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게릭병 투병 중국동포 "치료라도 받을 수 있길…"
불치병인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중국 동포가 비자 문제로 병원 치료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처지에 놓였다. 가족과 인권단체는 "살아 있는 동안만이라도 비자 걱정 없이 치료받게 해 달라"고 당국에 요구하고 있다.
지난 9일 부산 부산진구 자택에서 만난 중국 동포 박재우(49) 씨는 온몸의 근육이 빠져 앙상히 말라 있었다. 박 씨의 어머니 강숙근(78) 씨는 스스로 움직일 수 없는 아들을 밤낮으로 간병하고 있다. 강 씨는 "퇴원 후에 상태가 더 악화된 것 같다"고 걱정스레 말했다.
2013년 동포취업비자로 입국
비자 만료돼 건보 대상서 제외
출입국·건보 당국 서로 떠넘겨
2013년 동포취업비자로 한국에 온 박 씨는 2015년부터 몸에 이상증세를 느꼈다. 병명도 모른 채 2년을 누워지낸 박 씨는 지난해 인권단체의 도움으로 루게릭병 진단을 받았다.
요양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박 씨는 지난 2일 비자가 만료돼 다음 날 병원을 퇴원했다. 박 씨 가족과 인권단체 '이주민과 함께'는 퇴원 전 비자 문제를 해결하려고 지난달 31일부터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이하 출입국본부)와 건강보험공단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당시 출입국본부는 의료관광 비자(G-1)로 연장하거나 현재 비자의 심사기간을 연장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의료관광 비자를 받을 경우 막대한 병원비가 예상되고, 심사기간으로 둘 경우 건강보험에 가입이 안 돼 둘 다 해결책이 못 됐다. 출입국본부는 "방법이 없으니 건강보험공단에서 해결하라"고 했고, 공단 측은 "비자를 먼저 해결해야 보험 적용이 된다"며 다시 출입국본부로 공을 넘겼다.
출입국본부는 본보가 취재를 시작한 다음 날인 지난 6일 박 씨에게 6개월 후 만료되는 방문동거 비자(F-1)를 발급했다. 출입국본부 관계자는 박 씨의 누나에게 "2개월 뒤면 귀화 신청 조건이 되니 귀화 절차를 밟으라"고 안내했다.
당장 체류 문제는 해결이 됐지만, 인권단체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주민과 함께 임아영 의료팀장은 "귀화 시험을 칠 수도 없는 사람에게 귀화 조건으로 비자를 임시 발급했다"며 "이 비자 역시 연장이 불투명해 늘 불안감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출입국본부 관계자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면서 "내부적으로 협의를 해 왔던 부분이며, 취재 때문에 발급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글·사진=서유리 기자 yoo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