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 동남권 현장백서] 4. 일상 파고드는 4차 산업 '빅뱅'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유통·금융 등 'LTE급 변화' 따라잡기 벅찬 지역 산업

부산은 스마트시티, 클라우드, 드론, VR(가상현실) 등 다양한 4차 산업혁명 준비를 해 왔지만 자영업자 대책 등 사회적 대안 마련에는 소홀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달 초 부산 벡스코에서 동시에 열린 IT 엑스포 부산, 클라우드 엑스포 코리아, 2018 ITU 유스 포럼 등 3개 행사 중 '2018 K-ICT WEEK in BUSAN' 행사. 강선배 기자 ksun@

4차 산업혁명이라는 익숙하지만 여전히 '남의 일'처럼 느껴지는 변화는 산업 현장뿐 아니라 일상도 바꿔 놓고 있다. 대다수가 막연히 정보통신기술(ICT)로 편리해진다고 여기지만 지역 경제나 개인 삶의 질에 깊숙이 연결돼 있다는 인식의 전환이 요구된다. 특히 동남권은 변화 흐름을 타지 못한 채 소비시장 역할에 머물고 있으며 기술·인력 토대도 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 7월 온라인쇼핑 거래액
전체의 1/4인 9조 4567억 원
모바일 뱅킹 매년 20~30% ↑
실생활 전방위 분야서 변화 가속

자영업 비중 큰 부산·경남권
관련 벤처기업도 80개에 불과

지역 차원 대책 서둘지 않으면
소비시장으로 남을 가능성 커

■더 이상 '딴 나라' 얘기 아냐

지난해 말, 부산 도심에 노란색 자전거들이 난데없이 등장했다. 거리나 아파트, 공원에 세워진, 이 자전거를 누군가가 몰고 다니다 근처 적당한 곳에 대놓고 사라지곤 했다. 빅데이터, AI(인공지능) 등을 활용하는 중국 공유자전거 업체 '오포(ofo)' 서비스가 부산에 상륙한 것이다.

오포의 공유 자전거 서비스 부산 상륙은 대단히 상징적이다. 낯선 외국 기업이 전에 없던 서비스를 들고 우리 오프라인 삶에 끼어드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은 글로벌 IT기업이나 대기업이 첨단 기술로 새 비즈니스 기회를 찾는 상황 정도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동남권에도 이 같은 일상 속 4차 산업혁명 변화가 진작 시작됐다. 쇼핑부터 여행, 엔터테인먼트, 건설, 의료, 교육 등 일상 전반이 포함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표적인 분야가 유통업계다. 글로벌 IT 기업 서비스에 맞서 국내 대기업과 IT기업도 소비자가 소비하고 즐기는 행태를 데이터로 축적·분석해 무인 점포, AI 상담 등 새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2018년 9월 27일 부산 해운대구 A편의점의 음료수 판매량을 예측하고 대응하는 일도 가능한 시대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7월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9조 4567억 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전체 소매 거래액의 4분의 1에 해당한다.

특히 모바일쇼핑 거래액이 5조 9201억 원으로 전체의 62%나 차지할 정도로 소비자들은 휴대폰으로 음식을 배달시키거나 호텔을 예약하는 일이 익숙하다. 동남권도 온라인 소비가 활발하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온라인 채널 부산지역 회원 비중이 6.2% 수준이다. 오프라인 회원 비중(7.5%)에 못 미쳐도 증가 속도는 빠르다. 경남도 오프라인 회원 비중이 5.2%로 오프라인 비중(6.0%)에 육박했다.

금융 부문도 4차 산업혁명 격전지다. 최근 4~5년 새 모바일 뱅킹은 이용자나 이용 금액이 매년 20~30% 증가하고 있다. 2017년 기준으로 하루에 모바일뱅킹 이용금액은 3조 9630억 원에 이른다. 온라인뱅킹 전체적으로 하루 43조 원 넘는 금액이 오간다. 특히 카카오뱅크가 1년 만에 회원 수 660만 명을 넘기는 등 온라인은행의 약진은 금융권 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은행들도 AI 등 신기술을 적용하고 있으며 IT 기업이나 유통 기업과도 손잡고 있다.

■마냥 반길 수 없는 동남권

일상 속 4차 산업혁명 변화가 가속화하지만 동남권은 하나의 소비시장으로 남을 공산이 크다. 동남권은 자영업 등 서비스업 비중이 커 다른 지역보다 충격이 더 크다는 점이 우려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부산·경남 자영업자 비율은 25.5%로 충청(10.2%), 호남(9.3%) 등에 비해 배 이상 높다.

지역 자영업자들도 당장은 배달, 숙박 예약, 부동산 등 새로운 O2O(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 기업과 손잡는 식의 대응을 하고 있다. O2O 서비스 기업이 ICT기술로 온라인이나 모바일 상에 소비자와 자영업자를 직접 연결,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편리한 소비 구조를 내놓다 보니 딴 도리가 없다. 당장 이 같은 서비스는 블루오션을 열었다고 평가되지만 장기적으로 소기업, 자영업자와 수익을 나누는 구조여서 갈등이 불가피하다. 벌써 소상공인연합회와 O2O업체 간 충돌이 잇따르고, 대리운전업계나 택시업계에도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 이정식 회장은 "진작부터 4차 산업혁명 변화를 지켜봐 왔는데 자영업자에게 답 없는 숙제가 던져진 것 같다"고 답답해했다. 실제 지역 자영업자는 점차 쪼그라들고 있는 상황이다. 부산 자영업자는 2013년 이후 전체 사업자 대비 매년 12~13% 수준으로 폐업하고 있다.

동남권 대기업도 4차 산업혁명 대응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 온라인 경쟁뿐 아니라 오프라인 경쟁력도 유지해야 하기 때문. 대표 금융사인 BNK부산은행의 경우, 디지털금융부와 스마트영업부 등 내부 조직을 꾸려 대응에 나서지만 오프라인 영업망도 포기하지 못하고 있다. 부산은행 점포 수는 2015년 270개였지만 지난해 말에도 264개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동남권이 유통·금융·서비스업 등 다방면에서 부는 4차 산업혁명 변화를 따라잡기에는 여건이 너무 어렵다. 중소기업연구원이 올 7월 발간한 중소기업 포커스를 보면 2016년 수도권(서울 인천 경기도)에는 4차 산업 관련 벤처기업이 594개에 이르는 반면 그외 지역은 모두 합쳐도 270개에 불과하다. 동남권에는 80개뿐이다. 4차 산업 관련 벤처기업은 3만 3290개 벤처기업(2016년 말 기준) 중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13개 품목(서비스)을 제공하는 기업을 말한다.

자영업자나 서비스산업 등을 위한 지역 차원의 대응은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자영업자 자체 대응이 어려운 만큼 공공 부문이 자체 O2O 플랫폼 구축, 소비자 빅데이터 축적 등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부산정보산업진흥원 최원석 4차산업전략단 전략부장은 "부산시는 4~5년 전부터 IoT(사물인터넷)나 클라우드, 빅데이터, VR(가상현실) 등의 분야 대응을 해 온 만큼 지역 여건에 맞는 자체 프로젝트도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영한 기자 kim01@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