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말 광] 교열기자의 전쟁터
/이진원 교열부장
'해가 갈수록 새로운 컨셉을 만들어 내기가 힘겨워진다./통풍은 퓨린이라는 단백질이 몸속에서 요산 결정체를 생성하며 관절 주위를 자극해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교열기자가 뭐 하는 사람이냐고 궁금해하시는 독자가 많은데, 저런 문장에서 '컨셉, 퓨린'을 '콘셉트, 푸린'으로 고치는 사람이다. "현장에서는 '컨셉, 퓨린'으로들 쓴다"는 항의를 무마해야 하는 것도 교열기자의 일. 그러니, 교열 업무, 특히 외래어 표기는 항상 현장과 규정, 실제와 이론이 맞부딪는 첨예한 전선이기도 하다. 저 전선에서는 대개 교열기자가 승리한다. 근거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마음이 마냥 편하지는 않다. 저렇게 주장하다 보면, 꽉 막힌 원칙주의자가 된 듯한 느낌도 들기 때문이다.
교열기자가 자괴감을 느끼는 원인은 여럿이다. 가장 먼저, 국립국어원. 잘못된 표기가 널리 퍼진 다음에야 현실과 동떨어진 표기법을 결정해 당혹스럽게 한다. 둘째는 한국말을 쓰는 언중(말무리). 고급한 사용자들마저 쉬운 순화어를 놔두고 끊임없이 잘못된 외래어 표기를 고집한다. 셋째는 일본. 이 나라를 거쳐 들어온 일본어식 외래어들은 파생 능력까지 갖춰, 끊임없이 새끼를 치는 바퀴벌레를 보는 느낌마저 들 정도. 교열기자를 난감하게 만드는 외래어들을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