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용후핵연료 처분장 전제 없이 검토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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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원전 고리 3·4호기와 한울원전 한울 1·2호기의 사용후핵연료 임시 저장 수조 사용 용량이 90%를 이미 넘어섰다고 한다. 지금처럼 원전이 계속 가동되면 고리원전은 2024년이면 포화 상태에 이른다. 게다가 한국수력원자력이 사용후핵연료 저장 포화율 수치를 낮게 산정해 포화 시기가 현재 예측보다 1년 이상 앞당겨질 것이라는 지적까지 국감에서 제기됐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폐기장 부지 선정을 포함한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는 정권마다 미뤄 온 최장기 미해결 국책과제다. 그러나 더 이상 모른 척 눈 감고 지나갈 수 있는 때가 지났다. 고준위 방폐장 건설에는 부지 선정부터 완공까지 20년 가까이 걸린다. 지금 당장 착수해도 임시 저장시설 포화 시기를 넘기게 된다. 원전 내 임시 저장시설이 가득 차면 원전 가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이 문제가 해결되지 못한 것은 고준위 방폐장 대상 지역 주민의 반대 때문이다. 이번에도 극심한 반발이 불가피하겠지만 그렇다고 회피할 수는 없다. 앞으로 수십만 년간 사용후핵연료를 안전하게 보관해야 할 시설인 만큼 안전성이 최우선이다. 전국을 대상으로 모든 것을 열어 놓고 대상지를 검토하지 않으면 안 된다. 혹시라도 현재 원전 내 또는 인근에 건설하려 한다면 이미 수십 년간 고통 받은 원전 주변 주민을 두 번 죽이는 일이 될 것이다.

정부는 올 5월 고준위방폐물 관리정책 재검토준비단을 구성했고, 연내 내부 준비를 거쳐 내년부터 공론화 과정에 들어간다는 입장이다. 대책 마련에 속도를 더 내야 한다. 정부는 하루빨리 로드맵을 국민 앞에 투명하게 공개하고 관련 절차를 서두를 필요가 있다. 국민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한편 우리가 사용한 원전의 사용후핵연료 처리는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 스스로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을 알려 이해를 구하려는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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