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감천문화마을을 명품 관광지로 만들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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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호 영산대 관광컨벤션학과 교수

감천문화마을 입장료를 받자고 주장하면서 뜬금없이 포르투갈 리스본의 '알파마' 동네 이야기를 먼저 끄집어내 본다. 리스본은 포르투갈의 화려하던 대항해 시절인 16세기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는 매력적인 여행지이다. 이중 동부에 위치한 언덕 '알파마'는 가장 높다.

'알파마를 둘러본 사람이라면 부산의 감천문화마을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 두 마을은 위치, 지형, 역사적 가치, 주거문화, 주민 특성, 자연경관이 닮았다. 감천문화마을은 6·25 피난민의 힘겨운 삶의 터전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민족 현대사의 흔적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알파마의 산비탈과 골목을 따라 울긋불긋하고 오래된 주택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모습은 영락없이 감천문화마을이다. 또 '미로미로(美路迷路)' 골목길에서 나타나는 탁 트인 바다 등 마을 경관도 너무나 비슷하다.

반갑지만 안타까움이 크다. 알파마에는 관광객의 필수 코스인 '두 솔 전망대'가 있다. 이 전망대 입장료가 우리나라 돈으로 약 1만 원이라 놀랐다. 하지만 1만 원인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입장을 위해 늘어선 긴 줄을 보고 두 번 놀랐다. 리스본이 알파마의 전망대 하나만으로 거둬들이는 하루 수입은 얼마나 될까? 참 부럽다. 비싸다는 느낌도 있겠지만 '두 솔 전망대' '산타 루치차 전망대' '성 조르제 성'을 포함한 마을 전체를 볼 수 있으니 어느 정도 수긍은 된다.

우리 감천문화마을도 이런 멋진 전망대를 조성한다면 현재의 인기와 더불어 입장료 징수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자신감을 가져 보았다. 부산시의 입장에서는 모험일 수도 있지만, 받는 만큼 관광객과 주민에게 더 돌려주고 독창성과 전문성을 갖춘다면 이것 또한 후세에 큰 선물이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변화가 필요하다. 첫째, 확실한 컬러마케팅이다. 깨끗하고 청결함이 전부는 아니다. 마을을 조망할 때 지붕이나 벽의 색감들이 강한 인상을 심어 줘야 하고 야간에는 조명이 핵심이다.

둘째, 더 높은 전망대와 광장 조성이다. 현재 마을 초입의 '하늘마루'가 전망대 역할을 하고 있지만 방문객의 체류 시간은 약 10분에 그칠 정도로 적고 공간 또한 협소하다. 일출과 일몰을 만끽할 수 있는 새로운 전망대와 광장이 필요하다.

셋째, 현재 진행 중인 숙박사업을 개선, 확대할 필요가 있다. 알뜰한 젊은 층들을 중심으로 자유여행 추세가 강해졌다. 시내 관광을 하고 밤에는 마을로 돌아와 부산 밤의 정취를 느끼기에 좋기에 진정한 체류형 관광을 실현할 수 있다. 비즈니스호텔보다 더 넓은 공간과 저렴한 가격, 감성적인 분위기나 문화체험 측면에서 수요는 충분할 것으로 판단된다.

넷째, 이러한 수익구조를 마련하여 주민의 대부분인 노년층의 경제활동 기회 제공과 일자리 창출에 힘써야 할 것이다. '알파마'의 골목 곳곳에서처럼 주민들이 작은 좌판을 깔고 시원한 맥주나 음료를 팔 수는 없겠지만, 감천문화마을의 외지인 사업자들에게는 의무적으로 주민 고용규정을 적용하고, 일자리를 원하는 주민들에게는 충분한 고객 서비스 교육을 하는 등 주민과 외지인들의 충돌이나 주민 소외현상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감천문화마을 골목 축제와 더불어 작게는 버스킹을 비롯한 소소한 문화이벤트들을 밤낮, 주말, 계절별로 확대 개최하여 방문객들을 위한 즐거운 분위기를 일부러 조성하고 관리할 필요도 있다.

외국을 따라 하자는 발상이 아니다. 경쟁력이 있는 감천문화마을이 입장권 판매를 통한 수익으로 명품 관광을 실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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