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최부길 "삶과 죽음 50년간 사진에 담아"
"50년 가까이 생(生)과 사(死)를 주제로 사진 작업을 해왔습니다. 이 주제 아래 수십 년간 작업한 사진을 한데 모아 전시를 마련해 뿌듯합니다."
사진작가 최부길(74) 씨의 안내를 따라 전시장에 걸린 사진을 둘러보았다. 요즘은 보기 드문 전통혼례 장면, 아기의 탄생,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성장 과정, 청년기와 노년기의 인물, 상여 행렬을 담은 사진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사진은 인간의 탄생부터 죽음의 순간까지 생의 모든 여정을 압축적으로 보여줬다.
부산시문화상 기념 사진전
9일까지 시청서 62점 전시
"완성까지 10년 걸린 작품도"
최 씨는 지난해 10월 제60회 부산시문화상(시각예술부문)을 받았다. 그는 형태와 색을 왜곡한 광학실험 사진, 극단적 클로즈업 초상사진, 독창적인 포토몽타주 등 다양한 형식의 실험 사진으로 고유의 작품세계를 구축한 점을 인정받아 부산시문화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그가 지난 3일부터 부산시청 2층 제1전시실에서 열고 있는 '生(생)과 死(사)' 전시는 부산시문화상 수상 기념 사진전이다. 그는 9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 아날로그 감성이 짙게 밴 필름 촬영 사진 62점을 선보이고 있다.
최 씨는 한 작품 앞에서 발걸음을 갑자기 멈췄다. 자신의 혼과 열정을 가득 담은 작품이라고 했다. 발자국, 임산부의 배, 햇빛이 비친 능을 합성한 사진이었다. 태어나면 세상과 처음 만나는 밝은 빛의 탄생을 능 위의 햇빛으로 표현했고, 세월의 흔적을 남기고 다시 태어난 곳으로 간다는 죽음의 의미를 발자국들로 표현한 작품이었다.
"시간이 날 때마다 경주 천마총을 찾아 채광과 능의 형태를 지속해서 관찰했습니다. 경주 능에 눈이 50cm 이상 내려야 능 밑의 발자국 촬영이 가능했어요. 눈이 많이 내려 쌓이고 12월부터 1월 사이 햇빛이 능 위에 절묘하게 겹쳐지는 순간을 포착해야만 했습니다. 무수한 시행착오를 겪고 이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무려 10년 9개월 7일이 걸렸어요."
노인이 외롭게 혼자 걸어가는 사진도 눈길을 끌었다. 인생의 종착역을 향해 걸어가는 인간의 쓸쓸함이 밀려왔다. "생과 사의 여정을 담은 사진은 인간 삶의 유한함을 보여줍니다. 인생은 유한하기에 더 아름다운 거죠."
경북 경주 출신인 그는 1970년대부터 부산에 정착해 사진작가로 활동해왔다. ㈔한국사진작가협회 부산시지회장, 금정구문화예술인협의회 회장, 동서대 사회교육원 사진영상학과 지도교수 등을 역임했다.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