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치긴 아쉬운 울진 명소] 탁 트인 울진 바다 위 '하늘 걷기' 짜릿함이 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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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군 후포면 후포리에 있는 스카이워크는 국내 최장(135m)으로, 전망대에 서면 후포 앞바다를 270도로 조망할 수 있다. 강화유리 아래로는 코발트 빛 후포 앞바다가 출렁인다.

금강소나무숲길 탐방을 마치고 점심을 배불리 먹은 터라 몸이 많이 처진다. 하지만 마음만은 상쾌하다. 울진은 산과 바다와 온천이 어우러진 천혜의 관광지다. 울진 여행에서 놓칠 수 없는 명소들을 소개한다.

불국사 말사 불영사
계곡 비경과 금강송림 풍치 추천

등기산공원 내 스카이워크
국내 최장 길이·높이 자랑

관동팔경 속 망양정·월송정
역사·사연 품은 성류굴 볼거리

■고즈넉한 비구니 도량

금강소나무숲길 탐방 후 울진읍으로 오는 길에 불영사에 잠시 들렀다. 울진군 서면 하원리 천축산 자락에 있는 불영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11교구 본사인 불국사의 말사다. 불영사는 2012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한국인이 꼭 가 봐야 할 관광지 99곳'에 포함되기도 했다. 서쪽 산 위의 부처 형상을 한 바위 그림자가 항상 연못에 비쳐서 불영사(佛影寺)라는 이름을 얻었다.

일주문에서 불영사로 가는 1㎞ 길은 불영계곡의 비경과 주변을 감싸는 금강송림의 풍치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천축산 자락에 위치한 불영사. 앞산과 나무 반영이 고즈넉함을 더한다.
불영사에 들어서면 두 마리의 돌 거북이가 대웅보전(보물 제1201호)을 떠받치고 있는 모습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이는 불영사가 있는 곳이 화산이기 때문에 그 불기운을 누르기 위해서라고 한다. 화재로 거북 머리가 검게 그을린 모습도 볼 수 있다.

석가모니 부처와 그 제자들을 모신 응진전(보물 제739호)과 부처님이 인도 영취산에서 설법하는 모습을 표현한 영산회상도(보물 제1272호) 등도 놓치지 말아야 할 문화재들이다.

■국내 최장 스카이워크

후포면 후포리는 울진 대게·붉은 대게의 명산지인 후포항과 SBS '백년손님' 촬영지로 잘 알려졌다. 최근엔 스카이워크와 연계한 등기산공원이 조성돼 울진의 핫플레이스로 부상했다.

등기산공원엔 스카이워크와 출렁다리, 정글짐, 그네, 시소를 비롯해 정자, 휴게실, 체육시설 등이 꾸며져 있다. 능선과 능선 사이에 설치된 출렁다리는 공원을 걷는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공원 정상엔 1983년 문화재 발굴을 통해 드러난 신석기 유물을 소개하는 전시관이 있다.

등기산공원 걷기의 백미는 스카이워크. 올해 2월 완공된 스카이워크는 국내 최장인 135m에 높이 20m로, 강화유리 아래로 코발트 빛 후포 바다를 조망할 수 있다. 스카이워크 맨 끝 전망대로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갈수록 오금이 저린다. 전망대에 서면 후포 앞바다가 270도 조망되면서 가슴이 툭 트인다.

이어 후포리 벽화마을로 걸음을 옮긴다. '백년손님'의 '남서방 처갓집'이 있는 곳이다. 대게, 꽃과 나비, 금강소나무, 새, 토기, 고양이, 등대 등을 표현한 벽화가 아이 울음소리가 끊긴 어촌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몇 명의 관광객이 수군거리며 조심스럽게 사진을 찍고 있길래 다가가 보니 바로 남서방 처가다. 안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것으로 봐선 장모 이춘자 여사가 여느 때처럼 바지런히 뭔가를 하는 모양이다.

■관동이경의 매력

과거부터 사대부들이 가장 가고 싶어 했던 답사처가 관동팔경(關東八景)이다. 이 중 2경(景)이 울진에 있다. 망양정(望洋亭)과 월송정(越松亭)이 그것.
관동팔경 중 하나인 망양정.
먼저 망양정(울진군 근남면 산포리)으로 간다. 주차장에서 400m쯤 걸어가야 망양정에 오를 수 있다. 울진 성류굴 앞으로 흐르는 왕피천을 끼고 동해의 만경창파를 한눈에 굽어볼 수 있는 산 정상에 정자가 서 있다.

조선 숙종은 관동팔경 중 망양정 경치가 최고라 해 '관동제일루'라는 현판을 하사했다. 망양정의 절경을 읊은 시와 글로는 숙종과 정조의 어제시와 정철의 관동별곡 등이 전해온다. 정자는 마치 바다를 향해 금방이라도 날아갈 듯 사뿐하다. 망양정 마루에 오른다. 소문대로 그 절경이 일품이다. 망망대해 끝에 아스라한 수평선이 한일(一)자를 그리며 바다와 그 너머를 경계짓고 있다. 바다는 뭉게구름과 어선 몇 척을 띄워 놓고 망중한이다.

월송정(울진군 평해읍 월송리)으로 향한다. 주차장에서 걸어가는 동안 왼쪽에 널찍하고 울창한 송림이 펼쳐진다. 오른쪽으로는 벼가 한창 자라는 논이 성하의 계절을 상기시킨다. 조선 성종이 한 화가에게 전국 활터에 세운 정자 중 경치가 가장 뛰어난 곳을 그려 오게 했는데, 이때 월송정이 뽑혔을 정도로 유서 깊은 정자다. 망양정이 높은 산 정상에 올라 고고한 자태를 뽐내는 학의 품새라면 월송정은 나지막한 곳에 내려앉아 주위 경관에 조응하는 공작의 자세라고나 할까. 푸른 소나무 숲 사이로 보이는 바다는 소나무보다 더 푸르다.

■성불이 머문 굴

울진 여행에서 빼먹으면 왠지 섭섭한 곳이 '오래된 미래' 성류굴이다. 근남면 구산리 산 30에 있는 성류굴(천연기념물 제155호)은 세 가지 이름이 있다. 임진왜란 때 불상을 이 굴에 피난시켰기 때문에 '성불(聖佛)이 머문 굴'이라는 뜻으로 일컫는 '성류굴'이 가장 널리 알려진 명칭이고 '장천굴'(掌天窟), '선유굴'(仙遊窟)이라고도 불린다.

주굴 길이가 약 470m이며 전체 길이는 약 800m다. 입구는 선유산(仙遊山) 절벽 밑 왕피천 가에 있는 좁은 바위 구멍이다. 들어가는 곳과 나오는 곳은 한 군데인데 동선을 따라 종유석과 굴 모습이 기이한 곳을 골라 오작교, 만불상, 로마의 궁전 등 재미있는 이름을 지어 12개의 크고 작은 광장으로 삼았다. 동굴 내부 온도가 15~17도로 습도는 늘 축축한 100%이고, 물 온도는 15~16.5도로 연중 변화가 거의 없다.

한편, 이 굴은 임진왜란 때 인근 근남·원남 일대 백성들이 왜적을 피해 몸을 은신했다가 그것을 안 왜적이 동굴 입구를 막아 500여 명이 모두 굶어 죽은 기막힌 사연도 품고 있다.

글·사진=윤현주 선임기자 hohoy@busan.com

여행팁

대게 먹고 느긋한 온천욕

울진, 하면 대게(사진)와 홍게가 먼저 떠오른다. 후포항은 대게와 홍게 집산지다. 하지만 한여름에는 가격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국산 홍게 집어기가 끝나는 철이라 러시아산 대게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기 때문. 지금 파는 대게는 십중팔구 러시아산이다. 4인 기준으로 넉넉하게 먹으려면 30만 원은 잡아야 한다. 기본은 20만 원 선.

울진 여행 갈무리는 온천욕이 어떨까. 울진의 대표 온천단지는 백암온천이었으나, 최근에는 그 자리를 덕구온천(울진군 북면 덕구온천로 924)에 내줬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백암온천보다 덕구온천 시설이 더 현대화됐기 때문일 것이다. 덕구온천 측은 '손대지 않아도 솟는 국내 유일의 자연 용출 온천, 데우지 않고 섞지 않는 온천, 의학적 효능이 뛰어난 온천'을 마케팅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대온천장(오전 6시~오후 10시)은 연중무휴인데, 이용료는 대인 8500원 소인 5500원. 스파월드(동계 오전 10시~오후 7시, 하계 오전 9시~오후 8시)는 성수기(여름·겨울)의 경우 대인 3만 3000원, 소인 2만 4000원. 문의 054-782-0677. 윤현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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