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회 BIFF] 원도심권 흥행 카드 '커뮤니티 BIFF' 인기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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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열린 EDM 파티 '옥상 날다'. 사진=고영준·손호균 인턴기자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올해부터 원도심권의 '흥행 카드'로 내세운 '커뮤니티 BIFF'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개막일(5일) 태풍 콩레이의 영향으로 일부 행사가 축소되는 등 시련을 겪었지만 독특하고 다양한 프로그램 구성으로 첫 행사치곤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출발은 불안했다. 5일 오후 사실상의 개막식으로 40계단에서 진행하려 했던 이명세 감독의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촬영 20주년 기념행사가 인근 갤러리로 옮겨 진행돼 아쉬움을 남겼다. 아이와 부모가 함께 영화를 즐기는 콘셉트로 마련한 '비프랑 키즈랑' 첫날 행사도 폭우가 내린 탓에 예약자 중 상당수가 불참하는 일이 벌어졌다.

태풍으로 행사 차질 불구
'마스터 톡''대학독립만세'
술 마시며 관람 '취생몽사' 등
독특·다양한 프로그램 '성황'
올해 첫 시도 '성공작' 호평

6일 '마스터 톡'에 나선 윤종빈 감독이 영화 속 장면을 해설하고 있는 모습.
기상여건이 좋아지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국내 최초로 영화제에 도입된 코멘터리 픽쳐 쇼(Commentary Picture Show) '마스터 톡(Master Talk)'은 예약 매진 사례를 기록하는 등 큰 인기를 누렸다. 부산영화체험박물관에서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이명세 감독, 5일) '범죄와의 전쟁(윤종빈 감독, 6일) '낮은 목소리 2'(변영주 감독, 7일) 등 3편의 영화를 관객들이 감독과 함께 관람하며 실시간으로 주요 장면에 대한 해설을 듣는 것이 흥미로웠다. 최근 개봉한 영화 '공작'으로 유명세를 탄 윤종빈 감독은 객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에게 자신의 조카를 극 중 최익현(최민식 분)의 아들로 등장시킨 것과 경남 김해의 나이트클럽에서 촬영할 당시의 에피소드, 기장 온천장 달맞이고개 등 부산 곳곳을 돌며 영화를 찍었다는 사실을 장면마다 상세히 설명해 큰 호응을 얻었다.

'취생몽사'(8일)는 국내 최초로 '주당(酒黨) 관객'을 위해 마련됐다. 부산영화체험박물관 1층 테라스에 오후 11시부터 9일 오전 5시까지 벽면을 스크린 삼아 '밤치기' 등 4편의 영화를 상영하면서 술을 마실 수 있도록 했다. 출입 제한도 없어 보기 싫은 영화가 나오면 바깥으로 나와도 아무 문제가 없다. 가무(歌舞)와 함께 영화를 보고 싶어 하는 관객들을 위한 '쇼타임'(8일, 부산영화체험박물관)도 인기를 끌었다. 영화 '맘마미아 2'를 상영하면서 영화 자막과 함께 벽면에 노래방 자막을 동시에 표시해 따라 부르기 쉽게 했다. 부산영상예술고 학생 4명이 마이크를 잡고 관객들의 '떼창'을 유도하는 등 진풍경이 연출됐다.

전국 대학영화 '올스타전' 성격으로 기획된 '대학독립만세'도 호평을 받았다. 대학 졸업생들이 제작한 단편영화 36편을 엄선해 3일간(5·7·8일, 부산영화체험박물관) 릴레이로 상영됐다. 풋풋한 멜로부터 신선한 소재의 코미디, 사회적 소수자를 다룬 드라마까지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이 호평을 받았다. 관객 문지윤(20·인천 연수구) 씨는 "독립영화를 접할 기회가 적었는데, 주제별로 여러 편의 독립영화를 모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었다. 이해도 잘 되고 독립영화 전반에 대한 관심이 늘었다. 홍보가 덜 된 점이 아쉽다"고 소감을 밝혔다.

축제에는 파티가 빠질 수 없는 법. 7일 오후 9시 부산영화체험박물관 옥상정원에서 열린 EDM파티 '옥상날다'는 영화라는 공통 관심사를 가진 젊은 층의 '교류의 장'으로 한몫했다. 일반 관객과 영화 전공자, 영화인 등 70여 명이 참가해 함께 대화도 나누며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등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독립영화 '보호자'의 주연 배우 김승민(35) 씨는 "관객들과 교류할 기회가 드문데, BIFF가 이런 기회를 만들어줘서 고맙다. 앞으로도 이같은 행사가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밖에 '비프랑 키즈랑'도 6번의 프로그램 중 3번이 매진되는 등 성황을 이뤘고, 같은 관심사를 가진 관객들에게 그에 적합한 영화를 제공하는 커뮤니티 시네마도 시네필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조원희 커뮤니티 BIFF 예술감독은 "내년부터는 프로그램을 더욱 다양하게 준비하고 커뮤니티 BIFF에서도 신작을 상영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박진홍 선임기자·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jhp@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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