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회 요산김정한문학상-심사평] "우리 안에 내재된 분단, 다시 생각하게 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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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부산일보 4층 회의실에서 제35회 요산김정한문학상 심사위원회가 열렸다. 사진 왼쪽부터 조갑상 황국명 김경연 유익서 구모룡 심사위원. 이재찬 기자 chan@

세상이 외면한 고통을 적시하고 고통을 유발하는 세상을 적발하며 시대와 착오하면서 시대를 도발하는 견결한 불온성이 요산문학의 정신이라면, 올해 요산김정한문학상 최종 후보에 오른 10편의 소설들은 모두 그 정신을 온전히 체현한 작품들이라 하겠다.

그러나 치열한 작가정신에 비해 형식이 이를 충분히 지지하지 못한 작품들이 없지 않았다. 서술의 밀도를 일관되게 유지하는 데 실패하거나, 거시적 서사에 몰두하면서 미시적 관점을 놓치거나 반대로 미시적 서사에 집중하면서 거시적 현실에 대한 성찰이 약화되는 경우가 있었고, 소재를 확장하려는 고민이 부족하거나 형식의 실험이 소박한 수준에 그친 작품들도 있었다.

하지만 정영선의 <생각하는 사람들>은 북한이탈주민의 신산한 남한살이를 통해 외재적 현실로서의 분단을 환기하는 동시에 우리 안에 내재한 분단을 진지하게 성찰한 작품이다.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무관심과 편향에 저항하면서 민족으로 이들을 손쉽게 환대하거나 위험한 적으로 배척하거나 가련한 이웃으로 연민하는 상투적인 재현의 관행을 탁월하게 극복한다. 남과 북 어디에도 완전히 소속되지 못한 경계인으로서 이들의 불안한 현존을 천착하면서 소설은 '민족' '이웃' '적'을 초과하는 그들의 실존을 '생각하는 사람들'로 새롭게 구성한다. 단수가 아닌 복수, 관념이 아닌 실체로서의 북한이탈주민의 서사를 다시 쓰기 위한 작가의 진력과 분투가 역력히 읽힌다는 점에서 <생각하는 사람들>의 의의는 각별하다.

진지한 토론과 숙고를 거듭한 끝에 심사위원들은 정영선의 <생각하는 사람들>을 제35회 요산김정한문학상 수상작으로 흔쾌히 결정했다. 지역에 터 잡고 살며 우리 사회 소수자들의 삶을 치열하게 성찰하고 성실하게 써온 작가의 노고에 깊은 경의를 표한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더 높은 성취와 또 다른 진전이 있기를 기대한다. 심사위원

조갑상 유익서 황국명 구모룡 김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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