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말 광] 일본말에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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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원 교열부장

'곤색 치마에는 어떤 색 상의가 어울리나요?'

인터넷에 올라온 질문인데, 여기 나온 '곤색'은 알고 보면 꽤 우스운 말이다. 국립국어원이 펴낸 <표준국어대사전>을 보자.

*곤색(<일>kon[紺]色): → 감색.

즉, 곤색은 일본말 '紺色'에서 온 것이니 감색으로 써야 한다는 얘기다. '紺色(こんいろ·곤이로)'에서 '이로'가 색이니, 紺을 일본말로 '곤'이라 부른다는 걸 알 수 있다. 즉, 곤색은 일본말 '곤'에 우리말 '색'이 결합한 말인 것.

우리 말글살이에는 벤또, 빠꾸, 자부동처럼 쉽게 알 수 있는 것뿐만 아니라 저렇게 은밀하게 숨은 일본말, 일본어투도 꽤 있다. 곤로(→풍로, 화로), 마호병(→보온병), 한소데(→반소매) 같은 말은 주로 나이 든 분들이 우리말처럼 익숙하게들 쓴다.

하지만 저런 것들이야 세월이 가면 어차피 없어질 터. 문제는 말글살이에서 영향력이 큰 '배운 사람'들이 쓰는 일본말 찌꺼기다. 많은 언중이 일본말, 일본어투인 줄도 모르고 따라 쓰는 부작용이 생기기 때문이다. 아래는 어느 단체에서 낸 성명.

'우리 국민들 대다수는 난민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또 여기에는 국내 브로커들이 달라붙어서, 저들을 부추기고 있다고 하는데, 이는 '매국노'에 다름 아니다.'

여기서 쓰지 않아야 할 일본어투는 '다름 아니다'다. 이게 왜 일본어투인가 싶어 좀 당혹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국립국어원 누리집 '묻고 답하기-온라인 가나다'에 오른 답변부터 보자.

'문의하신 '다름 아니다'는 일본어 투 표현으로 봅니다. 이 말은 우리말의 어법에 맞게 '~또 다른 형태의 폭력을 만들기 위함과 다름이 없다/~또 다른 형태의 폭력을 만들기 위한 것과 다름없다'로 바꿔 쓸 수 있겠습니다.'(2010. 4. 5.)

구체적으로, '~에 다름 아니다'는 일본말 '~にほかならない'를 직역한 것이라 보기도 한다. 그래도 받아들이기 힘들다면, '다름' 대신에 다른 형용사의 명사형을 넣어 보자.

'그런 짓을 하는 건 옳음이 아니다./그런 행동은 바름 아니다.'

보다시피 이런 표현은 어색하기 짝이 없으니 '그런 짓을 하는 건 옳지 않다/그런 행동은 바르지 않다'로 써야 한다. 마찬가지로 '다름 아니다'는 '다름없다, 다름이 없다, 다를 바 없다, 다르지 않다, 마찬가지다'나 '-이다'로 쓰면 된다.('다름 아닌, 다름이 아니라'는 서술어가 아닌 관용구여서 써도 되는 표현이다.)

jinwon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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