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m' 땅 꺼진 부산항 신항 '부실 매립'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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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원시 진해구 부산 신항 웅동배후물류단지의 한 물류창고 바닥이 18일 부등 침하(불균형 침하)로 인해 심한 낙차를 보이며 기울어져 있다. 강원태 기자 wkang@

속보=급격한 '부등침하'(불균형 침하)로 구조물 붕괴 우려를 낳는 부산항 신항 일대(본보 18일 자 1면 보도)에 최대 깊이 1m가량 '땅 꺼짐'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장기적으로 발생하는 자연 침하와 달리, 단 4~5년 만에 '급속 침하'가 발생함에 따라 부실 매립 등의 의혹이 제기된다.

18일 오후 2시 경남 창원시 진해구 부산 신항 웅동배후물류단지 A업체 창고. 60여m 길이의 땅이 한쪽으로 무너져, 족히 1m는 넘게 보일 정도의 낙차를 보였다. 지진 난 듯이 갈라진 땅 위에 드럼통 등 화물이 쓰러질 듯이 비스듬히 얹혀 있다. 업체에 따르면 이를 복구하는 공사비 견적만 10억 원이다. B업체는 지난해 2월 경비실 앞 계단을 한 칸 더 늘렸다. 땅이 급격히 꺼진 탓에 빈 곳을 메꿀 계단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B업체 한 간부는 "자체 조사 결과 땅이 50~60㎝ 정도나 꺼졌다"면서 "아스콘 보강 등 여태껏 4번에 걸쳐 6억 원을 썼는데도 침하가 도무지 멈추질 않는다"고 말했다.

2014년부터 침하 현상 목격
4년 만에 급속 침하 발생
피해 입주업체 17곳 달해


부산항 신항 배후단지 물류협회가 올해 실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신항 배후부지 일대 부등침하 현상은 업체 입주가 시작될 무렵인 2014년부터 목격됐다.

한 업체는 2014년 4월부터 창고 앞마당에 땅 꺼짐 현상이 발생했고, 2~3곳의 업체도 기초 터파기 공사 때부터 매립지 하부에 점토 등이 검출돼 양질의 물질로 치환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경남 창원시 진해구 부산신항 웅동배후물류단지 부등침하(불균형 침하). 강원태 기자 wkang@

특히 이러한 현상은 5년 동안 더욱 광범위하고 심각하게 나타났다. 2014년에 4곳에 불과하던 지반침해 피해 업체가 올해 17곳으로까지 늘고, 땅 꺼짐 현상도 맨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수준에서 최대 깊이 1m가량까지 급속도로 진전된 것이다.

동아대 기성훈(건축공학과) 교수는 "단기간 급속 침하가 발생하는 데에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지역 특성상 매립지 아래 '해수 침투'가 상대적으로 광범위하게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건물 안전을 위해선, 버티고 있는 말뚝까지 침하가 진행되고 있는지, 지내력은 얼마나 되는지 등을 시급히 확인해 당장 보강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경남 창원시 진해구 부산신항 웅동배후물류단지 부등침하(불균형 침하). 강원태 기자 wkang@
입주 업체들은 부산항만공사 측에 '부실 매립'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지반이 처음부터 단단히 다져지지 않은 상태에서 건물을 지어 피해가 컸다는 것이다. 항만공사 측은 매립 문제보다는, 연약지반을 감안하지 않은 채 설계된 건물을 부등 침하의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 입주업체 한 대표는 "특정 구역만이 아니라 최근 보강 공사를 한 주변 도로까지 광범위하게 침하 현상이 일고 있는데, 건물 설계의 문제로 보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항만공사 관계자는 "공사 내 기술진은 자연적 침하를 감안하지 않은 건축물의 문제로 보고 있다"면서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TF팀 자문단을 통해 정확한 원인을 판가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lee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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