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 전 대법관 '아름다운 행보'
지역법관 출신으로 대법관직을 수행하다 최근 퇴임한 김신(사진) 전 대법관이 내달부터 고향인 부산에서 후학 양성에 힘쓰기로 했다. 전관예우 문화가 만연한 법조계에 큰 울림을 주는 행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동아대는 김 전 대법관이 다음 달 1일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로 부임한다고 27일 밝혔다. 이로써 동아대는 지난 2004년부터 석좌교수로 재직 중인 조무제 전 대법관에 이어 김신 전 대법관까지 2명의 대법관 출신 석좌교수를 보유한 법학전문대학원의 지위를 갖게 됐다.
퇴임 후 변호사 개업 않고
고향서 후학 양성 힘쓰기로
내달 동아대 석좌교수 부임
"조무제 전 대법관 가신 길
걸어 갈 수 있게 돼 영광"
부산 출신인 김 전 대법관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대법관 퇴임 뒤 고향인 부산에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동아대에서 좋은 기회를 마련해 줘 제자들을 가르칠 수 있게 돼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고위 법관들이 퇴임 뒤 변호사 개업으로 거액의 수임료를 받는 풍토와 관련해선 "그럴 욕심이 없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변호사 개업 대신 동아대를 선택한 배경에는 조무제 전 대법관의 영향이 컸다. 김 전 대법관은 "평소 존경하는 분을 꼽으라고 할 때 조 전 대법관을 꼽는다. 그분이 가신 길을 따라 걷고 싶다는 생각을 은연중에 해 왔는데 우연인지 필연인지 동아대에서 가장 먼저 연락이 왔다"고 말했다. 김 전 대법관은 이번 학기에는 특강을 통해 학생들을 만나고, 강의 준비를 한 뒤 내년 봄학기부터 실무 위주의 정규 수업을 맡을 예정이다.
김 전 대법관은 1980년 제22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부산지방법원과 부산고등법원 판사, 부산고등법원 수석부장판사, 울산지방법원장 등을 역임하고 2012년부터 6년간 대법원 대법관을 지냈다.
김 전 대법관은 법조계에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보호에 기여해 왔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2008년 부산고등법원 재판장으로 재직할 당시 '불법체류 중인 이주노동자가 단속을 피하는 과정에 다치더라도 이를 산업재해로 봐야 한다'는 판결을 내려 이주노동자의 인권 보호에 새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외에도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보호에 기여하는 다수의 판결을 내려 법조계 안팎에서 두터운 신망을 받고 있다.
동아대 이종근 법학전문대학원장은 "김 전 대법관의 부임으로 로스쿨 교육과정이 더욱 전문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학생들에게도 롤 모델로 삼을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올 1월 퇴임한 박보영 전 대법관이 최근 서민의 소액 사건을 다루는 전임 시·군법원 판사로 지원하고, 김선수 신임 대법관이 취임 전 변호사 등록을 취소하는 등 전관예우 관행을 타파하기 위한 고위법관들의 행보가 느는 추세다.
서유리·김백상 기자 yo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