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애숙·권정일 각각 네 번째 시집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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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 뿌리를 둔 시인들이 각각 네 번째 시집을 냈다. 오랜 시간을 들여 치열한 고민 끝에 건져 올린 시어들은 우리 삶을 돌아볼 만큼 강렬하다.

9년 만에 네 번째 시집 <흔적 극장>을 내놓은 권애숙 시인. 그는 "나이 듦에 대한 비애와 삶에 대한 고민뿐 아니라 시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일부러 시를 쓰지 않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오래 흔들린 통점들은 흔적조차 전설이 된다'고 한 서문과 시집 전반에 흐르는 슬픔이 맞닿아있다. 이는 시인이자 창조자, 세월호 참사의 아픔이기도 한 '당신'을 향해 나아간 9년에 걸친 여정이 결코 녹록지 않음을 보여준다.

'엉뚱하게 쌓이던 바깥이 무너지고//새의 이름을 단 틈새들이//서로 다른 방향으로 떨어졌다//맨 처음 누군가 얹어놓은 돌덩이//그 아래 말라붙은 똥덩이'('돌탑' 전문)

혈육을 잃은 시인의 아픔이 마음을 시리게 하지만 그렇다고 슬픔에 매몰돼 있지는 않다. 아픔에서 벗어나 모성에 다가가는 시간이 흔적으로 남아 '치유'되는 덕분이다.

과거이자 현재, 미래이기도 한 '흔적' 위에 자기 배역에 충실한 모든 이들의 살아가는 이야기. 개인적인 치유가 보편적인 치유가 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책이다. 권애숙 지음/포엠포엠/120쪽/1만 원.



꾸준히 작품활동을 펼치고 있는 권정일 시인은 5년 만에 네 번째 시집 <어디에 화요일을 끼워넣지>를 발간했다. 55편의 시는 '너무 많은 혼자 옆에 아름다운 슬픔 맨 앞에 언제나 우리가 놓여 있다'고 시인이 말했듯 '우리'를 관통하고 있다.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고 아무것도 아니게 될 때까지 몸/피를 나누어 갖는 희미한 불빛에서 아픈 밤'('샤먼의 그림자')처럼 '나'에서 시작된 언어는 '너'를 넘어 '우리'로 귀결된다.

'어디에 화요일을 끼워 넣지?'('리셋')라는 질문도 마찬가지. 자문(自問)이자 너에게 던지는 고백이기도 한 말은 '나라는 창을 들고 나는, 나와 악수하고 있다'('과(戈)' 전문)는 시처럼 나와 너, 우리가 화해하는 순간이자 세상 속의 나를 확인하는 기회가 된다.

권 시인은 "리셋해도 되돌아오는 화요일은 나, 너, 우리, 세상, 분노뿐 아니라 촛불집회 등 광장에 나가고 싶은 욕망, 내 틀을 깨고 싶은 욕망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권정일 지음/파란/135쪽/1만 원.

윤여진 기자 onlyp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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