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마이스(MICE)에 디테일을 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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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정오 벡스코 대표이사

"신(神)은 디테일에 있다." 독일의 유명 건축가인 루트비히 미스 반데어로에(Ludwig Mies van der Role)가 성공 비결에 대한 질문에 매번 내놓던 대답이다. 아무리 거대한 규모의 아름다운 건축물이라도 사소한 부분까지 최고의 품격을 지니지 않으면 결코 명작이 될 수 없다는 뜻이다. 디테일은 최근 트렌드 리포트에 자주 등장하며 비즈니스 화두로 떠 오르고 있다. 특히 성장기의 정점, 차별화가 어려운 사업일수록 더욱 그렇다.

부산이 UIA(국제협회연합)가 발표한 지난해 국제회의 개최 도시 간 세계 순위에서 역대 최고인 세계 7위, 아시아 4위에 올랐다. 수도가 아닌 지방 도시 가운데선 1위를 기록하며 세계인이 선호하는 국제회의 개최지로 지속 성장해 나가고 있다.

대도시가 가지는 편리한 인프라에 아름다운 바다와 산이 한곳에 어우러진 천혜의 자연·관광자원까지 두루 갖춘 부산은 비즈니스와 레저가 동시에 가능한 세계에서도 보기 드문 도시이다. 특히 마이스(MICE·회의 포상관광 컨벤션 전시회) 행사가 열리는 벡스코로부터 10분 이내 거리에 다양한 숙박, 음식점, 쇼핑, 문화시설까지 갖추고 있어 행사를 개최하기에 최적의 도시이다. 또한 부산시를 중심으로 벡스코, 부산관광공사, 회의 기획사, 관련 기관과 기업들의 유기적인 협력은 타 도시가 부러워하는 부산의 큰 경쟁력이다.

그러나 이러한 개최지 환경과 운영 역량만으로 7000여 개의 다국적 기업이 있는 싱가포르, 2000여 개의 국제기구가 위치한 브뤼셀 등 세계 최고의 국제회의 도시와 차별화하긴 어렵다. 유수의 컨벤션 도시가 가진 물리적 환경과 기능이 상향 평준화될수록 그들과의 경쟁을 위해서는 모든 것을 잘하려고 할 것이 아니라 철저히 고객 관점에서 그들이 체감할 수 있는 가치에 맞는 디테일 영역이 무엇인지 찾아내야 한다.

사실 성숙기 시장에서 판을 바꾸려는 시도는 혁신으로 연결될 확률이 높지 않다. 이럴 때 평상시에 미처 보지 못했던 디테일한 것들에 고객이 실질적으로 반응할 수 있다. 이러한 디테일은 국제회의 기획에서부터 관리 과정까지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는 테마다. 소소한 배려나 즐거움이 주는 디테일로 주최자와 참가자의 마음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진정성이 담긴 디테일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다.

런던에서 개최되는 몇몇 국제회의는 컨벤션센터에서 공항까지 셔틀버스를 운행하기보다 지하철 카드인 오이스터(Oyster)를 제공한다. 공항 셔틀버스가 아닌 대중교통카드를 제공함으로써 오히려 참가자들은 행사가 개최되는 기간 관광객이 아닌 현지인, 런더너(Londor)가 되어 생활하는 것과 같은 경험을 하게 된다. 우리도 국제회의에 참여하기 위해 부산에 머무는 참가자들에게 주는 '부산 마이스투어 카드'를 좀 더 활성화하면 어떨까? 현지인이 되어 생활하는 체험은 부산을 더욱 친밀하게 느끼게 할 것이다.

우리도 현지인과 소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해 부산에서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 준다면 참가자의 만족도를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우리가 힘들게 유치해 개최한 행사들이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지역의 경제와 문화 발전, 지식 도시로의 성장에 기여할 수 있도록 보다 세심하게 신경을 써야 한다. 다음에 가족과 다시 방문하고 싶은 도시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프로그램, 고객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진정성이 담긴 기획, 이러한 디테일이 하나씩 축적되어 가다 보면 고객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될 것이다. 이것이 지속가능한 부산 마이스 산업 발전의 토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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