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말 광] 끈질긴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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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원 교열부장

①<역전승 견인 한화 이성열 "풀카운트 승부 도움">

②<'1번 같은 3번' 끈질긴 승부 펼친 최주환>

③<넥센 장영석, 또 승부 뒤집는 스리런포..시즌 5호>

④<선수협, "승부조작 무관 동명이인 명예훼손 그만">

이 기사 제목 가운데 이상한 게 눈에 들어온다면, 꽤 수준 높은 우리말 사용자라 할 만하다. 잘 모르겠다는 독자를 위해서는 국립국어원이 펴낸 <표준국어대사전>을 인용한다.

*승부(勝負): 이김과 짐.(승부가 나다/승부를 가르다/승부를 내다/승부에 지나치게 집착하다/내일 있을 경기에서 최종 승부가 결정될 것이다./오늘 축구 시합은 측면 돌파로 승부를 걸 생각이다./고싸움은 둘째 날 밤에도 승부가 나지 않았는지 승전가가 들려오지 않았다.<문순태, 타오르는 강>)「비」승패(勝敗).

'負(부)'가 진다는 뜻이므로, 승부는 '이김과 짐'이다. 승패와 비슷한 말인 것. 그러니, ①~④번 제목에서 승부를 승패로 바꿔 보자.

①풀카운트 승패 ②끈질긴 승패 ③승패 뒤집는 ④승패조작

이래 놓고 보면 ③, ④는 괜찮지만 ①, ②는 확실히 잘못됐다는 걸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제목뿐만 아니라 기사에서도 '승부'가 활개를 친다.

'7월을 마칠 때만 해도 4위였던 LG는 8월 이후 10승1무16패로 4할 승부도 하지 못한 끝에 4일 현재 7위로 내려앉았다.'

어느 신문 기사인데, '4할 승부', 즉 '4할 승패'는 말이 안 된다. 4할은 승일까, 패일까.('4할 승률'이면 몰라도….) 아래 기사에 나온 승부들도 마찬가지.

'양의지는…튼튼한 두산 야수진의 수비력까지 계산에 넣어 린드블럼이 빠른 승부를(→대결을) 펼치도록 유도하고 있다.'

'류현진 입장에서는 일주일 만에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졸전을 설욕할 기회가 찾아온 셈이다. 하지만 디트로이트와의 상대 전적과 데이터가 부족해 승부는(→승리는) 장담할 수 없다.'

이처럼 어색한 '승부'를 남용하는 건 일본어에서 비롯한 버릇이다. 일본말에서 쇼부(勝負)는 '내기, 대결'로도 쓰인다. 하지만 우리말에서 승부는 '승패'일 뿐.

물론, 모든 '승부'를 기피할 필요는 없다. 승패로 바꿔서 어색하지 않은 문맥에서는 거리낌 없이 써도 된다. 또 '승부수, 승부차기, 승부처, 명승부, 무승부'처럼 승부가 들어간 합성어·파생어 역시 적당한 자리에 적당하게 쓰면 된다. jinwon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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