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부산 스타트업 대표들이 바캉스 안 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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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어들 줄줄이 부산행 '여름이 비즈니스 핫 찬스'

7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는 바캉스의 계절이다. 너도나도 여름휴가 계획을 세우느라 정신이 없다. 이맘때쯤이면 인사도 "아이고 휴가는 다녀오셨습니까"로 바뀐다. 하지만 지역 스타트업 대표들은 이 인사에 "부산에서 스타트업하는 사람이 이 시기에 자리 뜰 수 있습니까"로 답하는 경우가 많다.

휴가차 오는 투자자들 만나
사업하고 네트워크도 쌓고…
VIP엔 '여행 가이드'도 자처
60% 이상이 가을휴가 계획

이렇게 답하는 사람이 한둘이면 '원래 사람이 많은 것을 싫어하는 스타일이구나'라고 생각하겠지만 열에 여섯 일곱은 다들 휴가 계획을 9월 이후로 미룬다. 이유는 부산이 '관광도시'이기 때문이란다.

보통 지역 스타트업 대표들은 서울에 가서 사람을 만나는 일이 많다. 투자자도, 관련업계 종사자도 다 서울에 몰려 있어 1주일에 2~3일씩 서울에 있는 대표들도 제법 있다. 하지만 여름 휴가 성수기만큼은 아니란다. 투자자, 관련업계 종사자 등 사업에 필요한 인사들이 서울에서 부산으로 대거 내려오는 시기라는 것이다.

스타트업의 한 대표는 "보통은 우리가 먼저 연락을 해서 언제 시간이 괜찮냐고 묻는데 7월 초반부터는 되려 전화가 먼저 온다"며 "대부분 이 시기 전화는 '부산으로 휴가를 갈 것인데 무엇이 맛있냐, 어디가 요즘 핫하냐' 등을 묻는 내용이 많다"고 말했다.

스타트업에게는 이처럼 좋은 기회가 없다고. 몇몇 대표들은 전망 좋은 식당을 연락이 오기도 전에 미리 예약을 해두기도 한단다. 업체에게 정말 'VIP'라면 여행 가이드도 자처한다.

최근에는 송도 해수욕장 케이블카에 대한 관심이 높아 케이블카를 탄 뒤 광안대교를 타고 기장의 유명 물횟집이나 선어횟집 등 서울에서 접하기 어려운 음식에 바다 전망이 보이는 코스를 대표들끼리 공유하기도 한다. 행여나 저녁을 먹고 맥주라도 한잔 할 기회가 생긴다면 다음부터는 사업 이야기를 꺼내기가 훨씬 수월하다고. 하지만 스타트업계에서는 '역시 관광도시 부산'이라고 자랑스러워 할 일이 아니란다. 오히려 네트워크 만들기가 어려운 '기회 부족의 부산'의 현실이 그대로 드러나는 모습이라고 한다. 워낙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서울에 집중되다 보니 생기는 모습이라는 것이다. 좋은 때는 1년 중 휴가철 딱 한 달 뿐이란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부산은 지리적으로 스타트업 인프라가 집중된 서울과 멀어 스타트업이 성장하기 불리한 조건"이라며 "스타트업들이 네트워크를 만들 기회가 더 많아지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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