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일가족 살인사건] "용의자 평소에도 상습 폭행 피해자 강아지도 던져 죽여"
입력 : 2018-10-29 22:55:21 수정 : 2018-10-30 11:44:37
25일 오후 4시 12분 신 씨가 범행 도구가 든 가방을 들고 조 씨 집으로 올라가는 모습. 부산경찰청 제공지난 25일 부산에서 발생한 '사하구 일가족 살인사건'(본보 29일 자 9면 보도)과 관련해 숨진 용의자 신 모(32) 씨가 평소에도 폭력성을 보였다는 피해자 지인들의 증언이 나왔다. 여기에다 피해자 조 모(33·여) 씨의 어머니가 평소 신 씨를 탐탁지 않아 했다는 증언까지 나오면서 가족들까지 모두 살해한 범행의 동기가 구체화하는 모양새다. 또 신 씨가 지난달 전자충격기를 구매한 사실까지 확인되면서 한 달 전부터 범행을 준비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자신을 피해자 조 씨의 친구라고 밝힌 A 씨는 29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신 씨가 평소 상습적으로 조 씨를 때렸다고 주장했다. 또 신 씨가 이별 통보에 격분해 조 씨가 애지중지 키워온 강아지를 집어 던져 죽이는 등 과격한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고 전했다. 사건과 관련해 경찰 참고인 조사를 받은 A 씨는 사망한 조 씨의 동거 사실을 알고 있던 몇 안 되는 지인이다. 조 씨의 또 다른 친구 B 씨도 조 씨와 나눴던 SNS 내용을 공개하며 이 주장을 뒷받침했다.
피해자 지인들 잇단 증언
동거 집서 피해자 나온 뒤
용의자 분노 극대화 추정
9월께 전자충격기 구매
한 달 전 범행 준비한 듯
검찰, 유족에 긴급 지원금

A 씨는 "지난 8월 초 다툼으로 가전제품을 다 던져 집을 엉망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그길로 친구가 '강아지를 데리고 엄마 집에 가서 살겠다, 너랑은 못살겠다'며 집을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조 씨가 짐을 찾으러 양산의 동거 집에 갔을 때는 이미 신 씨가 강아지를 죽인 뒤였다. A 씨는 "강아지 데리고 나가 평생 살겠다며 친구가 집을 나간 것에 화가 나서 신 씨가 강아지를 집어 던져 죽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신 씨의 분노는 그 이후에 극대화한 것으로 추정된다. A 씨는 "강아지가 죽은 뒤 조 씨가 어머니와 함께 짐을 가지러 양산 집에 갔는데, 그날 어머니가 화가 나서 신 씨의 뺨을 때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신 씨의 분노가 조 씨뿐 아니라 가족 전체에까지 미친 이유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A 씨는 "친구의 어려운 사정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일을 못 막은 것만 같아 너무 죄책감이 든다"면서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사건이 제대로 밝혀져 친구의 억울함이 조금이나마 풀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 씨가 범행에 사용한 전자충격기가 지난달 중순께 양산경찰서에서 소지 허가를 받은 것으로도 확인됐다. 신 씨가 범행 한 달 전부터 계획을 세웠을 수도 있다는 방증이다. 양산경찰서 관계자는 "당시 호신용으로 발급을 신청했고 강력 전과 등이 없어 무리 없이 발급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부산 사하구 일가족 살인사건과 관련해 피해자 유족에게 긴급 지원금을 전달했다.
부산지검 서부지청은 지난 24~25일 30대 남성이 헤어진 여자친구와 일가족 3명을 살해한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 유족 4명에게 지난 26일 장례비 1200만 원을 지원했다고 29일 밝혔다.
앞서 부산지검은 유족들이 경황이 없을 것을 고려해 먼저 연락을 취한 뒤 긴급지원금 신청의사를 확인하고 문무일 검찰총장의 결재를 받아 사건 발생 이틀 만에 이례적으로 신속히 긴급지원을 했다.
검찰은 범죄피해자가 신청하면 범죄피해자 지원 심의위원회를 열어 경제적 지원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긴급 지원금 최대한도는 피해자 1인당 300만 원이다.
서유리·김백상 기자 yo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