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칼럼] 여름철 식중독 대처법
몇 해 전 복날 즈음에 고3 남학생이 복통과 설사로 응급실에 왔다.
하루 10번 넘게 피가 섞인 코변을 누며 아랫배를 아파하고 고열과 두통이 있어서 도저히 집에서 지내기 힘들다고 했다. 입원해 수액 치료를 했고, 대변검사에서 캠필로박터균에 의한 급성 세균성 장염이 진단됐다.
그런데 하루 이틀 사이에 같은 학교 친구 여러 명이 비슷한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고, 역학 조사결과 학교 급식 삼계탕 닭을 손질하던 도마와 칼에서 캠필로박터균이 검출됐다. 다행히 감염된 학생들은 모두 별일 없이 호전됐지만, 학교는 발칵 뒤집혔다.
캠필로박터균은 덜 익힌 닭고기와 같은 가금류를 통해 감염되는 것이 흔하지만 쇠고기, 돼지고기, 살균하지 않은 우유, 유제품을 통해서도 감염될 수 있다. 최근에는 병원성 대장균, 노로바이러스와 함께 학교 급식으로 인한 단체 식중독을 일으키는 주요 병원체로 등극했다.
캠필로박터균은 면역이 건강한 사람에게는 항생제 치료를 하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좋아지는 균이다. 감염 초기에 마크로라이드 계열 항생제를 사용하면 비교적 가볍게 지나갈 수 있지만, 흔히 사용하는 3세대 세팔로스포린 계열 항생제는 캠필로박터균에는 대부분 듣지 않고, 면역 저하자나 균혈증이 발생한 경우에는 아무것도 사용하지 않는 경우보다 더 해로울 수 있다고도 보고됐다.
이 때문에 의사들로서는 긁어 부스럼을 만들 수 있는 골치 아픈 균일 수 있고, 그만큼 적절한 진단이 중요한 균이다. 최근에는 비교적 쉽게 진단할 수 있는 대변 검사가 널리 이용되고 있어 진단율도 올라가고 있다.
진단과 치료가 물론 중요하지만,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닭과 같은 조류는 철저히 익혀 먹어야 하며, 조리도구는 뜨거운 물과 세제를 사용해 세척하고 잘 건조해야 한다. 익히지 않은 식품에 사용한 조리도구는 조리가 끝난 식품과 함께 사용하지 않아야 하고, 조리 종사자의 개인위생이 중요함은 더할 나위 없다.
캠필로박터균뿐 아니라 기온이 높은 여름철에는 병원성 대장균, 살모넬라균, 보툴리누스균, 장염비브리오균 등 다양한 균들이 활개를 친다. 신선하게, 깨끗하게, 고온으로 충분히 익혀서 먹으면 이러한 균들로 인한 식중독은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이연주
양산부산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