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말 광] '실외체육관' 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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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원 교열부장

*군더더기: 쓸데없이 덧붙은 것.(군더더기가 많다/군더더기를 붙이다/좋은 글은 군더더기가 없어야 한다./두 속은 피차에 환하게 들여다보고 있는 듯하여 잔사설을 늘어놓는 것이 도리어 군더더기 같았다.<현진건, 적도>)

국립국어원이 펴낸 <표준국어대사전>(표준사전) 뜻풀이인데, 보기글에 나온 것처럼, 좋은 글을 쓰려면 군더더기를 없애는 훈련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병원장 도장 날인·근로계약서 위조·자금 횡령 행정원장>이라는 기사 제목을 보자. '날인(捺印)'이 '도장을 찍음'이라는 뜻이니 구태여 '도장 날인'이라고 쓸 필요가 없다. '병원장 날인'이나 '병원장 도장 찍어'라야 했던 것.

<주한 키르기스스탄 대사, "정부 인정하지 않는다, 해외에 정치망명 신청">이라는 제목에도 역시 군더더기가 있다. '망명'의 표준사전 뜻풀이는 '혁명 또는 그 밖의 정치적인 이유로 자기 나라에서 박해를 받고 있거나 박해를 받을 위험이 있는 사람이 이를 피하기 위하여 외국으로 몸을 옮김'. 그러니 '망명'이면 충분한데 굳이 '해외 망명'이라고 할 일이 아니다. 아래는 부산시 체육시설관리사업소 누리집(홈페이지) '시설대관안내'에 나와 있는 '경기장별 온라인/오프라인 신청 가능 경기장' 안내.

'온라인:아시아드보조경기장, 사직실내체육관, 구덕실내체육관, 강서실내체육관, 기장체육관/오프라인:아시아드주경기장, 구덕주경기장, 요트경기장광장, 강서체육공원테니스장, 강서체육공원, 양궁경기장.'

한데 여기 나온 '실내체육관'들도 어색하다. '실외'체육관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표준사전을 보자.

*-관(館)(일부 명사 뒤에 붙어)'건물' 또는 '기관'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대사관/도서관/박물관/영사관/영화관/체육관.)

이렇게 '건물'에만 붙일 수 있는 접미사를 쓰면서 왜 '실내'라는 군더더기를 붙이는지 모를 일이다.('기장체육관'은 제대로 썼다.) 게다가, 아시아드보조경기장이나 요트경기장광장은 건물이 아닌데도 '대관'이라니….

'수십여명의 사망자를 낸 라오스 댐 붕괴사고의 시공사인 SK건설이 정부의 해당 사업 추진 단계부터 특혜를 받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 기사에도 군더더기가 보인다. '수십여명'이 문제인 것. '수십'에 그 수를 넘는다는 뜻의 접미사 '-여'가 붙으면 수백 명인지 수천 명인지 알 길이 없다. 아마도 '수십 명'일 터. jinwon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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