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문학가의 서재] 자연에 대한 반성문
쓰레기통 잠들다/박혜선
크리스 감독의 다큐멘터리 '알바트로스'에는 바다에 떠 있는 플라스틱을 먹이라고 생각하고 어린 새에게 이를 먹이고 있는 가슴 아픈 장면이 있다. 북태평양 한가운데 위치한 미드웨이 섬에 수천 마리의 어린 알바트로스가 뱃속에 플라스틱이 가득한 채로 죽어 볕에 말라가고 있는 모습은 충격적이다. 플라스틱 등 우리가 버린 쓰레기가 생태계를 파괴하는 비극을 빚어내고 있는 것이다.
'바다 위를 떠다니는 플라스틱 조각들/모래밭에 반짝이는 유리 조각들/그래서 바다의 쓰레기를 치우는 청소부가 되기로 했다.//날면서 병 뚜껑 보면 꿀꺽 삼키고/날면서 유리 조각 만나면 주워 담고/ 장난감 조각부터 스티로폼, 볼펜에 칫솔까지/굴꺽꿀꺽 주워 담아/자기 몸을 쓰레기통으로 만들기로 했다.//가장 멀리/가장 오래 나는 알바트로스/오늘 그 큰 날개를 접고 바닷가에 조용히 몸을 뉘었다./뱃속 가득 쓰레기를 채우고도/넘치는 쓰레기 남겨 두고 떠나 못내 아쉬운 듯/끼룩끼룩 몇 마디 남기고/밀려오는 파도 소리 들으며 눈을 감았다.'('쓰레기통 잠들다')
인간이 오염시킨 바다의 청소부가 되어 죽어간 알바트로스, 북극곰에게 사람 대신 사과하는 햇빛, 바람 등 이 동시집을 읽으면 정말 자연에게 미안해진다. '참고 참고 참고/이해하고 이해하고 이해하고/용서하며 용서하며 용서하며/250만 년을 견뎌왔어/그러니까 이제 그만//내 집에서 나가 줄래?//from지구'('to 인간' 전문)
환경 파괴에 대한 반성 없이 생활의 편리함만 찾다보면 이런 편지를 받게 될 지도 모른다.
조윤주
동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