진맥하는 모습. 수한의원 제공

#사례1=김지현(24·여·가명) 씨는 고등학생 때부터 가끔씩 머리 떨림이 있었고 2년 전부터 증상이 심해졌다. 대학병원 신경과에서 MRI 촬영 등 각종 검사를 받았으나 별다른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고, 처방받은 약을 복용해도 큰 차도가 없었다. 현재 고개가 한 쪽으로 기울어진 상태로 머리를 발작적으로 떠는 증상이 심해서 취업이나 사회생활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김 씨는 이로인해 우울과 불안 증세까지 겪고 있다.

#사례2=차종윤(49·가명) 씨는 10년 전 갑자기 손이 떨리면서 글쓰는 것이 힘들어졌다. 2년 정도 신경과에서 약을 처방받아 복용했지만 약을 먹을 때는 증상이 어느 정도 호전되고, 약 기운이 떨어지면 다시 증상이 재발했다. 지금은 약을 먹어도 잘 듣지 않는다. 도서관 사서로 일하고 있는 그는 수전증으로 직장을 그만둬야 할지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다.

갑자기 손·머리 떨림 증상 나타나
숟가락질·글 쓰는 일 등에 곤란

체질·유전적 요소로 선천성 많아
신경학적 진찰·심리검사 등 실시
뇌신경계 기능 이상 개선 치료

■사회생활 악영향…심하면 우울증 등 동반

손 떨림, 머리 떨림과 같이 신체의 일부분 또는 여러 부분이 불규칙적으로 떨리는 증상을 나타내는 것을 '진전증'(振顫症. Tremor)이라고 한다. 손떨림은 수전증(手顫症)이라고도 하는데, 임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진전증의 하나다. 이외에도 목소리가 심하게 떨린다든지, 몸의 전반적인 떨림을 호소한다거나 평상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특정 동작을 할 때만 긴장성으로 경직된 떨림이 유발되는 경우도 있다.

진전증은 대부분 특별한 원인이 없이 갑자기 발생하며, 점차적으로 증상이 심해지게 된다. 환자들은 평소 예민한 성격을 가지고 있거나 불안을 쉽게 느끼는 경우가 많다. 불안이나 스트레스 등에 의해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가 많고, 특히 남들 앞에 서서 발표를 한다거나 타인의 시선이 의식되는 경우 긴장이나 불안이 가중되면서 진전증이 더욱 심해진다.

진전증이 있으면 일상생활에서 숟가락, 젓가락질을 하거나 글을 쓰는 등에 곤란함을 겪고, 머리를 깎거나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등 가만히 있는 것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어려움이 생긴다.

또 학업이나 직업수행 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러한 진전증은 사회생활에도 악영향을 끼쳐 심한 경우 우울증, 불안장애, 사회공포증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진전증은 왜 생기는 것일까. 파킨슨병 등 특정 질병이나 뇌의 구조적·기능적 이상, 약물이나 알코올 유발성 등으로 인한 떨림이 아니라면 사실 진전증의 정확한 원인은 알려져 있지 않다. 특별한 원인이 없음에도 발생하는 진전증을 '본태성 진전'(本態性震顫. essential tremor)이라고 한다.

김봉수 수한의원 원장은 "진전증의 명확한 원인은 알려져 있지 않지만, 가족력이나 환자들의 특성, 발병양상, 증상의 경과 등을 살펴볼 때 개인의 체질이나 유전적인 요소로 인한 선천성과 관련이 깊다"며 "또 운동조절 기능과 관련된 뇌의 기저핵과의 연관성을 추정해 볼 수 있다. 신경회로의 이상으로 진정증과 같은 이상운동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장육부 불균형을 바로잡아야

진전증은 오래전부터 있었던 병으로, 한의학에서도 이와 관련한 많은 연구와 치료가 이뤄져 왔다.

한의학에서는 움직임이 있는 병을 풍(風)이라고 하는데, 간(肝)과 관련이 있다고 본다. 한의학에서는 간주노(肝主怒)라고 해서, 간(肝)은 스트레스 조절과도 관련이 있는데, 타고난 간의 기운이 약한 경우 떨림 증상이 생기거나 긴장이나 스트레스로 인해 떨림이 악화될 수 있다.

동의보감 신문(東醫寶鑑 神門)을 보면 심허(心虛)로 인해 수전(手顫)이 발생한다는 기록이 있다. 이외에도 여러 한의학 서적을 살펴보면 진전증의 원인으로 기허(氣虛), 혈허(血虛) 연령의 증가에 따른 진전증이 제시돼 있다.

김 원장은 "이를 종합해보면 심허(心虛), 간풍내동(肝風內動), 기혈양허(氣血兩虛), 간신음허(肝腎陰虛) 등 오장육부의 불균형이 운동을 조절하는 뇌신경계 기능이상의 기저 원인이 됨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한의학에서는 문제의 원인을 개인별로 다르게 파악하기 때문에, 각각의 경우에 맞는 원인을 찾아 감별 진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의원에서 진전증을 진단할 때는 환자의 병력 청취, 신경학적 진찰, 심리검사, 자율신경 검사 등을 시행하며 이와 함께 한의학적인 사진(四診)을 합해 문제의 원인과 체질적 특성, 증상의 정도 등을 평가한다. 이를 바탕으로 개별적인 치료방향을 설정하게 된다. 한의학에서는 증상 개선만이 아닌 본(本)을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증상 개선과 함께 근본이 되는 오장육부의 불균형과 그에 연계되는 뇌신경계의 기능이상을 개선해주는 치료가 필요하다. 선천적으로 약하게 타고난 부분을 도와주고, 조화와 균형을 바로 잡아주면 인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조절하는 능력이 좋아지게 된다.

김 원장은 "진전증은 시간이 지나면서 신체 기능의 저하, 뇌의 노화 현상과 함께 대체로 떨림 증상이 심해지거나 손만 떨리던 사람이 머리가 함께 떨리는 등 없었던 증상이 함께 생기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가능한 조기에 적극적인 치료를 해 증상을 완화시키고 악화되는 것을 막아주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김병군 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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