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대비 개인연금저축은 '빛 좋은 개살구'?

국민연금, 퇴직연금과 더불어 주요 노후 자금 마련 수단으로 자리 잡은 개인연금저축. 연금저축 수익률이 저조하다는 비판에 금융당국이 따져봤더니 연금펀드를 제외하면 대부분 상품 수익률이 저축은행 적금보다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세액 공제 효과를 고려하면 수익률이 나아졌으나 일부 상품은 세제 혜택을 감안해도 저조한 수익률에 머물렀다.
금감원 54개 연금저축 상품 비교
연평균 수익률 2.90~6.32%
일부는 저축은행 적금보다 낮아
수익, 펀드·생명보험·손해보험 순
금융감독원이 2011년 초 판매에 들어간 54개 연금저축 상품을 비교해 봤더니 지난해 말까지 이들 상품의 연평균 수익률은 2.90~6.32%였다. 이는 연 소득 6000만 원인 40세 가입자가 2011년 초 연금저축에 가입, 지난해 말까지 매달 초 30만 원씩 17년간 가입했다고 가정해 산출한 수익률이다.
연금저축은 정부가 국민 노후 안정을 돕는다는 취지로 세제 혜택을 주며 마련한 금융 상품으로 은행이 연금저축신탁, 보험사는 연금저축보험, 자산운용사는 연금저축펀드 등으로 판매 중이다. 오랜 저금리 기조 등에 세제 혜택이라도 보자며 꾸준히 투자금이 몰려 3월 말 기준 연금저축 적립금이 130조 원까지 불었다.
연금저축 중 연금펀드가 6.32%로 수익률이 가장 높았고, 연금생명보험이 4.11%, 연금손해보험이 3.84% 순으로 뒤를 이었다. 은행이 주로 판매하는 연금신탁 수익률은 2.90%에 머물렀다. 연금펀드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같은 기간 저축은행 적금 수익률(4.19%)보다 낮았다.
하지만 세액 공제 효과를 고려하면 연금저축 수익률은 4.42~7.75%로 높아진다. 연금펀드가 7.75%로 여전히 가장 높았고 연금생명보험 5.60%, 연금손해보험 5.33%, 연금신탁 4.42% 순이었다. 절세 효과를 고려하면 그나마 적금 수익률을 웃돈다. 정부는 연간 총급여가 1억 2000만 원 이하이면 연말정산 시 연금저축 납입금(400만 원 한도)에서 13.2~16.5%의 세액공제를 해 준다.
여기에 연금 수령 시 부담하는 연금소득세 3.3~5.5%를 제외한 세후 연금저축 수익률은 3.74~7.17%가 된다. 연금펀드 7.17%, 연금생명보험 5.21%, 연금손해보험 5.02%, 연금신탁 3.74%의 순이었다. 세후 기준으로 보면 은행 적금(2.68%)이나 저축은행 적금(3.66%)의 수익률보다는 높다.
그런데도 연금저축은 채권 주식 등에 투자해 수익률이 등락하는 리스크를 부담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익률이 만족스럽지 못하다. 일부 연금저축 상품 수익률은 절세 효과를 고려해도 적금에 못 미친다. 차라리 적금에 묻어두는 게 낫다고 할만하다. 또 연금저축은 중도 해지하면 그동안 받은 세제 혜택 금액과 운용 수익에 대해 16.5%의 기타소득세를 물어야 한다. 그나마 다른 금융사에 계좌를 만들어 자금을 이체할 수 있는 제도는 마련돼 있다.
정부가 주는 세제 혜택을 금융사들이 수수료로 챙기고 있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금감원 관계자도 "정부가 도입한 연금저축 혜택이 가입자에게 온전하게 이어지지 않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연금저축 상품 수익률과 수수료율 정보를 공시하고 정기적으로 금융사별 수익률과 수수료율을 배포하는 등 보완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김영한 기자 kim01@busa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