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Biz] CEO와 차 한 잔 - '동원개발' 장복만 회장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동원개발을 부산 최고의 건설기업으로 일궈낸 장복만 회장은 부산에 진 신세를 장학사업으로 갚겠노라 말한다. 부산일보DB

말에 신뢰를 더하는 방편으로 사자성어를 끌어다 쓰곤 한다. 이번 인터뷰에선 사자성어의 힘을 빌렸다. 우공이산(愚公移山), 거안사위(居安思危), 수구초심(首丘初心), 이타자리(利他自利). 이 사자성어를 가지고 동원개발 장복만(76) 회장을 만났다.

건설사업 멈추더라도 장학사업은 계속하라

"돈 벌어 학교에 투자 죽을 때까지" 
제2의 고향 부산에 명문고 남기는 게 꿈


'어린 시절 내게 주어진 가난과 무지는 한 순간의 고통은 될 수 있지만 이를 도전의 계기로 삼아 누구든지 열심히 노력하면 꿈을 성취할 수 있다는 굳은 신념을… 오직 학문과 지식을 바로 익혀 세상을 더 크고 더 넓게 보는 눈과 귀를 여는데 매진하여 힘을 기르고……'

장 회장이 밝힌 건학 이념이다. 지난 2000년 12월 고향인 경남 통영에 동원중·고교를 세울 적의 일이다. 자세히 뜯어보면 장 회장의 교육관과 기업관이 한 점 숨김없이 드러난다. 도전, 신념, 힘, 지식 등의 용어는 펄떡이는 장 회장의 청년 정신을 보여준다. 주택 사업과 교육 발전에 평생을 바쳐온 장복만 회장. 건설인 못지않게 요즘은 학교법인 동원학당 일로 바쁜 장복만 이사장. 기자에게 장 회장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라면 '뜨거운 피가 흐르는 사람'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2017년 완공된 동원개발 본사 건물. 부산 수영 센텀 비스타동원아파트 단지 옆에 위치한 10층 규모의 신사옥으로 동원개발은 센텀 시대의 서막을 열었다. 부산일보DB

■우공이산(愚公移山)
열자의 탕문 편에 나오는 고사성어다. 한가지 일을 끝까지 밀고 나가면 언젠가는 목적을 달성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장 회장을 보면 '저 험한 산을 평평하게 하여 길을 내겠다'던 중국 북산의 우공이라는 자가 떠오른다.

동원은 주택전문 1군 종합 건설 기업이다. 2011년 주택 공급 실적 6위를 기록했고 2014년에는 기업신용평가에서 신용 등급 AA를 획득했다. 2016년에는 건설공제조합으로부터 기업신용 평가 최고점수인 AAA 등급까지 획득하기도 했다.

이는 주택건설 한 우물만 판 결과라 할 수 있다. 장 회장인들 경영다각화라는 이름으로 문어발식 기업 확장에 대한 미련이 없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주택 사업 한 업종에 몰두하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 결과 아직 기업을 위험에 빠뜨린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우공으로 치면 산을 일곱 개 옮기는 대사업 아닌가.

-실적을 구체적으로 밝혀 달라
▲1975년 단독주택을 시작으로 부산, 김해, 거제, 통영, 울산, 창원, 대전, 대구, 인천, 용인, 고양, 동탄, 남양주, 안산, 성남 등 43년간 전국 곳곳에 아파트와 주상복합 아파트 7만 세대를 공급하였다.

-부산에서 처음으로 자체 설계로 10층, 20층 등을 건설한 것으로 들었는데
▲처음에는 단독주택 연립주택으로 시작하여 자체 설계와 기술로 아파트를 건설하였다. 5층에서 시작한 아파트 건설이 10층, 15층으로 높아지면서 현재 39층, 45층 아파트를 짓고 있으며 2011년 구포에 48층 아파트를 부산업체 최초로 건설하면서 지역업체의 자존심을 세웠다.

-평생 동안 한 우물을 팠는데 후회는 없는가
▲기업을 하나 이룰려면 최소 30년에서 40년이 걸린다. 이제 겨우 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데 앞으로 할 일이 더 많다. 어떻게 하면 건강하고 건전한 기업을 남겨 놓을 것인가 하는 생각으로 고민하고 있다.

▲동원개발이 지난 6월 분양한 `동대신역 비스타동원` 투시도. 부산일보DB
 
■거안사위(居安思危)
안전한 가운데서도 위험할 때를 대비 한다는 말이다. 동원개발은 1975년 창업 이래 43년간 7만여 세대의 아파트를 공급해왔다. 비슷한 시기에 창업한 주택 기업들이 대부분 사라진 현실에 비추어볼 때 동원의 경영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내실로 꽉 차 있었다. 호황일 때도 불황을 대비하고 불황일 때도 호황을 대비하는 경영이 적중한 것이다.

동원이 실적을 자랑하거나 신사업에 뛰어들었다는 소식을 들은 기억이 없다. 지역의 소비자들도 아마 그런 면에서 신뢰를 하지 싶다. CEO는 한 기업의 운명을 거머쥔 자로서 소비자와 직원 가족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남다른 고뇌를 할 수 밖에 없다. 장 회장은 이러한 배경 아래 보수적인 경영을 고수해왔다. 주택 사업이 워낙 경기를 타는 민감한 산업분야이다 보니 호경기일수록 허리띠를 졸라매고 힘든 시기를 대비해왔던 것이다.

사실 분양가를 천정부지로 뛰게 만든 배후에는 대기업 건설사의 농간이 숨어 있는 경우가 많다. 거안사위하는 경영 풍토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아파트 공급 효과를 가져 왔다.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보수적 경영이 서민들의 내 집 마련에 긍정적 영향을 끼쳤다.

-동원처럼 장수하는 건설기업은 많지 않다. 그 비결은
▲'신용'이라고 생각한다. 20명이 넘는 동업자를 만나 50번이 넘는 동업을 했다. 50대 50으로 동업을 해도 내 것을 먼저 강력하게 주장한 적은 없다. 일은 내가 51% 하고 주장은 49% 하겠다는 뜻이다. 힘이 없거나 자본력이 약할 때는 언제든지 동업에 뛰어들 준비가 되어 있다. 오히려 동업은 성공 비결이기도 하다. 건설업이 보통 한 세대를 뛰어 넘기가 어려운데 자기의 능력을 파악하여 기업을 경영한다면 50년, 100년 기업으로 성공할 수 있다.

-젊은 기업인들은 이해하기 힘들 것 같다
▲기업은 경영자가 자기 능력껏 관리 가능한 범위 내에서 해야 한다. 잘못되면 많은 사람이 피해를 본다. 잘못됐을 때를 생각하고 딱 내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사업을 벌였다. 그렇게 해서 부산에서 제일 큰 건설회사를 키웠다. 기업경영은 열심히 하는 것으로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끈기 있는 도전정신이 바탕이 되어야 하고 너무 급하게 서두르거나 과욕하면 안된다. 제일 큰 건설회사는 우연히 되는 것은 아니다. 남을 벤치마킹하고 공부하고 시장에서 상품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회장실에 주판이 있을 정도로 옛날 방식을 좇는다는 지적이 있다
▲집 장사 43년 동안 비슷한 시기에 시작했던 사람들은 거의 다 망했다. 흔적도 없다. 안 망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게 뭐냐고?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는 자기 능력을 먼저 알아야 한다.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야 하지만 무조건 보수적인 사고만으로 경영해서도 안된다. 내 능력을 스스로 냉철하게 판단하고 시장을 관찰하고 시장에 믿음을 주고 이윤보다 살아남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2013년 학교법인 동원교육재단 장복만 이사장은 `양산대학교` 교명을 `동원과학기술대학교`로 변경했다. 부산일보DB

수구초심(首丘初心)
죽은 여우가 고향 언덕을 향해 누운 모습을 말한다. 짐승도 죽기 전에는 제 고향을 떠올린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장 회장은 경남 통영의 중고등학교 건설 외에도 부산과 경계선에 있는 양산의 동원과학기술대학을 운영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학들이 재단 전입금을 거의 내놓지 않는데 반해 동원은 파격적인 지원을 한다. 고향 후학들을 위한 장회장의 장학 사업이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장 회장은 2014년 국민교육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정부로부터 국민교육훈장 모란장을 받았다. 이는 교육에 공을 세워 국가 발전에 기여한 공적이 뚜렷한 사람에게 수여되는 것이다. 중고교 건립과 대학 운영 노력을 정부에서 높이 평가한 것이다.

장 회장은 평소 짠물 경영과 검소한 생활로 이름나 있다. 그런 그가 600여억 원을 들여 고향에 학교를 짓고 해마다 수억 원씩 장학금을 지원하는 것은 보통 사람에겐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장복만 회장은 1999년 동원문화장학재단을 설립하면서 존경 받는 교육자로서의 길을 걷게 된다. 1942년 경남 통영 출생. 통영 상고(동원고 전신) 졸업. 동아대 법학과 3년 수료. 부산대 경영대학원 및 미국 UCLA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 수료. 동원개발설립(1975년) 동원교육문화재단 이사장.

장복만 회장의 간략한 인생 행보다. 통영에서 나서 배우고 벌어서 다시 통영으로 돌아가는 여정에 다름 아니다. 수구초심은 인간만이 느끼는 향수가 아니다. 마땅히 가야할 길이다.

-장학 사업의 종착점은 어디인가
▲사람 기르는 일이 도시가 살 길이다. 교육 투자는 사회공헌이라 믿는다. 교육사업은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 중단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나라가 세계경제 10위권 경제 대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우리 조상들의 교육열이 만들어 낸 것이다. 아이들이 열심히 안하고 있지만 우리는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 국가존립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부산에서 사립 고등학교 인수를 추진한다는 소문이 사실인가
▲1994년 양산대(현 동원과학기술대)를 인수했다. 2000년부터 통영 동원중·고등학교를 운영하면서 교육 투자에 대한 신념이 더 확고해졌다. 부산에 좋은 고등학교를 만드는 게 꿈이다. 내가 기업가로 성공한 곳이 부산이기 때문에 꼭 부산 지역에 명문 학교를 만들어 남기고 죽고싶다. 지금 가시권에서 추진중이다.

▲동원개발 장복만 회장은 건설 한 길만 묵묵히 걸어왔다. 2016년 동원개발은 시공능력 평가에서 전국 34위, 부산 1위를 기록했다. 부산일보DB

이타자리(利他自利)
사전적 의미는 남을 이롭게 하여 자신을 이롭게 한다는 뜻이다. 기업가 정신의 요체라 할 수 있다. 현대 사회에서 남을 가장 이롭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건 아마도 일자리 제공이  아닐까 싶다. 소상공인에서부터 수백 명의 종업원을 거느린 기업인까지 고용을 창출하면 그것으로서 이타자리라고 할 수 있다.

기업인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는 시대다. 창업과 창업 후 생존을 위한 노력이 사회적 책임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고용을 유지하는 기업인은 이타자리를 실천하는 사회적 실천가로 존경받을 만하다.

동원개발 장복만 회장이 행하는 이타자리는 울림이 더 크다. 그는 3무 경영을 자랑하고 있다. 창업 이래 3가지를 한 적이 없다는 의미인데 아직 한 번도 적자, 임금연체, 입주지연을 기록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이 3무 경영은 해가 거듭할수록 동원개발의 경영철학이자 의지로 자리 잡게 되었다. 3무 경영은 소리 소문 없이 소비자들에게 전달되고 다시 기업에 대한 신뢰로 되돌아왔다.

장복만 회장의 검소한 생활 태도를 보여주는 일화가 있다. 통영 동원고 입학식 때 축하 격려사를 써 왔는데 그것이 이면지였다는 것이다. 자린고비라는 말을 들을 만하지만 이익을 남에게 돌리니 결국 나에게 이익으로 돌아오게 된다. 이것을 두고 이타자리라고 하지 않을까. 그런 기업인이 우리 고장에 있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긴 인터뷰가 끝나자 기자는 원점으로 돌아가 장 회장에게 다시 질문을 던진다. 교육사업에 대한 남다른 애정은 어디서 비롯하느냐고. 지금까지 언급한 것을 실천할 생각이냐고. 그랬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나는 부산에 신세 진 사람이야. 신세를 갚는 방법으로 장학사업을 선택한 것일 뿐, 무슨 거창한 계기는 없어. 기숙사 넣고 제대로 지으려면 500억 정도 들지 않을까".

-기업을 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43년간을 지나오면서 기업의 부침을 너무 많이 보아 왔다. 동종업계에서 도산현장을 목격하거나, 쓰러지는 기업을 살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경주하였지만 끝내 회생을 못하고 도산된 현장의 아픔을 보면서, 나는 절대로 기업을 망하게 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입술을 깨물었던 일들이 생각난다. 기업이 망하면 혼자의 멸망보다는 주변에 많은 피해를 입히기 때문에 죄인이라는 생각으로 건강한 기업을 만들기 위해서 남보다 많은 일을 챙긴다.

-건설 사업과 장학 사업은 어떤 식으로 계속 되나
▲건설사업과 장학사업은 제가 생을 마감하는 날까지 계속 하겠다. 후대에서 건설사업은 전환 될 수 있어도 장학사업은 계속되기를 바란다. 그것은 국가의 미래이고 인재를 양성하기 위함이다. 기업인이 기업으로 얻은 이윤을 일부라도 사회에 환원할 생각만 있으면 우리 사회의 미래가 밝다 할 것이다.

최근 주요 연혁  
2016한국 경영인 협회 신뢰받는 기업상 수상, 한경 주거문화 대상 수상, 2016 시공능력 평가 전국 34위(부산 1위), 기업 신용등급 평가 AAA등급
2015한경 주거문화 대상 수상, 매경 살기 좋은 아파트 우수상 수상, 제16회 부산문화대상 경영부문 수상
2014장복만 회장 국민 훈장 모란장 수훈
2013부산광역시 아름다운 조경상 우수상, 기업신용 평가 3개 기관 신용등급 평가 AAA등급 인정
2011코스닥 지정 우량기업 선정

디지털본부 news@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