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작리뷰] 6. 김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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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5월 광주 '김군' 보며 무수한 '김군'들을 떠올리다

영화 '김군'. BIFF 제공

한 장의 사진이 있다. 1980년 5월 광주의 무장 시민군으로 보이는 한 사내가 장갑차 위에서 카메라를 응시한다. 매서운 눈빛의 그는 한 번 보면 쉬이 잊힐 것 같지 않은 포토제닉의 얼굴이다. 보수 논객 지만원 씨는 5·18 북한군 개입설을 제기하며 사진 속 인물을 북한 특수군, 그 가운데서도 첫 번째 인물(이른바 '제1 광수')로 지목한다. 과연 사진의 그는 누구인가. 강상우 감독의 '김군'(와이드앵글 한국다큐멘터리 경쟁 부문)은 이 사진 한 장과 이 질문으로부터 시작된 영화다. 무모와 야심 사이에서 '김군'은 사진 속 인물을 알 수도 있는 당시 시민군이던 생존자들, 시민군을 목격한 광주 시민, 5·18 연구자, 사진을 직접 찍은 사진 기자 등을 찾아가 본다. 돌아온 그들의 대답은 불완전하고 조각나 있으며 때때로 공백 상태이거나 심지어 왜곡돼 있다.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있었다고 해도 저마다 기억하는 대상과 순간, 기억의 선명도는 다르다. 계속된 시도로 영화는 누군가의 진술과 증언을 얻고, 묘연하던 사진 속 인물은 얼마간의 실체를 갖는다. '김군'이라는 성 씨로 1980년대 전국적으로 상당히 많았던 넝마주이의 한 사람.

'김군'의 탐문 끝에 무명씨로 남아 있던 사진 속 사내는 우리에게 '김군'이 돼 다시 눈앞에 섰다. '김군'은 누군가의 선연한 발자국 뒤를 밟는 추적의 영화가 아니다. 알려지지 않은 사실을 알아내기 위해 더듬대며 찾아가 묻는 탐문의 영화다. 이 차이를 잘 알고 있는 '김군'은 처음부터 '제1 광수' 주장에 반박하거나 사진 속 인물을 꼭 찾아야만 하는 목표의 영화에 방점을 두지 않았다. 오히려 '김군'은 '김군'을 찾기까지 만난 시민군 생존자 등이 들려주는 단편적이고 어긋난 이야기, 많이 아팠고 때론 아름다웠던 순간의 소환에 귀를 기울인다. 그러니 맞춰야 할 퍼즐 조각의 밑그림 같은 건 애초에 없었다. 조각들을 모아 이렇게도 붙여보고 저렇게도 붙여보는 그 시도와 그렇게 얻게 된 정연하지 않은 잠정적 실체야말로 체감 불가능하고 복구할 수 없는 1980년 5월의 광주를 더듬어보는 하나의 가능한 방법 같다. '김군'은 사진 이미지가 뿜어내는 강렬한 아우라, 사진으로 특정된 그때 그 사람들의 존재 증명, 사진 안팎에서 존재 증명조차 되지 못한 무수한 무명씨들 역시 생각하게 한다. '김군', 개별성을 담보하지 못한 무명에 가까운 호명이 아니던가. '김군'은 사진의 '김군'이자 그에 투사되는 무명의 '김군들'이기도 하다. 


정지혜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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