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훈련도 '스펙' 우선에 서러운 실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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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 단절자와 청장년 실업자 등을 위한 부산시 '청장년 실업해소 맞춤훈련' 사업이 소위 '스펙'을 기준으로 교육생을 뽑아 논란이 일고 있다. 지역사회에서 도움이 필요한 상대적 약자에게 또다시 '능력'을 요구하는 가혹한 행태가 이어져 왔지만 부산시는 실태 파악조차 못 하고 있어 '청장년 일자리 창출'이 헛구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A(60·여) 씨는 최근 개강한 부산시건설기술교육원 '에코인테리어(타일·방수·도장)' 훈련 과정에 지원했지만 최종 탈락했다. 최근 지인에게 사기를 당해 운영하던 식당도 문을 닫아 새 일자리가 절실한 A 씨. 이번 훈련으로 도장 관련 자격증을 취득해 재취업하려던 A 씨에게는 너무나 아쉬운 결과였다. 한데 A 씨가 더 충격을 받은 건 탈락 이유였다. A 씨는 "대학을 나오지 않았고, 사회 활동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떨어졌다는 설명을 들었다"면서 "어려운 형편에 식당 일에만 매진해 왔는데, 과거를 되돌릴 수도 없고 답답한 노릇이다"고 말했다.

청장년 실업해소 맞춤훈련
재취업 의지·절실함 대신
학력·자격증 등으로 당락
교육 지원자들 박탈감 호소


실제 교육원은 대학 졸업자 20점, 고등학교 졸업자 15점 등 학력을 기준으로 합격자와 탈락자를 가려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 밖에 사회 참여 정도, 기타 자격증 등도 당락 기준에 포함됐다. 하루벌이가 시급한 실업자나 경력 단절자 등을 대상으로, 재취업 의지나 가정 형편보다 외려 스펙을 우선시한 셈이다.

동명대가 위탁 운영하는 부산시건설기술교육원은 부산시 '청장년 실업해소 맞춤훈련' 사업 기관으로 선정된 50곳 중 하나다.

이에 일각에서는 교육원 측이 실적을 쌓아 추후 사업 기관에 재선정되기 위해 재취업 '의지'나 '절실함'보다 재취업 '가능성'이 높은 지원자부터 뽑았다는 비판이 인다. 교육원 측이 사전에 당락 기준을 공지하지도 않아, 지원자들은 어떤 자격증을 따야 하는지 알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교육원 측은 "20명 정원에 30여 명이 지원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탈락 기준은 필요하다고 봤다"면서 "우리 기관 입장에서도 훈련을 잘 받을 수 있고, 추후 효과가 있는 지원자를 뽑는 게 낫다"고 말했다.

39억 원의 예산을 들여 해당 사업을 주관해 온 부산시는 각 기관에만 맡긴 채 나 몰라라 하고 있는 상황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기관마다 훈련 과목이 다르고, 필요한 자격도 다르기 때문에 선발에 대해선 훈련기관이 알아서 하는 게 맞는다고 본다"면서 "A 씨에 대해선 추가 선발이 가능한지를 기관에 문의하고, 앞으로는 청장년 실업자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더욱 신경 써서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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