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홍조의 계절] '볼빨간 사추기' 방치하면 만성 염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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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저녁으로 쌀쌀해진 요즘, 건조한 찬바람과 온도 차로 갑자기 얼굴이 붉어지는 안면홍조를 겪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안면홍조는 자신감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자칫 방치하면 만성 염증성 질환으로 이어져 삶의 질이 크게 저하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안면홍조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대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코·볼·이마 붉어지며 열감 느껴
피부 희고 얇은 30~50대 빈발
민간요법 등 부적절 관리 많아

초기엔 피부 장벽 회복부터
이후 염증 연고· 레이저 치료 등

■안면홍조 계속되면 '주사'


안면홍조는 코, 볼, 이마 등 얼굴 중심부 피부가 갑자기 붉게 변하면서 열감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감정 변화나 약간의 온도 변화로 수축했던 혈관이 이완하면서 얼굴이 갑작스럽게 붉어지거나, 이유 없이 항상 붉은 경우를 말한다. 피부가 하얗고 얇은 사람들에게 잘 생기며 30~50대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

대한피부과학회가 조사한 현황을 보면 최근 3년간(2015~2017년) 안면홍조 환자 수가 약 20% 정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안면홍조를 질환으로 인지하는 환자 비율은 45%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환자들은 주로 민간요법에 의존하거나 기능성 화장품 등으로 안면홍조를 관리하고 있어 치료를 위해 피부과에 내원하기까지 평균 13개월이라는 긴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수영 벧엘피부과 원장은 "일반인은 물론 안면홍조 환자들도 질환에 대한 정확한 인지가 부족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환자들이 조기에 진단받지 못해 만성 염증성 질환으로 악화할 위험이 매우 높다"고 경고했다.

많은 사람이 얼굴이 붉어지는 증상을 안면홍조로만 알고 있는데, 안면홍조가 계속되는 상태를 '주사'(rosacea)라고 진단한다. 안면홍조 대부분은 '주사'의 초기 증상이거나 일부 증상인 경우가 많다. 주사는 코, 양볼, 턱, 이마 등 안면 중심부에 홍조, 홍반, 모세혈관 확장증, 염증성 구진·농포 등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얼굴 중앙 부위를 침범하는 만성 충혈성 질환으로 보면 된다.

주사가 생기는 원인은 아직 확실히 밝혀진 바가 없으나,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전적 요인, 혈관의 취약성, 호르몬, 세균 감염, 모낭충 등 다양한 원인이 작용한다고 알려졌다. 그중에서도 정상보다 사소한 자극에도 쉽게 혈관이 늘어나는, 혈관의 취약성이 주된 원인이다. 한 번 늘어난 혈관이 원래대로 잘 수축하지 않고, 확장 상태가 계속되는 것이다.

최 원장은 "안면홍조나 주사를 단순한 혈관성 질환으로 생각해 정확한 감별 없이 레이저 치료만 반복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경우 오히려 질환이 악화할 수 있다"면서 "피부과 전문의에게 정확하게 진단받은 후 환자 증상에 따라 단계별로 치료해 질환의 악화를 막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환자별 증상에 따라 단계적 치료

안면홍조와 주사는 증상에 따른 적절한 치료 시기가 중요하다.

환자별 증상에 따라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은데 △손상된 피부 장벽 회복 △피부염증 조절 △확장된 혈관 치료 △홍반 치료 같은 순서로 치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선 피부 장벽 회복 단계를 살펴보면, 안면홍조, 주사 환자 대부분은 피부가 민감하고 피부 장벽이 무너져 있는 경우가 많아 이를 건강하게 되돌리도록 치료용 초음파나 장벽 회복 관리를 통해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필요하다. 세안 시 미지근한 물로 약산성의 순한 클렌저를 사용해야 한다. 세안 직후 충분한 양의 보습제를 발라주고, 자외선 차단제에 민감하지 않다면 외출 시 최소 SPF 30 이상의 자외선 차단제를 발라야 한다.

2단계인 피부염증 조절의 경우 주사의 피부 병변에는 염증이 오랜 기간 진행돼 있어 경구 항생제를 장기간 먹어야 한다. 국소 연고제로는 최근 환자들에게 반응이 좋은 '수란트라 크림'을 꼽을 수 있다. 주사의 한 원인으로 알려진 모낭충을 치료하고, 피부염증을 개선하는 연고다.

3단계인 확장된 혈관은 레이저로 치료한다. 레이저 치료는 늘어지고 손상된 혈관을 재생하고 탄력성을 회복하는 주사 치료에 있어 효과가 가장 우수하다. 혈관을 치료하기 위해 한 가지 레이저를 사용하는 게 아니라 깊이와 범위에 따라 다양한 치료가 필요하다. 피부 바깥쪽의 손상된 혈관을 먼저 치료하고 깊은 혈관을 순차적으로 치료하는 게 중요하다. 이미 손상된 혈관을 치료 후 점차 깊은 층의 혈관을 치료하면 쉽게 붉어지고 피부가 민감해지던 증상들이 개선된다.

마지막 단계는 홍반 치료다. 홍반을 치료하는 데도 혈관 레이저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레이저 치료는 환자의 증상을 빠르게 완화하고, 재발률을 현저히 감소시키는 장점이 있다.

최 원장은 "안면홍조와 주사는 방치하면 심각한 피부질환으로 이어져 삶의 질에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올바른 치료를 받는다면 충분히 개선될 수 있는 질환이어서 조기에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세헌 기자 corni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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