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칼럼] 환자와 의사 사이 신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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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지방의 모 병원 응급의료센터에서 발생한 의사 폭행 사건은 많은 사람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사람 사는 세상에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해 일어나는 우발적인 폭행 사건이 드물지 않지만, 그곳이 신뢰를 바탕으로 사람의 건강을 다루는 의료 현장이라는 측면에서 주는 충격은 상당하다.

'플라세보 효과'(위약 효과) 라는 말이 있다. 약효 성분이 전혀 없는 밀가루 알약만 처방해도 환자의 병세가 호전되는 효과를 뜻하는데, 이는 의료 현장에서 환자와 의료인의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역설적으로 말해준다.

그러나 요즘 이러한 의료 현장의 신뢰 관계가 점차 줄어드는 것 같다. 2014년 보건의료노동조합 조사를 보면 매년 의료인에 대한 폭언, 폭행 비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이대 목동 신생아 중환자실 사건이나 일부 개원의에 의한 환자 성추행 사건 등은 의료인에 대한 환자들의 신뢰를 크게 추락시켰다. 그래서 의료인에 대한 인성교육도 중요하고 실제 대다수의 의과 대학에서 교육 과정을 강화하고 있다.

필자는 과거 의과대학 시절 은사에게서 들은 소설 동의보감의 한 구절을 항상 되새기곤 한다. "명의(名醫)의 조건은 의료 지식이 풍부한 지의(知醫), 의료 기술이 뛰어난 기의(奇醫), 그리고 환자를 진실로 긍휼히 여기는 심의(心醫)이나 그 중 심의가 가장 으뜸일 것이다."

실제 지금도 우리나라 대다수 의료인은 심의의 마음가짐으로 환자를 대하고 있고, 환자들 역시 그런 의료인들을 신뢰하며 자신의 건강을 맡기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일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러한 현상은 의사와 환자 간 신뢰 관계를 좀먹게 하고 있어 이를 해결할 사회적인 노력이 절실하다.

3차 의료기관 의사가 반나절 동안 화장실 한 번 갔다 올 시간도 촉박할 정도로 진료하지만, 환자들은 1시간 이상을 기다리며 3분 진료도 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개원 의사도 현재 의료보험진료 시스템하에서 환자와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진료하고 필요한 의료 처치나 투약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근본적으로 의료인들이 환자들의 진료 요구에 충분히 응대해줄 수 있는 인적, 시간적 조건을 갖출 수 있도록 정부 정책 당국이 고민하고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이현석


눈시원안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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