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분석 "부산항 신항 침하 원인 '부실매립'… 대규모 싱크홀 우려도"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속보=급격한 부등침하(불균형 침하) 현상이 목격된 부산항 신항 일대(본보 18일 자 1면 등 보도)에 구조물 붕괴뿐 아니라 대규모 싱크홀 우려가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공법의 한계를 예측하지 못한 채 진행한 '부실 매립'을 침하 원인으로 지목한다.

부산항만공사에 따르면 웅동배후물류단지 등 부산항 신항 일대 지반개량 공사는 대부분 PBD(Plastic Board Drain) 공법이 쓰였다. PBD공법은 해안 등 연약지반에 플라스틱판을 띠 모양으로 심어 수십m 땅속의 물을 배출해 지반을 단단히 다지는 식이다. 전문가들은 신항 일대 '이상 침하'를 이 공법의 한계를 예측하지 못한 결과라고 지적한다. 이 일대는 연약점토지반 두께가 최대 70m에 달하는 대심도지만, PBD공법은 토목학적으로 땅 아래 50m까지만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PBD공법 지하 50m까지 효과  
신항 일대 연약지반 '최대 70m' 
공법 한계 예측 못 하고 매립 진행  
돌 함량 높은 매립 토사 의혹도 

"땜질 보수공사 땐 하중만 높아져 
침하 가속되면 싱크홀 가능성도"

실제 부산신항 웅동지구 배후부지 조성사업 예비타당성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PBD공법을 통한 지반개량 공사는 땅 아래 40m까지만 진행했다. 부산지역 한 토목공학과 교수는 "50m 아래 연약점토가 어느 수준인지를 예측해, 흙을 더 붓는 등 지반을 더 강하게 다졌어야 했다"면서 "이를 간과한 채 1차 침하 예측치 등을 산출해 피해를 키웠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매립 당시 토사의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매립공사 전문업체인 A업체 대표는 "매립 토사에 돌이 많이 들어갔다거나, 흙을 제대로 감싸지 못하는 등의 시공 문제로 수분이 침투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추가 침하 가능성도 농후할 것으로 본다. 현재 신항 일대엔 70㎝ 이상의 '땅 꺼짐' 현상이 발생해, 입주 업체들이 지게차를 운영하지 못할 정도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부산대 임종철(토목공학과) 교수는 "인근 렛츠런파크 앞 도로처럼 PBD공법이 커버하지 못하는 50m 아래 지반이 10~20년간 추가 침하할 수 있다"면서 "이를 알지 못하고 계속해서 지반 위 땜질 보수공사만 할 경우 오히려 하중이 높아져 부등침하가 가속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부등침하가 지속될 경우 상하수도관에 균열을 일으키거나, 지하수 물길을 바꿔 대규모 싱크홀도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전문가들은 보강공사도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임 교수는 "땅 아래 시료를 빼내 추가 침하 예측 수치를 알아내는 게 시급하다"면서 "침하 부지가 너무 넓어 모든 지반을 보강하는 건 불가능하고, 구조물 붕괴 우려 등이 큰 주요 시설을 위주로 시멘트 보강 등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