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주의 회화의 대표' 이광호 신작을 만나다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전시작 'Untitled'를 배경으로 자세를 취한 이광호 작가. 조현화랑 제공

'선인장' 시리즈로 잘 알려진 이광호(51) 작가는 한국 화단에서 사실주의적 회화를 대표한다. 극(極)사실적인 기법으로 실제보다 확대된 선인장을 통해 존재에 대한 두려움과 경외감을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선인장을 넘어 '가시덤불'과 '습지'를 소재로 한 작가의 신작들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조현화랑(부산 해운대구 중동)은 오는 25일까지 '이광호 개인전'을 연다. 전시에는 뉴질랜드의 초원과 습지를 배경으로 작업한 'Untitled' 연작 20여 점을 선보인다. 이 작가가 부산에서 개인전을 갖기는 2010년 선인장 시리즈를 중심으로 한 'Touch'(조현화랑) 이후 8년여 만이다.

부산 조현화랑서 개인전
뉴질랜드 초원과 습지 배경
'Untitled' 연작 20여 점 선봬


전시작들은 같은 듯 다른 두 가지 풍경의 모습을 각각 두 개의 공간에서 선보인다. 재현(再現)으로서의 회화를 넘어서 촉각적, 감정적 언어를 부여해 새로운 환영과 느낌을 표출해낸다. 특정 장소의 한 부분을 포착해 단순히 형태의 윤곽을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 자신이 그 안으로 들어가 느끼고 만진 감각을 캔버스에 표현했다. 선인장 시리즈에서는 찔릴 것 같던 메마른 가시들이 이번 가시덤불 연작에서는 오히려 따뜻하고 포근한 촉각을 불러일으킨다. 함께 선보이는 습지 시리즈는 거대한 자연 속 '비밀의 화원'을 찾은 듯 때론 고요하고 낭만적이기까지 하다.

뉴질랜드의 자연을 배경으로 한 이번 작품들은 공간의 깊이를 표현했던 앞선 작업보다 공간의 부피와 시선의 높이가 넓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Untitled 1752'의 경우 크기가 가로 259.1㎝, 세로 486.3㎝에 달할 만큼 대작. 모든 작품이 광대한 풍경을 담고 있음에도 관람객은 마치 창밖을 내다보듯 관망하는 자세를 가지고 된다. 이름 모를 다양한 수풀들은 화려한 색으로 어지럽게 엉켜져 캔버스에 가득 메워져 묘사되어 있다.

이 작가의 전작(前作)도 부산에서 감상할 수 있다. 부산시립미술관에서 내년 2월 17일까지 열리는 '동아시아 현대미술-BOTANICA'에서는 작가의 선인장 시리즈 몇 점을 전시 중이다. ▶이광호 개인전=25일까지 조현화랑. 051-747-8853.

박진홍 선임기자 jhp@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