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달식의 문화 톺아보기] 40. 문화 특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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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 중심인 시대, 부산도 '문화정책 조타수' 필요하다

오거돈 부산 시장이 올해 6월 당선인 신분으로 부산 해운대 영화의전당 비프힐에서 영화인들과 만나 부산국제영화 재도약을 위한 영화인 간담회를 갖고 있다. 부산일보DB

바야흐로 '문화가 밥인 시대'다. 왜 그런지는 이제 주저리주저리 설명하지 않아도 안다. 과거엔 드라마 '대장금'이, 지금은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이 이를 잘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20년 전만 하더라도 도시의 발전 척도에서 문화예술 분야는 빠져 있었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성공한 도시들은 문화예술의 가치를 중시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저스틴 시몬스 영국 런던시 문화부시장이 지난해 11월 서울에서 열린 세계도시문화포럼(WCCF: World Cites Culture Forum)에 참여해 국내 언론과 가진 인터뷰 내용 중 일부다. 그의 말대로 성공한 세계 주요 도시들은 한결같이 문화를 중요시하고 있다. 이게 새삼스러운 건 아니다. 기자가 주목하는 것은 그가 런던시의 문화부시장이라는 점이다. 런던시가 문화를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공한 세계 도시들 예술 중시
영국 런던 문화부시장 '눈길'
광주도 문화경제부시장 생겨

오거돈 시장 주변 전문가 안 보여
믿고 의지할 '문화특보' 절실


과거에 문화는 정책의 변두리에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런던처럼 문화는 이제 국가나 도시 정책의 한가운데 있다. 과거엔 그게 경제였다면, 이젠 문화가 그 자리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만 해도 그렇다. 광주시엔 이미 문화경제부시장이 생겼을 정도다.

이제 부산시도 문화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아니, 다른 도시보다 한발 더 나아가야 한다. 정책의 한가운데,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 런던시의 문화부시장처럼 굳이 부시장은 아니라도 시장이 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조언해 줄 문화 전문가가 필요하다. 직위나 직책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문화 특보나 국장급 이상의 개방형 직위면 괜찮다. 시는 '민선 7기 시장체제에서는 그 역할을 문화복지진흥실장이 하고 있지 않으냐'고 되물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문화복지진흥실장의 역할과 문화 전반에 대해 전문가로서 조언하고 직언해 주는 역할은 엄연히 다르다. 관료가 문화정책의 수장을 맡는 것은 과거처럼 경직성에서 벗어날 수 없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오히려 문화복지실이 문화관광국의 '옥상옥(屋上屋)'이 될 수도 있다. 또한 문화는 전문성이 있어야 하는 곳이기에 순환제 공무원으로는 한계도 있다. 일각에서는 "우리의 정신과 삶을 지배하는 게 문화인데, 정작 문화는 희석되고 마치 복지에 종속되는 듯한 느낌이다"는 지적도 있다. 이는 문화가 복지와 경제, 일자리에 매몰되거나 뒷순위로 밀려난 현실을 안타까워해서 하는 말일 터이다.

오거돈 부산시장 취임 후 3개월도 안 돼 일어났던 문화계 수장들의 오락가락 인사, 설익은 영화 정책, 오페라하우스와 관련된 일련의 움직임을 살펴보면 참으로 실망스럽다. 이는 전문가의 부재, 여전히 부족한 소통 문제에서 대부분 기인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 더하여 이렇다 할 문화정책의 변화도 없고, 시민 욕구를 수반하는 혁신적인 문화정책을 제시하지도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기자는 앞서 서병수 시장 때에도 문화 특보의 필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BIFF 사태는 물론이고 부산문화재단 민간이사장, 부산비엔날레 전시 감독, 부산문화회관 관장 경질…. 서 시장 취임 이후 지역 문화계 곳곳에서 잦은 충돌이 발생했다. 서 시장은 문화 특보의 필요성을 크게 인식하지 못한 듯했다. 끝내 영화계와는 재임 마지막까지 갈등의 골을 메우지 못했다.

오 시장의 문화정책도 서 시장의 문화정책을 닮아가지 않을까 우려된다. 아니 드러나는 현상은 어디선가 이미 본 것 같은 기시감(Dejavu)이다. 선거 때에도, 그리고 시장이 되어서도 두 시장 주변에는 이렇다 할 문화전문가가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까지 똑 닮았다. 서 시장 때와 지금이 다르다면, 단지 서 시장 때는 지금보다 문화판 상황이 더 절박했다는 것일 뿐.

많은 이들이 오 시장 주변에 믿고 의지할 문화 전문가나 참모가 잘 안 보인다고 얘기한다. 시장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조언하고, 전문적인 문화 정책에 관한 지식이나 전체적인 밑그림을 그려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한 분야만이 아니라 음악이나 미술, 문학 등 두루 정통한 문화 전문가, 때론 부산시의 예술 정책 방향을 정확하게 안내해 줄 수 있는 문화 실력자, 시장의 생각을 걸러 주고 문화를 이해시키고 소통의 가교 역할을 해 줄 수 있는 사람 말이다. 그래야 진정성 있는 문화 정책이 나올 수 있고 꽃필 수 있다.

dos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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