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인생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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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이라고 하면 아름답게 꾸미는 일로만 생각했다. 부산디자인센터가 무료로 개설한 시민디자인아카데미 첫날 이노디자인 김영세 대표의 강연을 듣고 생각이 달라졌다. "세상에서 가장 큰 호텔이 어디냐?", "현대자동차보다 더 크지만 자동차를 하나도 만들지 않는 회사는 어디냐?" 김 대표는 수수께끼 같은 질문을 먼저 던졌는데, 답은 각각 '에어비앤비'와 '우버'였다. 이들과 함께 애플, 구글, 아마존과 같은 회사가 디자인을 잘 이용해서 성공했다고 한다. 디자인의 핵심은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찾는 것이다. 김 대표는 '공유'라고 하는 디지털의 특징을 활용해 현재의 비즈니스 모델을 디지털로 바꾸면 성공할 수 있다고 했다. 또 남의 불편함을 참지 않고 찾아내서 해결하면 성공하는 디자이너가 될 수 있다고 소개했다. "비틀스는 노래, 피카소는 그림, 스티브 잡스는 사과를 남겼는데 당신은 무엇을 남길 것인가"가 마지막 질문이었다.

'명견만리'를 만든 KBS 윤진규 PD가 "KBS에서 근무한다는 게 더 이상 자랑이 아닌 시대가 되었다"고 신세 한탄한 것에도 고개가 끄덕여졌다. 방송국에서도 시청률보다 유튜브 조회 수가 더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연예기획사로만 알았던 YG엔터테인먼트가 직접 만든 시트콤이 이달부터 넷플릭스를 통해 방송되고 있다. 네이버는 YG엔터테인먼트에 1000억 원을 투자한 2대 주주라고 한다. SM엔터테인먼트의 유튜브 채널은 전 세계에서 구독자 수가 1000만이 넘는다. 무한경쟁의 시대가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다. 요즘 방송국의 고민은 '킬러 콘텐츠(killer contents)'라고 한다. MBC의 '무한도전'이나 JTBC의 '뉴스룸' 같이 미디어가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핵심 콘텐츠를 말한다. 그는 "시간과 비용의 유한성 속에서 아이디어를 선택해 방송을 만들어 내는 것이 PD의 운명이다. 여러분의 킬러 콘텐츠는 뭐냐"고 물었다.

시민디자인아카데미 수강생 가운데는 후반기 인생을 잘 디자인해보고 싶다는 사람이 많았다. '밥퍼봉사' 일을 한다는 분은 노숙인을 위한 디자인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제대로 된 디자인 없이 좋은 건축물이 나올 수 없다. 부산디자인센터가 2기 수강생을 모집하고 있다. 인생 디자인하기에도 좋은 계절, 가을이다. 박종호 논설위원 nlea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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