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 끝나지 않는 '라돈 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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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돈 아이' 신뢰성 논란… "공포심 조장" vs "1차 경고 효과"

지난 14일 라돈 검출 의혹을 받고 있는 부산 강서구 한 아파트에서 ㈜한국환경기술연구원 관계자가 라돈 수치를 정밀 측정하기 위해 실내공기질측정기를 설치하고 있다. 부산일보DB

3살 아이를 둔 A(34·여·부산 강서구) 씨는 간이측정기 '라돈 아이'로 집 안 검사를 할지 혼란스럽다. 동네 일부 '맘'들이 라돈 아이 신뢰성에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물품 위에 두고 측정할 경우, 실제보다 높은 수치가 나와 괜한 공포심만 조장할 수 있다는 말이 나돈다. 최근 부산시까지 '라돈 파동'이 일었던 한 아파트에 대해 자주 접촉하지 않는 물품 위에서 측정한 것은 무의미하다고 지적했다. A 씨는 "라돈 아이 대여에 열을 올린 지자체까지 이제 와서 믿지 못한다는 반응을 보여 답답하다"면서 "아이 건강 등과 직결된 문제인데 어느 누구도 시원하게 얘기해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집에서 간편히 라돈 검출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라돈 아이의 신뢰성을 두고 주민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공기질 위주로 측정해야 한다는 지자체와 달리 전문가들은 물품 측정도 '1차적 경고 메시지'로 의미가 크다고 주장한다.

한 아파트서 기준치 5배 측정
정밀 측정 결과 "잘못된 수치"

부산시 "측정 방식 잘못된 탓"
"불안감 키워" 부정적 의견도

전문가, 市 주장 등에 반발
"정해진 사용법 따로 없고
위험 가능성 경고, 긍정적"


지난 11일 부산 강서구 A아파트에서 한 입주민이 라돈 아이로 집안 현관과 화장실에 설치된 대리석을 측정한 결과 기준치(200Bq/㎥) 5배에 달하는 1000Bq/㎥의 라돈이 검출됐다. 이후 더불어민주당 북·강서을 지역위원회가 재조사를 벌였을 때도 8세대 중 3세대에서 기준치 이상 라돈이 나왔다. 그러나 이후 부산시가 48시간에 걸쳐 정밀 측정을 벌인 결과 라돈은 모두 기준치 이하였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지역위원회가 벌인 조사와 무려 30배가량 차이가 났다. 시는 앞선 2차례 조사에 대해 "측정 방식이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호흡기와 밀접한 공기질이 아닌 평소 접촉하지 않는 대리석 위에 라돈 아이를 두고 측정한 것은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시 측은 "라돈 아이는 호흡기와 밀착된 베개, 매트릭스, 공기질을 측정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안다"면서 "측정 수치에 라돈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유해 가능성이 적은 토론(Thoron)까지도 포함돼, 실제보다 위험하게 보이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올 6월부터 부산시가 시민에게 대여하고 있는 라돈 측정기. 부산시 제공

그러나 전문가들은 시의 주장을 '섣부른 판단'으로 본다. 대리석 등 자주 접촉하지 않는 물품이라도 라돈 아이 측정 결과 기준치를 훌쩍 넘는 수치가 나왔다면 추가 조사를 벌여야 한다는 것이다. 물품 위에 올려두면 안된다는 등 정해진 라돈 아이 사용법도 없다고 말한다. 다만 라돈 아이는 빨아 들인 가스를 내뿜는 펌프가 없는 탓에 일정기간 환기를 시킨 뒤 재사용해야 점은 유의해야 한다.

라돈 아이 개발에 참여한 조승연 연세대 환경공학부 교수는 "대리석에서 꽤 높은 수치가 나왔다면, 투과력이 세고 외부 피폭을 일으키는 감마선이 검출될 가능성도 있다"면서 "콘크리트에서도 수치가 높게 나오는 등 시민들이 여러 방식으로 측정하면서 오히려 내재된 새로운 위험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긍정적 효과가 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조 교수는 이번 강서구 A아파트의 측정이 대리석의 라돈 함유 문제를 공론화시키는데 크게 일조했다고 본다. 조 교수는 "라돈에 대한 기준이 없다 보니 건축업자 등도 무분별하게 브라질, 중국 등에서 값싼 대리석을 들여오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이성진 사무국장은 "라돈 아이는 토론 구분 여부를 떠나 생활반경에 유해한 방사능 물질이 있는 지를 먼저 알리는 간이 장비"라며 "특정 물품 위에서 측정한 값이라도, 환기 정도 등에 따라 인체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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