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판처럼…' 부산대 총학도 '댓글 조작'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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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학교 총학생회 임원들이 정치판처럼 학교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여러 계정으로 여론 조작을 시도(사진)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총학생회장은 본인 명의로 사과문을 게시했지만 학생들은 총학생회에 공개 사죄와 관련자 징계를 요구하는 등 반발 여론이 들끓고 있다.

논란의 불씨는 지난달 30일 부산대 온라인 커뮤니티 '마이피누'에 올라온 글이었다. 부산대 50대 총학생회 '위잉위잉'은 이날 오전 5시 20분께 "최근 관리·인력 문제 등을 이유로 이 사이트에 있던 학생회 소통 게시판을 자체 홈페이지로 이전한다"면서 앞으로 총학생회 홈페이지 등을 이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마이피누'서
총학 비판댓글 놓고 갑론을박
임원 '아닌 척' 단 옹호글 의혹
사실 확인돼 학생들 사과 요구


사이트 관리자 측에 따르면 마이피누는 2011년부터 매년 총학생회의 요청에 따라 학생회 임원들이 공지사항 등을 올릴 수 있는 온라인 공간을 임대해 왔다.

마이피누의 학생회 게시판을 이용하지 않겠다는 총학생회의 글이 올라온 지 7분이 지나, A 회원이 총학에 비판적인 댓글을 달았던 다른 회원들을 싸잡아 비꼬는 댓글을 달았다. 이에 B 회원이 '총학생회가 비판적인 목소리를 듣기 싫어 소통창구를 없애려는 것이냐'는 댓글을 달면서 댓글 격론이 벌어졌다.

문제는 해당 게시물에 댓글을 단 A 회원이 1시간여 전인 이날 오전 4시 14분, 같은 게시판에 총학생회 공식 계정으로 글을 올린 회원이라는 사실이 들통나면서 불거졌다. 총학생회가 추진하는 영화 관람 이벤트 글에 A 회원이 댓글을 달자 '글쓴이'라는 마크가 새겨졌고, 이에 커뮤니티 회원들이 "학생회 임원이면서 신분을 숨기고, 닉네임만 교묘히 바꿔 일반 학우인 척 총학을 옹호하는 댓글이나 게시글을 올렸다"고 의혹을 제기하면서 여론 조작 논란이 확산했다.

총학생회 측은 30일 오후 "A 회원이 총학생회 운영진은 맞지만 개인의 독단적인 행동과 의견일 뿐 총학 차원의 조직적인 댓글 조작은 없었다"는 입장문을 게재했다. 그러나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자 마이피누 측은 자체 조사를 벌였고, 그동안 총학 옹호 댓글을 작성한 10개 아이디의 아이피(IP) 주소와 총학 계정 아이피가 일치하는 등 여론조작 의도가 명백하다며 해당 아이디와 총학생회 계정을 영구정지하기로 했다고 1일 밝혔다.

이에 대해 부산대 총학생회장 황 모(26) 씨는 개인 명의로 해명글을 올리고 "총학은 여론조작을 시도한 적이 전혀 없으며, 총학생회 구성원들이 개인적인 글을 쓴 것을 총학생회에서 관리할 수 없었다"며 "하지만 총학생회 일원으로서 절대 가지면 안 되는 태도였고 많은 학우에게 크나큰 상처를 드리게 돼 죄송하다. 이번 문제의 해결책을 찾겠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커뮤니티 회원들은 학생회장이 신분을 숨기고 쓴 것으로 추정되는 글을 갈무리해 퍼 나르는 등 총학생회가 이전에도 댓글 여론을 조작하려 했다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한 학생은 "총학생회가 밝힌 구성원이 35명인데, 이 중 여론 조작 가담이 확인된 아이디가 10개면 이미 총학생회장을 포함한 총학생회의 30%가 댓글 조작에 연루되었다는 것"이라며 "조직적 연루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민소영 기자 missi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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