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 동남권 현장백서] "4차에 내 자리 있나" 현실이 된 생존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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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 자동화 구축을 진행 중인 부산항 신항의 한 터미널 운영사 원격통제센터(RCC)에서 직원들이 IT시스템을 활용, 원격으로 야드 작업을 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차 산업혁명이 거스를 수 없는 현실로 다가왔다. 2016년 1월 독일 경제학자 클라우스 슈바프가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으로 삶이 바뀌고 있다고 처음 언급한 지 3년이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불쾌한 미세먼지처럼 불안도 똬리를 틀고 있다. 부산일보는 4차 산업혁명 변화를 마주한 동남권 현장을 둘러보고 대응을 모색하는 '4차 산업혁명 현장백서'를 게재한다.

일자리 감소 현실화됐는데
4차 산업혁명 육성에만 초점
제조업 많아 타격 큰 동남권
사회 변화 예측·대비 미미

아직 시간이 남았다고 여기면 오산이다. 부산항 신항 근로자는 이미 항만 자동화라는 '벽'에 일자리를 떠나고 있다. 최근 자동화 공사에 들어간 부산항 신항 터미널에서 벌어지는 일자리 교체는 무서울 정도다. 경쟁력 확보를 위한 자동화 공사를 마치면 이곳은 대형 장비 40여 대를 몰고 터미널에 쌓인 컨테이너를 처리해 온 숙련된 현장 인력 114명을 내보내야 한다. IT 장비에 익숙한 젊은 직원 25명이 새로 고용돼 그 일을 대신에 한다. 터미널 관계자는 "8명이 하던 일을 1명이 하는 셈"이라며 "한 달쯤 교육하면 IT 기기를 조작할 수 있을 정도로 일이 쉬워졌고, 당연히 전체 임금도 크게 낮아진다"고 전했다.

'114명(82%) 대 25명(18%).' 2016년 다보스포럼에서 "2020년까지 71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210만 개 이상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긴다"고 한 클라우스 슈바프의 예측과 거의 맞아떨어진다.

일자리 감소는 산업 현장에는 이미 현실의 문제다. 에코델타시티처럼 하나의 신도시가 새로 생기는 스마트시티는 원주민 소외, 기존 도심 공동화를 예고하고 있으며, 신기술 등장으로 기존 기업이나 산업 쇠퇴도 우려되는 등 동남권 곳곳으로 4차 산업혁명 여파가 번지고 있다.

우리의 대응은 4차 산업혁명 육성에 초점을 맞춘, 반쪽짜리에 머물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2016~2030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인력 수요 전망 보고서'는 4차 산업혁명으로 2027년까지 일자리가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동남권도 '4차 산업혁명 소외' 문제에 눈감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영향이 사회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추적하거나 예측하는 연구도 미미하다. 그나마 민간 연구소인 BNK금융경영연구소가 '4차 산업혁명과 동남권 일자리' 보고서를 내놓은 적이 있다. 보고서는 동남권에서 2015~2020년 1만 9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동남권을 충청권(0.71%), 대경권(0.68%)과 함께 3대 일자리 감소 지역으로 꼽았는데, 세 지역 모두 제조업 비중이 전국 평균을 훨씬 웃돈다.

부산시의 4차 산업혁명 마스터플랜도 육성에 올인한다. 270쪽 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부산형 인재 육성 방안'(2017년 12월)에 일자리 감소 대책은 공유경제, 사회적경제 효과를 설명하는 단 몇 쪽뿐이다. 부산대 김기홍(경제학과) 교수는 "중요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그 기술이 우리 사회를 어떻게 바꿀지 예측하고 대비하느냐인데 아직 지역은 논의도 하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김영한 기자 kim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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