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터치] 바가지 없앤다고 관광객 오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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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환 동의대 호텔컨벤션경영학과 교수

세계적인 여행안내서 <론리 플래닛>은 부산을 올해 아시아 베스트 여행목적지 1위로 선정했다. 부산으로선 고무적이지만, 베스트 여행목적지에 선정된 것이 부산이 현재 최고의 관광지라는 건 아니다. 함께 선정된 우즈베키스탄, 인도 서고츠산맥, 일본 나가사키에서 알 수 있듯 관심을 가지고 봐야 할 발전 잠재력이 큰 관광지로 해석하는 게 타당하다.

관광도시 부산에 대한 전략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관광산업에 접근

부산의 문화와 특징을 바탕으로 한
핵심 이미지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

관광도시라는 일반적 인식과 달리 이제껏 부산의 관광 산업에 대한 접근은 그리 전략적이지 못했다. 여기엔 사람들의 편견도 한몫했다. 많은 사람은 관광을 체계적 접근이 필요한 산업으로 여기지 않는다. 해외여행을 좀 해 본 사람들은 다들 자신이 관광의 전문가라 생각하고 단편적인 아이디어나 본인의 여행 경험만으로 관광을 말하곤 한다. 어떤 이는 부산이 산, 바다, 도시라는 천혜의 관광 자원을 다 갖춘 곳으로, 다른 곳을 다녀 봐도 부산만 한 곳이 없다고 한다. 또 다른 이는 부산은 괌과 같은 아름다운 해변도, 장자제와 같은 웅장한 산도, 시엠레아프의 앙코르와트 같은 역사 유적도 없는 곳이라 세계적 관광지가 될 수 없다고 혹평한다. 일견 맞는 말이지만 관광지 선택 행동의 관점에서는 틀린 말이다.

관광지 선택은 복잡한 의사결정 메커니즘으로 이뤄진다. 안전하지 않은 자동차를 사는 소비자는 없다. 하지만 안전 때문에 자동차를 사는 소비자도 거의 없다. 소비자들은 오히려 브랜드, 디자인, 가격을 보고 자동차를 선택한다. 안전은 핵심 구매 요인이 아니라는 얘기다. 관광객도 마찬가지다. 불결하고 위생적이지 않은 관광지를 다시 방문하고 싶어 하는 관광객은 없지만, 관광지를 선택할 때 깨끗하고 위생적이라고 해서 그곳을 선택하지는 않는다.

관광객의 선택에 영향을 주는 핵심적 유인 요인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이런 핵심 유인 요인은 천혜의 절경이나 세계적 역사 유적만이 아니다. 싱가포르와 홍콩처럼 뛰어난 자연환경이나 역사 유적 없이도 성공한 세계적 관광지는 얼마든지 있다.

부산도 관광목적지 선택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더 체계적인 관광정책을 세워야 한다. 단순히 바가지를 근절하고 여러 관광 상품을 나열하는 것만으론 부족하다. 관광목적지에 대한 유인 요인은 그 도시가 어떤 곳인지를 말하는 핵심 이미지 구축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부산의 문화와 특징을 바탕으로 일관성 있는 포지셔닝 방안을 수립해 핵심적인 관광목적지 이미지를 만들어내야 한다.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핵심 이미지 창출을 위한 다른 방법도 있다. 싱가포르의 마리나베이샌즈처럼 도시 상징이 될 랜드마크 관광 인프라의 도입을 통해 관광 목적지의 이미지를 강화하는 것이다. 물론 이런 시설물의 도입엔 천문학적 규모의 투자가 필요하다. 또한 해양문화, 영화영상, 한류와 같이 부산과 한국이 가진 문화와 특징을 바탕으로 한 정교한 차별화 전략과 이런 메가 프로젝트가 사회에 미칠 수 있는 파장에 대한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 덧붙여 관광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수용 태세 점검을 통한 만족도 제고와 관광객의 지갑을 열 수 있는 치밀한 관광 상품 설계, 그리고 접근성 개선을 위한 교통체계 구축도 필요하다.

현재 아시아 관광시장은 소리 없이 치열한 전쟁이 진행 중이며, 향후 동북아 관광시장의 엄청난 성장은 기정사실로 보인다. 관광산업에 대한 투자는 부산엔 놓칠 수 없는 기회다. 관광산업의 양적 성장뿐 아니라 질적 성장을 위한 체계적 전략의 수립과 공격적인 투자에 대한 고민이 절실하다.

아쉽게도 지난달 출범한 민선 7기에서도 관광산업의 중요성은 여전히 간과되고 있는 것 같다. 새로운 성장 동력이 절실한 부산은 비슷한 크기의 홍콩이, 해운대구의 절반 크기에 불과한 마카오가 매년 우리나라의 주요 산업 수출액과 맞먹는 수십조 원의 관광수입을 창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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