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말 광] 의료진과 분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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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원 교열부장

"정무위 소속인 제(윤경) 의원 보좌진이 정무위 소관 부처에 전문 정책관으로 갔고, 우(원식) 의원 보좌진도 정무위 소관 기관에 전문 정책관으로 갔다는 이야기가 있다."

지난달 김용태(자유한국당) 의원이 당 비상대책위 회의에서 한 말이다. 같은 날, 같은 당 김진태 의원은 공정거래위원회 국감장에서 김상조 공정위 위원장에게 "우 의원의 보좌진이 공정위에 채용된 것을 아느냐"고 물었고, 김 위원장은 "우 의원 비서관이 응시했다는 것은 보고를 받았지만, 인사혁신처 차원에서 심사위원을 선정해 결과대로 1순위 위주로 임명했다"고 답했다.

여기서 살짝, 우리 정치인들 국어실력에 의구심이 생긴다. 국립국어원에서 펴낸 <표준국어대사전>(표준사전)을 보자.

*-진(陣):(일부 명사 뒤에 붙어)'사람의 무리' 또는 '집단'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간부진/배역진/의료진/보도진/임원진/취재진.)

그러니, '보좌진'은 최소한 2명이라는 얘기가 된다. 하지만 전문 정책관이 된 제 의원 보좌관과 우 의원 비서관은 각각 1명이어서 '보좌진'은 각각 '보좌관, 비서관'이라야 했던 것. 하지만 국립국어원의 국어실력은 더 의심스럽다. 바로 위에 보기로 나와 있는 '의료진' 뜻풀이를 표준사전에서 보자.

*의료진(醫療陣): 의료 부문에 종사하는 전문 인력들의 진영 또는 능력.(대학 병원 의료진/최고의 의료진을 파견하다.)

여기서 '전문 인력들의 진영'은 알겠는데, '또는 능력'은 대체 뭘까. '의료진'이 '의료 전문 인력들의 능력'이라니, 도무지…. 이런 판이면 보도진은 보도 전문 인력들의 능력이 되고, 임원진은 임원들의 능력이 될 터. 혼란스럽기로는 국립국어원이 운영하는 개방형 국어사전인 <우리말샘>도 뒤지지 않는다.

*분양자(分讓者): 토지나 건물 따위를 나누어 파는 사람.(아파트 2중 분양에 속은 분양자들이 공사 중인 아파트에 기습 입주한 뒤 피해 보상을 요구하며 5일째 농성을 벌이고 있다.(연합뉴스 1994년 7월) 특히 일부 분양자의 경우 퇴직금을 전액 투자하고 이도 모자라 은행 대출을 통해 점포 2개소를 분양받은 것으로 알려졌다.(충청투데이 2012년 1월))

분양자를 '파는 사람'이라 정의해 놓고도, 보기글에서는 '분양받은 사람'을 분양자라고 부른다.(같은 사전에 '분양을 받는 사람'은 '피분양자(被分讓者)'로 올라 있다.) 그래도 그렇지, 국립국어원에서 운영하는 사전들인데…. jinwon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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