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공항 확장한다더니, 시설물 줄여 공간 확보 '꼼수'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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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항공사 부산본부가 승객 대기 공간을 늘린다는 명목으로 김해공항 국제선 청사 내 '항공사 현장 발권 카운터'를 없애는 방안을 검토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져 비난이 일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김해국제공항 혼잡 해소 차원이라는 명목으로 승객 편의와 직결된 '항공사 현장 발권 카운터'를 없애는 방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져 비난이 일고 있다. 여기에다 면세품 인도장을 승객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으로 옮기는 대책까지 검토되고 있어 정부가 '땜질식' 내부 개조만으로 청사 확장 요구를 회피하려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발권 카운터 없애는 방안 검토 중
혼잡 해소 명목 승객 불편만 야기

면세품 인도장 이전 방안도 논란
3층 승객 대기 공간 줄어들 우려
청사 2단계 확장 안 하려는 꼼수?
'눈 가리고 아웅' 대책에 비난 폭발


현장 발권 카운터 필요없다?

2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공항공사 부산본부는 김해공항 취항 항공사에 공문을 보내, 현장 발권 카운터를 여객 대기 공간으로 전환하는 방안에 대한 의견을 요구했다. 급증하는 여객으로 공항 혼잡이 가중되니 현장 발권 카운터를 철거해 여객 전용 의자 등을 추가로 놓자는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공항공사가 혼잡 해소 대책이라며 제시한 이 같은 방안에 대해 대부분 항공사는 반대 의견을 넘어 어이없다는 반응까지 보이고 있다. 현장 발권 카운터는 탑승 수속 카운터 등과 함께 공항 내 필수시설로 꼽힌다. 마일리지 적립, 회원 정보 변경, 위탁 수화물 추가 요금 결제, 예약 발권 등이 가능하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발권 카운터에는 항공사 고유 프로그램이 깔려 있어, 다른 공용 카운터 등에서 업무를 대신하기가 어렵다"면서 "하루 이용객만 평균 400명에 달하고, 태풍 등에 따른 비정상 운행 땐 하루 1000명이 넘게 찾기도 한다"고 말했다.

현장 발권 카운터를 없애면 오히려 혼잡이 가중될 수도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른 항공사 관계자는 "안 그래도 혼잡한 일반 탑승 카운터에서 업무를 대신해 버리면 승객 대기 시간은 오히려 더 길어질 것"이라면서 "세계 주요 공항 어디에도 현장 발권 카운터가 없는 곳은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공항 내 8개 항공사의 현장 발권 카운터의 규모는 88.5㎡에 불과해 사실상 혼잡 해소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항공사들의 일반적인 의견이다.

■아랫돌 빼 윗돌 괴는 대책

공항공사가 또 다른 혼잡 해소 대책이라며 내놓은 면세품 인도장 이전 방안도 논란에 휩싸였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현재 국제선 2층 출국장에 있는 면세품 인도장을 3층으로 이전하는 방안이 공사 내부적으로 검토되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 등 면세품 '큰손'들이 몰릴 때면 면세품 인도장 주변으로 아수라장이 된다는 것이 이유다. 비좁은 인도장 탓에 승객이 오가는 길까지 막고 앉아 면세품을 정리하는 일이 잦아 시장통을 방불케 한다.

그러나 이전이 검토되고 있는 3층 공간도 컴퓨터 등이 비치된 승객 대기 공간이다. 면세품 인도장이 들어서면 이 같은 공간이 사라질 뿐 아니라, 주변 항공사 라운지 이용객까지 뒤섞여 3층이 혼잡해질 수 있다. 항공편 출발이 임박한 승객도 동선이 길어진 탓에 불편을 겪을 수 있다.

이처럼 '눈 가리고 아웅'식 대책이 쏟아지면서 이들 대책이 시민 요구가 빗발치고 있는 국제선 청사 2단계 확장을 외면하려 하는 꼼수가 아니냐는 비난이 인다. 국제선 청사 2단계 확장은 지난해 1단계 확장 이후, 김해 신공항 건설과 투자가 중복된다는 등의 이유로 보류된 상태다. 사실상 청사 확장 없이 넘쳐 나는 수요를 감당하려다 보니, 무리한 대책까지 검토되고 있다는 지적이 인다. 부산시 관계자는 "김해 신공항 건립까지는 최소 8년이 남았기 때문에 2단계 청사 확장은 필수적"이라며 "국토부에 2단계 청사 확장을 계속 요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공항공사 관계자는 "현재 3층 공간이 면세품 인도장 하중을 견딜 수 있는지 등 기술적 검토를 하고 있는 단계"라며 "아직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해명했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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