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부일영화상 심사평] 어느 때보다 큰 설렘과 감격 안긴 후보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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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올해 부일영화상 본선 진출작 리스트를 처음 받아들었을 때, 어느 때보다 감격스러웠음을 고백해야겠다. 개인과 사회의 역사를 균형 있게 엮어냄으로써 대중과 평단의 지지를 고루 받았던 '1987'(장준환 감독), 스파이 장르의 보수성 안에서도 뛰어난 작가정신을 보여준 '공작'(윤종빈 감독), 치밀한 각본과 탁월한 영상미로 사극의 지평을 넓힌 '남한산성'(황동혁 감독), 현대 사회에 잠재해있는 불안의 문제를 세련된 영화적 화법으로 풀어낸 '버닝'(이창동 감독), 예술가의 시선에 대한 비범한 고찰이 담긴 '클레어의 카메라'(홍상수 감독)가 최우수 작품상 후보에 함께 올라 있다는 사실은 심사위원이나 영화평론가 이전에 한국영화를 사랑하는 한 명의 관객으로서 뿌듯함과 설렘을 갖도록 만들기에 충분했다.

수작 많아 작품상 결정에 난항
독립영화 더 많이 소개할 수 있길

그러나, 예상대로, 수작들의 편수에 비례해 심사는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특히 최우수작품상과 감독상을 결정하는 데는 지난한 토론과 몇 차례의 재투표를 거쳐야 했다. 임권택 영화감독(심사위원장)과 강내영 경성대 연극영화학과 교수, 김성수 영화감독, 김이석 동의대 영화학과교수, 유지나 동국대 영화영상학과 교수, 윤성은 영화평론가, 전찬일 영화평론가, 정달식 부산일보 문화부장, 정민아 성결대 교수, 허문영 영화평론가 등이 고민의 무거운 짐을 함께 졌고, 각자 최선의 결정을 내렸다. 의견이 흩어질 때면 읍소에 가까운 설득이 이어지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올해 심사위원 다수의 마음을 가장 강하게 사로잡은 영화는 여섯 개 부문의 후보에 올라 최우수작품상, 각본상을 비롯해 다섯 부문을 휩쓴 '공작'이었다. 액션 없이도 첩보물의 긴박함을 십분 살렸을 뿐 아니라 배우들의 노련함, 시대가 반영된 남성 캐릭터 구축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세계적인 시네아스트, 이창동의 새로운 연출적 실험과 현대사회에 대한 통찰이 빛났던 '버닝'은 감독상과 음악상(모그)을 거머쥐었다.

'공작'의 이성민, 주지훈이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을 가져간 것처럼, 공교롭게도 여우주연상과 여우조연상 수상자 역시 '허스토리'의 두 배우 김희애, 김선영으로 결정됐다. '허스토리'는 '아이 캔 스피크'(김현석 감독)보다 화제성은 떨어졌지만 위안부 재판 소재의 영화로 배우들의 열연뿐 아니라 부일영화상에서 재조명할 필요가 있는 작품이라는데 이견이 없었다. 또한, 올해의 독립영화로 손꼽히는 '소공녀'의 전고운 감독, 고교 레슬러들의 중독성 강한 성장 이야기 '튼튼이의 모험'의 주연배우 김충길이 각각 신인감독상, 신인남자배우상의 영예를 안게 됐다. 내년에는 더 많은 독립영화를 시상식 무대에서 소개하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2019년은 한국영화 100주년을 기념하는 해다. 더 긴 시간의 토론과 설득의 과정이 필요하다 해도 또 한 번 한국영화계가 풍성한 1년을 맞길 바라며 수상자(작)들에게는 축하를, 지금도 현장에서 땀 흘리고 있는 우리 영화인들에게는 심심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윤성은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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