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둥실~ 보름달처럼 영화가 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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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추석 연휴 극장에서 만나는 한국영화 '협상'.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올해 영화마을 한가위 차림표는 유난히 풍성하다. 흥미진진한 한국영화, 각양각색의 외화는 물론 꼬마 관객을 겨냥한 '애니메이션'까지 푸짐하게 차려졌다. 무엇보다 한국영화 대진표는 여느 해보다 화려하다. 제작비만 100억 원 이상 들어간 '대작' 네 편이 한꺼번에 관객을 찾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추석 명절 전통의 강호인 사극 옷을 입은 작품이 셋이나 된다. 닷새간의 황금 연휴에 관객들은 골라 보는 재미가 있을 법 하다. 이번 추석대전의 승자가 누구일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명절엔 사극, '명당' VS '안시성'

올 추석 연휴 극장에서 만나는 한국영화 '명당'. 메가박스플러스엠 제공
먼저 박희곤 감독의 신작 '명당'이 출격한다. 조선 말을 배경으로 땅의 기운이 인간의 운명을 바꾼다고 믿는 천재 지관 박재상과 천하명당을 차지해 권력을 누리려는 이들의 암투를 그린다. 제작사 주피터필름의 역학 3부작 중 마지막 이야기로, '관상'(2013)과 '궁합'(2018)의 흥행을 이끈 제작진이 다시 한 번 뭉쳤다.

주연으로 나선 배우 조승우와 지성은 천하 제일의 명당을 차지하기 위해 벌어지는 힘의 줄다리기를 실감나게 그려냈다. 역사라는 리얼리티에 캐릭터의 허구를 버무려 만든 이 작품은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역사의 흐름 속에 존재한 인물들을 내세워 관객의 신뢰를 높이는가 하면 적절한 유머코드를 섞어 보는 재미까지 살렸다. 전통적 풍수지리와 화려한 볼거리, 흡입력 있는 연출이 더해져 매력적인 작품으로 빚어졌다.
올 추석 연휴 극장에서 만나는 한국영화 '안시성'. NEW 제공
고구려의 역사를 스크린에 펼친 작품도 있다. 김광식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안시성'이다. 작품의 배경은 645년 삼국시대. 고구려와 당나라의 경계에 있던 안시성에서 군사 5천명으로 적군 20만명을 물리친 '안시성 전투'를 그린다. 당 태종 이세민과 안시성 성주 양만춘, 그를 따르는 성민들의 치열했던 88일의 기록을 스크린에 불러왔다.

이 작품의 총 제작비는 215억 원에 달한다. 그만큼 풍성한 볼거리를 자랑한다. 주필산 전투와 두 번의 공성전, 토산 전투가 벌어질 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충차, 공성탑, 투석기, 운제(사다리) 등의 무기도 빼 놓을 수 없다. 이 뿐 아니다. 대규모 전투 장면에는 보조 출연자만 6500명, 말 650필 등이 투입됐다. 고구려와 당나라 갑옷 수 백 벌 등 엄청난 물량이 들어갔다는 후문이다.

■크리쳐 사극 '물괴'-현대극 '협상'
올 추석 연휴 극장에서 만나는 한국영화 '물괴'.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런가하면 '크리쳐 사극'을 표방한 영화 '물괴'는 사료 속 '괴이한 짐승'을 스크린에 불러왔다. 조선왕조실록의 실제 기 록에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작품을 만들어낸 것. 영화의 줄거리는 이렇다. 한양에 역병을 품은 괴물이 출몰해 민심이 흉흉해지자 왕은 초야에 묻혀 지내던 옛 내금위장 윤겸(김명민)을 불러 추적하도록 한다. 윤겸은 부하 성한(김인권)과 딸 '명'(이혜리), 무관 '허 선전관'(최우식)과 함께 괴물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윤겸 역의 김명민, 성한을 연기한 김인권 등 연기파 배우들의 호연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배우 손예진과 현빈을 주연으로 내세운 '협상'도 출격한다. 영화는 사상 최악의 인질극을 막기 위해 위기 협상가 '하채윤'(손예진)이 인질범 '민태구'(현빈)와 일생일대의 협상을 시작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 작품의 강점은 추석 대전의 유일한 현대극이라는 것. 여기에 참신한 소재인 '협상'을 긴장감 넘치는 호흡에 버무렸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이 작품에서 데뷔 이래 첫 악역으로 변신한 현빈은 이야기에 흡입력을 더한다. 손예진은 흔들리는 눈빛 하나로 긴장감을 한껏 끌어올린다. 범죄물을 주도적으로 이끄는 캐릭터가 여성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외화, 다양성으로 틈새시장 공략

매년 명절에 휘황찬란한 블록버스터 영화를 내놓았던 외화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스케일보다는 다양성으로 무장하고 틈새시장 공략에 나섰다. 장기 흥행을 이어가는 '서치'를 필두로 외계 빌런이 주인공인 SF영화 '더 프레데터', 수녀 귀신을 다룬 '더넌' 등이 추석 연휴 관객을 찾는다.

먼저 '서치'는 부재중 전화 3통만을 남기고 사라진 딸, 그녀의 SNS에 남겨진 흔적을 통해 행방을 찾기 시작한 아빠가 뜻밖의 진실을 발견하는 추적 스릴러다. 한국계 배우 존 조가 주연을 맡았다. 평범한 소재지만 SNS 시대에 걸맞는 구성과 긴장감 넘치는 연출 등 형식에 차별화를 둬 호평을 받고 있다.

외계인이 주인공인 SF영화 '프레데터' 시리즈도 새 작품으로 관객을 찾는다. '더 프레데터'는 '프레데터'와 '프레데터2', '프레데터스'를 잇는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 인간을 사냥하는 외계 빌런 프레데터가 더욱 진화해 지구에 돌아오자 이에 맞서는 사람들의 사투를 그린다. 낯선 외형과 첨단기술의 무기, 외계 종족의 영리한 면모는 관객에게 숨 막히는 긴장감을 선사한다. '아이언맨3'의 셰인 블랙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수녀 귀신을 다룬 '더넌'은 공포시리즈 '컨저링2'의 '스핀 오프' 버전이다. 영화는 '컨저링2'에서 수녀의 모습으로 등장한 최악의 악령 '발락'의 기원을 다룬다. 이야기는 '컨저링' 1편에서 워렌 부부가 대학 강단에서 악령에 빙의된 사건에 대해 예시로 설명한 사례 그대로 이어진다. 공포에 휩싸인 타이사 파미가의 실감 나는 연기는 표정만으로 소름끼치게 한다.

귀여운 캐릭터를 내세운 애니메이션 영화도 꼬마 관객을 기다린다. TV만화를 스크린에 가져온 '극장판 뽀잉: 슈퍼 변신의 비밀' '극장판 요괴워치 섀도사이드: 도깨비왕의 부활'을 비롯해 '루이스' '에그엔젤 코코밍: 두근두근 핼러윈 파티' 등이 이번 추석 '동심'을 잡으러 나선다.

남유정 기자 bstoda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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