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환경호르몬 난임 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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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부터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을 중심으로 일회용컵 사용을 억제하는 정책이 본격 시행된 가운데, 플라스틱컵 사용을 자제해야 할 또 하나의 이유가 생겼다. 플라스틱에서 나오는 환경호르몬이 여성들의 난임을 유발한다는 사실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밝혀져 학계의 관심을 사고 있다.

동아대병원 한명석(산부인과) 교수는 대표적인 환경호르몬인 비스페놀A와 자궁내막증 발병의 구체적인 연관 관계를 구명해냈다고 5일 밝혔다. 한 교수가 최근 발표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정상적인 자궁내막 세포가 비스페놀A에 노출되면, 염증 유발 물질인 '엔에프카파비(NF-Kappa B)'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포 내 활성 산소가 염증 반응을 유도해 자궁내막 세포가 난소·골반에 착상하기 좋은 상태로 변하는데, 이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에 노출돼 자궁내막증이 생기는 과정과 흡사했다.

동아대병원 한명석 교수 논문
비스페놀A, 자궁내막증 유도
구체적 발병 과정까지 입증
국제생식독성학술지에 게재


한 교수는 "환경호르몬이 자궁내막 세포의 착상을 도와 병이 발생할 것이란 가설은 꾸준히 제기돼 왔는데, 구체적인 발병 과정에 관한 연구는 많지 않았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비스페놀A가 에스트로겐과 비슷한 작용을 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자궁내막증은 가임기 여성에게 생기는 질환 중 하나다. 자궁내막 세포가 자궁 바깥 난소나 골반강 내부에 달라붙어 염증을 유발하고, 더 진행되면 나팔관과 난소가 달라붙는 등 골반 장기에 유착이 생긴다. 이로 인해 생리통과 골반통, 배란장애 등 난임을 유발하고, 심할 경우 불임이나 난소암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동아대병원 산부인과 한명석 교수가 연구실에서 환경호르몬(비스페놀A)와 자궁내막증의 상관관계를 연구하고 있다. 동아대병원 제공
이번 연구에서 한 교수는 건강한 여성 5명의 자궁내막 세포를 채취·배양해 비스페놀A를 투여했다. 고농도와 저농도(일상생활 노출 농도 수준)로 나눠 비스페놀A를 주입한 결과, 사흘 뒤 고농도는 물론 저농도에서도 자궁내막증 발병과 유사한 현상이 확인됐다. 한 교수의 연구논문은 지난달 생식질환과 임신합병증 분야의 유명 국제생식독성학술지인 'Reproductive endocrinology'에 실렸다.

플라스틱 원료인 비스페놀A와 자궁내막증의 구체적인 연관성이 밝혀지면서 플라스틱 제품 사용을 줄이려는 최근의 사회적 분위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 교수는 "현대사회에서 조선 시대처럼 플라스틱 제품을 아예 쓰지 않는 건 힘들겠지만, 그럴수록 환경호르몬의 위해성과 부작용에 대해 정확하게 알 필요가 있다"며 "특히 여성의 경우 유리컵이나 개인 텀블러를 사용하는 등 일상생활에서 플라스틱 노출을 줄일 수 있도록 신경을 쓰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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