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시선] 인생의 첫 시험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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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교 시인

올해의 수능은 어느 해보다 어려웠다고 한다. 이제 또 논술이라는 이름의 시험이 기다리고 있으니, 일부 젊은이들은 아직도 초조한 시간 속에서 책장을 넘기고 있으리라. 유치원 비리, 어린이집 비리, 문제 유출 비리 등을 보면서, 그래도 시험을 치지 않을 수 없는 젊은이들에게 몇 가지 당부의 말을 하고 싶다.

먼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인생 모범 답안 없고 걸어가는 길 중요
책을 읽더라도 열렬히, 행간을 읽어야

인생의 주인은 '자기'… 휘둘리지 말길
성공 못지않게 실패가 주는 힘도 있어


첫째, 인생의 주인은 '자기'이며 자기는 또한 주인공이라는 것이다. 절대로 어머니, 아버지에게, 또는 누님, 동생에게, 혹은 주위의 그 누군가에게 흔들리지 말라는 것이다. 둘째, 그 누구와 절대 비교하지 말라는 것이다. 때때로 그 누구와 비교하는 말을 많이 들을 것이다. 거기 휘둘리지 말라고 나는 꼭 말하고 싶다. 나는 어디까지나 나일 뿐이라고. 나는 그가 아니라고. 셋째, 모범 답안을 쓰려고 하지 말라고. 인생에 모범 답안은 없다. 걸어간, 또는 걸어가는 길이 중요할 뿐이다. 넷째, 그러므로 방향 설정을 하는 일이 중요할 것이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은 자기가 가장 잘 아는 법이다. 아마 아직 방향 설정을 못했다면, 그건 아마도 눈치를 보고 있거나 늘 비교를 하는 주위 사람들의 말에 귀 기울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다섯째, 일찍 방향 설정을 한 사람이 세상을 그만큼 성과 있게 걸어가리라. 나는 삶의 고비에 이를 때마다 한 면접관을 생각한다. 그 사람은 오랫동안 한 회사에서 면접을 담당한 분이었다. "좋은 대학 나쁜 대학의 차이 별것 아닌 것 같습니다. 방향 설정의 이르고 늦음과 준비 상황입니다. 방향 설정이 빠르면 그 준비도 철저할 것이고, 그것은 결국 그를 성공으로 이끕니다. 그런 예를 참 많이 보았습니다." 그렇다. 준비이다. 철저한 준비는 성공적인 길을 앞에 펼쳐 보일 것이다.

다음은 잊어야 할 것이다. 아마도 이것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의 반대편에 선 생각들이리라.

첫째, 인생의 주인공이 자기임을 순간적으로, 그리고 자주 잊는 것을 잊어라. 둘째, 자기도 모르게 그 누구와 자기를 비교하는 것. 그리고 비교에서 오기 마련인 절망이라든가, 우울, 가망 없음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 그것을 잊어라. 셋째, 모범 답안을 생각해 내려 하는 것을 잊어라. 모두 비슷하게 사는 듯이 보여도 다 다른 게 인생이다. 자기가 걸어가는 길은 항상 첫길이다. 처음 정거장이다. 그것은 우리를 끊임없이 살게 만드는 힘이리라. 넷째, 모든 것을 다 잘하려는 생각을 잊어라. 오늘의 세상은 만능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전문을 필요로 한다. 다섯째, 많은 책을 읽어야 한다는 압박감을 잊어라. 세상의 책을 모두 읽을 수는 없다. 두어 권만을 읽어라. 그러나 열렬히 읽어라. 열렬히 읽어라 함은 행간을 읽어라 함이다. 특히 글쓰기는 더욱 그 행간을 기다릴 것이다. 여섯째, 걸어라. 걸음은 생각을 깊어지게 한다. 걸으면서 우리는 사물에 더욱 가까이 갈 수 있다.

마지막으로 성공이 주는 것과 실패가 주는 것이다. 성공 앞에선 자칫 오만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 가장 걱정된다. 오만한 성공보다는 실패가 낫다. 그는 그 실패 때문에 오히려 성공을 지향하게 될 것이다. 야생의 황량한 땅에서 크는 나무에 달리는 열매에만 들어 있는 물질, 안토시안. 지난가을의 포도들을 생각한다. 그 검보랏빛 성취의 알맹이들을 생각한다. 어디 포도뿐인가. 역경에서 일어나려는 모든 열매들의 열정과 잘못 뿌리를 내리고 앉은 그 실패들을 생각한다. 실패의 힘을 생각한다.

최근에 돌아가신 한 출판인은 원래 문학도였으나, 신춘문예에 늘 떨어지는 바람에 출판을 시작했고, 그 출판은 대성공을 거두어 출판 그룹을 이루었다. 고인이 된 어떤 작가는 대학에 낙방했으나, 그 때문에 소설을 쉬지 않고 쓸 수밖에 없어 많은 책을 썼고, 그것이 그를 시대의 작가가 되게 했다. 하긴 이런 유의 이야기는 너무도 많이 들었으리라. 문제는 자기의 인생을 항상 첫 경험으로 인정하며 가슴을 바람에 내밀고 걸어가는 것이다. 성공하건 실패하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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