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 이메일] 태국과 한국의 뒤바뀐 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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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희 자유기고가

하늘에서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한다. 아침부터 내린 비가 도무지 그칠 기미가 없다. 하늘은 온통 흐리기만 하다. 그동안 필자가 태국에서 경험하고 알았던 날씨가 아니다.

태국의 비는 엄청난 소리와 힘으로 땅을 뚫을 듯하게 쏟아지다가 곧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하늘이 쨍쨍거린다. 그런데 최근 태국의 날씨가 마치 한국의 장마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고 보니 옆에 계시던 태국 아주머니께서 "요즘 태국 날씨가 왜 이런지 모르겠다" 면서 혼자서 독백을 하신다.

태국에서 몇 년간 살다가 한국에 막 귀국한 필자의 지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한국의 날씨가 너무 덥다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한국 신문에서는 연일 한국의 폭염에 대한 기사가 나온다.

한국 뉴스에 나온 한국의 기온을 보니 태국의 기온보다 훨씬 높다. 많은 한국에 계신 분들이 온열질환으로 고생하고 심지어는 생명을 잃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했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열대야로 인해 숙면을 취하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도 접했다.

태국에서 주로 발생하는 일들이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웠고, 심지어 열대지방인 태국의 현재 날씨보다 더 더운 한국의 날씨에 놀랐다.

그동안 많은 한국인들이 열대지방인 태국을 방문하면 한국에서 미처 경험해 보지 못했던 열대의 습하고 더운 날씨에 놀라곤 했다. 태국에 봉사하러 왔던 어떤 젊은 봉사자는 이렇게 말했다. "너무 더워서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어 깰 때 마다 샤워를 하는데도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이러다 죽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았다."

태국 공항에 도착한 후 에어컨이 있는 공항을 나가는 순간 밀려 드는 열기에 화들짝 놀란 어떤 한국 청소년들은 "지옥이 따로 없네"라고 말하고, 심지어 필자의 지인 아들은 "태국은 새벽인데도 이렇게 더워?"라며 체념하듯 묻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 한국이 태국보다 더 덥다니! 그리고 한국에서나 경험했던 장맛비를 태국에서 경험하고 있다니! 격세지감의 날씨를 경험해야 하는 현실이 씁쓸하다.

thaichangk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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