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메가 컨선 계약' 3조 조달 숙제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현대상선 유창근 사장(왼쪽)이 지난달 28일 대우조선해양 정성립 사장과 초대형 컨테이너선 건조계약서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현대상선 제공

현대상선이 대형 컨테이너선 20척 신조 계약을 한꺼번에 발주했다. 일감 부족에 허덕이던 국내 조선·기자재 업계의 숨통을 틔우는 것은 물론, 현대상선의 국제 경쟁력을 높일 수 있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3조 원이 넘는 자금 조달은 여전히 숙제로 남았다.

현대상선은 지난 9월 28일 서울에서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과 각각 초대형 컨테이너선 20척 건조계약을 체결했다.

현대중공업 등에 20척 발주
'규모의 경제' 실현 기대감
국내 조선사도 일감 확보
산은 등 투자 분담 과제로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2만 3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각각 7척(10억 2200만 달러), 5척(7억 3000만 달러) 지어 2020년 2분기까지 인도하기로 했다. 현대중공업은 1만 5000TEU급 8척(9억 1200만 달러)을 2021년 2분기까지 인도한다.

이번 계약은 해양수산부가 올해 4월 발표한 '해운재건 5개년 계획'에 따른 것으로 국적선사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고, 침체에 빠진 국내 조선·기자재 업계에 일감을 늘리려는 취지를 담았다.

실제 지난 8월 말까지 수주 목표 59%를 겨우 메꾼 현대중공업그룹을 제외하면 삼성중공업(45%)과 대우조선해양(48%)은 절반도 채우지 못했다. 이들 국내 3대 조선사가 10억 달러 안팎의 일감을 한꺼번에 확보함으로써 불황 탈출 계기를 마련한 것은 물론, 동반 불황에 허덕이던 조선기자재 업계도 납품 물량 확보에 숨통을 틔울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컨테이너 적재능력(선복량) 43만TEU에 불과한 현대상선은 발주한 선박을 모두 넘겨 받는 2021년 2분기가 되면 선복량이 82만TEU로 배 가까이 커진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게 돼, 글로벌 선사와 얼라이언스를 형성하는 데 한층 유리한 협상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현대상선 측은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상선과 대주주 산업은행은 이번에 발주한 선박을 모두 짓는 데 필요한 자금 3조 1532억 원 조달 계획을 확정하지 않은 채 계약을 맺었다.

올 4월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발표한 이후 '메가 컨테이너선 대량 발주'는 해운·조선을 동시에 지원하기 위해 7월 설립한 한국해양진흥공사의 주된 업무로 부여됐으나,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는 아직 투자금을 어떻게 조달할지 협의를 마무리짓지 못했다.

조선업계에선 계약 시점부터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까지 6주 이상 기간이 걸리고, RG 발급 이후 선수금을 치르는 것이 관행이다. 이 기간 내에는 투자금 협의가 마무리돼야 한다는 의미다.

법정 자본금 5조 원에도 못미치는 3조 1000억 원으로 출범해 쓸 돈이 없는 해양진흥공사로서는 당장 자본금 증자와 채권 발행 등 투자금 확보에 속도를 내야 할 상황이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선 신조선 대금을 보통 배 짓는 동안 5차례에 나눠 지불하는 것이 관례인데 산업은행이나 해양진흥공사 같은 공신력 있는 기관이라면 선수금을 적게 치르고 잔금을 한꺼번에 몰아 내는 방식으로도 지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진 기자 jiny@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