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부산진구 마릿수 제한 조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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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집 반려견 10마리 제한' 과잉입법? 오죽하면?

부산의 한 지자체가 가정에서 기르는 애완견 수를 10마리로 제한하는 조례를 통과시켜 논란이 되고 있다. 악취·소음 민원을 해소하겠다며 만든 조례인데, 거처를 잃은 애완견에 대한 대책이 전무한 데다 재산권을 침해하는 과잉입법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부산진구청은 '오수·분뇨 및 가축분뇨의 관리에 관한 조례' 개정안이 최근 구의회에서 통과됐다고 2일 밝혔다. 이 조례는 가정에서 애완용이나 방범용으로 사육하는 개의 마릿수를 10마리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6일 효력… 위반 땐 벌금
한 시민 주택서 30마리 키워
주민 집단 민원이 제정 계기

민원 잠재우기 조례 비판도

이에 따라 부산진구 주민들은 가정에서 11마리 이상 개를 키울 경우 6개월 이내에 10마리 이하로 줄여야 한다. 6개월 이내에 이 조례에 따르지 않을 경우 이행명령이 내려지고, 이행명령마저 무시하면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조례는 공포 한 달째인 오는 26일부터 효력을 발휘한다.

이 조례가 만들어진 이유는 부산진구의 한 주택가에서 개 사육으로 인한 민원이 빗발쳤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부터 부암동의 한 단독주택에서 40대 여성이 개 30여 마리를 키우기 시작하자 인근 주민들은 집단적인 개 사육으로 인한 악취와 소음 탓에 일상 생활을 하기 어려울 정도라며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구청 차원의 해결책 마련을 호소해 왔다.

법적 근거가 없어 발만 동동 구르던 부산진구청이 내놓은 해법은 개 사육 마릿수를 제한하는 조례였다. 하지만 조례를 바라보는 동물단체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조례 제정 배경은 이해하지만, 지낼 곳을 잃은 애완견에 대한 대책은 마련 안 한 채 '민원 잠재우기식' 조례를 밀어붙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물자유연대 심인섭 팀장은 "애완견 입양이 말처럼 쉬운 게 아닌 상황에서 개들을 사실상 길거리로 내모는 조례"라며 "서울 강동구청처럼 유기견 입양센터를 조성하는 등 구청 차원의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주변에 피해를 입히지 않고 10마리 이상의 애완견을 키우는 이들은 애먼 피해를 입을 수 있다. 현행법상 반려견은 사유재산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구청이 개인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산진구청 관계자는 "선의의 피해자가 나올 수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비정상적인 개 사육으로 주위에 피해를 끼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한 조례이며, 제정 취지에 맞게 운용해 불필요한 피해를 막겠다"고 밝혔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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