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근시안 스포츠 행정' 국제 망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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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대표팀 실사단이 지난 8일 오후 한국과 칠레 축구 대표팀 간 A매치를 치를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을 점검하고 있다. 김경현 기자 view@

부산시가 대형 국제 스포츠 행사를 유치하고도 '아마추어' 행정으로 대회가 취소되는 등 망신을 자초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17일 한국과 칠레 축구 대표팀 간 A매치 부산 개최 계획(본보 지난달 30일 자 1면 보도)을 급작스럽게 철회했다. 칠레 실사단이 경기장을 점검한 뒤 잔디 상태를 이유로 경기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칠레 측은 국제축구연맹(FIFA)에 진정까지 낸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이 국제적인 망신을 당한 셈이다.

9월 축구 A매치 개최 무산
콘서트 등으로 잔디 훼손
칠레 실사단, 경기 거부

아시아드CC 재단장 차질
내년 LPGA 개최도 빨간불

이에 앞서 대한축구협회와 부산시축구협회는 지난달 "사직동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9월 11일 축구 A매치가 열린다"고 발표했다. 2004년 12월 독일과의 평가전 이후 무려 14년 만에 '부산 A매치'가 성사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앞서 7월 아시아드주경기장은 가수 싸이가 콘서트를 치르는 과정에서 잔디가 심하게 훼손됐다. 부산시와 체육시설관리사업소 측은 "언론 보도 전까지 A매치 개최에 대한 확답을 듣지 못한 상태에서 이미 콘서트 대관 허가가 나갔다"며 "보호 설비를 마련했지만, 관중이 몰린 데다 폭염까지 이어져 도저히 A매치 전까지 잔디를 복구할 수 없게 됐다"고 해명했다. 현재 공연기획사 측이 잔디를 보수 중이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수도권에서 열릴 예정이던 칠레전을 어렵게 부산으로 끌어온 부산축구협회는 망연자실한 표정이다.부산시축구협회 정정복 회장은 "아이파크 구단주인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의 지원 아래 2월부터 A매치 유치에 나섰고 수시로 협조를 부탁한다고 부산시에 당부했지만, 결국 대회가 수포로 돌아갔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부산시는 부산시축구협회가 오는 10월 예정된 A매치를 재유치하면 그때까지는 잔디 컨디션을 끌어 올려 이를 만회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10월 초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또 다른 대규모 행사가 예정되어 있어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결국 부산시는 체육시설을 장기적인 계획 없이 마구잡이로 대관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와 함께 내년 10월 개최 예정인 LPGA 부산 대회 준비도 아시아드CC 사장의 사퇴로 차질을 빚고 있다. 지난 4월 LPGA 대회 3년 개최권을 유치한 이후 아시아드CC는 세계적인 골프 코스 설계가 리스 존스의 기초 설계에 따라 전면 재단장에 들어갔다. 그러나 민선 7기 출범과 동시에 서병수 전 시장의 측근인 구영소 대표가 사표를 내면서 8~9개월가량 소요되는 재단장 작업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설상가상으로 골프장의 특성상 겨울 시즌인 11월 중순부터 3월 중순까지는 잔디 공사를 할 수 없다.

골프장 업계 관계자는 "리뉴얼 공사 후 잔디 보식과 코스 관리에 3개월가량 시간이 추가로 필요해 늦어도 내년 6월까지는 페어웨이, 벙커 위치 조정과 잔디 식재 등 공사를 끝내야 한다"면서 "시간이 너무 촉박해 세계적인 대회를 유치해 놓고 자칫 망신을 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 골프 업계에서는 아시아드CC 민영화를 공약으로 내건 오거돈 시장의 의지에 따라 LPGA 대회를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박진국·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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